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잇는전화 2014년 수기 공모전 수상작]사랑상
사랑잇는전화 봉사를 하고 계신 나눔천사들의 따뜻한 전화 한 통화가 독거노인분들의 소소한 행복을 만듭니다.
수기 공모전 시상작품들은 매주 라잇나우를 통하여 보실 수 있으며, 홀로 사시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는 나눔천사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세요.
이번주 소개해 드릴 수기 작품은 심사관리팀 이은비 사원의 "정(情)을 나누는 목소리"입니다.
나눔천사 : 심사관리팀 이은비 사원
제목 : 정(情)을 나누는 목소리
“안녕하세요?” 첫 인사를 드렸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처음 저는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으레 성명만을 보고 당연히 남자 어르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화를 받으시는 이가 다정한 목소리를 가지신 할머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그 뿐이었습니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먼저였기 때문에 전화 드리기로 했던 시간을 깜빡 하기도 했고, 업무가 바쁠 때에는 조금은 성가신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항상 전화를 끊으실 때 다정하게 “아가씨 꼭 차조심 하세요!”라는 다정한 인사를 하심에도 좀 떨떠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어쩌면 으레 업무 중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할머님을 대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3-4번째 통화를 하던 중 할머님께서는 위급 상황에서 본인이 연락하고 싶은데 혹시 저의 개인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지 물으셨습니다. 처음에 교육을 받을 때 개인신상정보는 되도록 공개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가르쳐 드릴 수 없다고 말씀 드리고 전화를 끊는데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제가 그 간 의무감으로 어르신께 정보를 전달하는 동안, 어르신께서는 저를 많이 의지하고 또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셨는데 오히려 제가 뒷걸음질 쳤던 것이 아닐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보다 어르신을 많이 알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단순히 스크립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하시고 싶어하시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리고, 또 필요로 하시는 정보를 먼저 전달해 드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를 걱정하시는 마음을 이해하여,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연락할 수 있는 곳들을 정리해서 안내해드렸습니다. 또한 중간에 허리와 관절이 아프셔서 검사를 받고 시술을 받으실 지도 모르는데, 보호자 동행 등과 같이 돌봄 서비스를 혹시 이용하실 수 있는 지 문의를 하셔서 그 부분을 조사하여 다음 날 안내를 드렸습니다.
꼼꼼하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드리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어르신의 마음을 이해할 뿐 아니라, 제가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어르신이 따뜻한 목소리로 “아가씨 차조심 하셔야 해요”라고 말씀해 주시는 것을 들으면서, 제 삶 역시 한층 더 따뜻해지고 풍요로워졌습니다. 아프셔서 입원해 계실 때에 어르신은 제게 마치 딸 같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저 역시 돌아가신 할머니와 통화하는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情)을 나눔으로써 제가 삶에서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 느낀 지금, 무엇보다 그런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시그나사회공헌재단과 어르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