라이나전성기재단

[사랑잇는전화 2014년 수기 공모전 수상작] 우수상 이경자님
2015.02.16 조회수 1,043

[사랑잇는전화 2014년 수기 공모전 수상작] 우수상

 

 

 

 

사랑잇는전화 봉사를 하고 계신 나눔천사들의 따뜻한 전화 한 통화가 독거노인분들의 소소한 행복을 만듭니다.
수기 공모전 시상작품들은 매주 라잇나우를 통하여 보실 수 있으며, 홀로 사시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는 나눔천사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세요.
이번주 소개해 드릴 수기 작품은 이경자 TMR님의 "정(情)"입니다.

나눔천사 : OOP-DG 이경자 님
제목 : 정(情)

임순덕 어머니와 통화연결된지가 벌써 일년째가 되어간다.
처음엔 그저 의무적으로 다이얼을 돌리고 통상적으로 인사를 하곤 했었다.
우리 친정엄마는 아직 60대이시기 때문에 어머니 같은 느낌은 아니고 우리 할머니와
얘기하는 느낌이랄까?
한번 두번 통화가 거듭될수록 뭔가 모를 정이라는게 커지는 느낌이다.
얼굴도 뵌적 없고 전화기 너머에 음성으로만 정든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솔직히 직업상 계약한 고객들한테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친한 척 하는 경우도 많지만
어르신은 남다르다.
치아 안 좋아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궂은 날씨면 팔 다리 허리 쑤시고 결리고..
나한테 하소연처럼 쏟아내셨지만, 정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건가?
친할머니가 편찮으신 것처럼 가슴이 짠하다.
그래도 전화기 너머에 말 몇마디 받아 드리는게 다인데, 내 걱정이 더 크시네.
감기 조심해라, 밥 챙겨 먹고 다녀라, 딸 같은 느낌이다, 사랑혀~까지..
그러던 중 통화가 몇번 연결이 안되셨다.
다른 누군가가 받으셔서 어르신 통화가 어렵다신다. 많이 편찮으신건가?
걱정이 천근만근이다. 몇 주후 들은 소식.. 큰 아드님이 지병으로 세상을 뜨셨단다.
우리 어머니 시름에 빠져서 살기 싫다, 죽고 싶다, 아들한테로 가고 싶다..
그 말만 반복하신다. 물도 못 삼키신단다.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
그 어떤 말로 위로를 한들 위로가 될 리가 없다.
마음이야 주말에 찾아 뵙고 작은 위로라도 해 드리고 싶지만 마음만큼 뜻대로 안된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인터넷을 보다가 뼈 발라져 있는 고등어 몇 팩을 보내 드렸다.
멀리서 얼굴도 모르는데 마음이 고맙다고 정성을 생각해서 고 놈 구워서 억지로
밥 삼키신다고 하신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나도 언젠가는 저 나이가 될텐데..
며느님 전화와서 행사단체도 아니고 개인이 이런거 왜보내냐고 다른 이유가 있냐고
의심많은 통화를 한다. 아무 사심 없고 우리 돌아가신 할머니처럼 정 들어서 드렸다고,
작은 거지만 마음 아프셔서 식사도 잘 못하시길래 안타까워서 드리는 제 마음이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의심을 내려 놓는다.
어느 날 통화시간 잊어버리면 오후에라도 전화 드린다. 의무가 아니라 정이 깊어진다.
매일 편찮으셔서 마음 아프지만 아드님 곁으로 가시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마음 따뜻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날씨 풀리면 날 잡아서 꼭 한번 찾아 뵈어야 겠다.
멀리서 따뜻한 마음 가득 담아 보내드립니다.
건강하세요~

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