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치매가족의 행복여행 하편
건강∙간병 4,306
01. 가족과 함께 이겨내는 예쁜 치매

 

어느 날 장모님이 모처럼 전화를 주셨습니다. 기대와 달리 전화기 속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할머니가 집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네? 죄송하지만 노인정에 데려다 주시면 곧 모시러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황급히 달려갔지요. "김 서방, 나 아무래도 이상해. 요즘 자꾸 깜빡거려." 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장모님 성함은 장금순입니다.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랫말처럼 비록 치매 환자가 되었지만 금순 씨는 쭉 그래 왔듯이 혼자서 독거 생활을 계속하였습니다. 도우미의 도움도 받고 아내가 자주 들러 혈압약과 치매약을 챙기면서 3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아내에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역정을 내시고, 만들어드린 반찬은 전혀 찾아 드시지 못하고 냉장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혈압약도 수북이 쌓여 있고 화분의 나무들은 말라 죽고 있었지요. 사랑하는 친손자도 몰라보고 도저히 혼자 생활하기 힘든 중기 치매로 변해 있었습니다.

 

다급히 집으로 모셨습니다. 처음 한동안 밤에 이상한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해서 무서워 혼났다며 겁에 질린 모습을 하기도, 돈이 없어졌다며 동전을 세고 또 세며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날은 탈수로 입이 비틀어져 숨이 넘어가기 일보 직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들어오시고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가족의 사랑과 적극적인 치료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져 동네 노인정에 다시 다니게 되었습니다. 고스톱을 치면 항상 돈을 따시고, 만두 만드는 법을 할머니들에게 훈수하기도 하시면서 잘 적응하였지요.

심지어 치매 판정을 위해 나온 의료보험공단 직원들에게 너무 똑똑하게 대답해 판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사람도 제대로 몰라보고 음식을 찾아 먹지도 못하고 헛것이 보이고 망상이나 섬망으로 가족을 힘들게 하던 중기 치매의 미운 치매 환자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예쁜 치매로 호전되어 남들의 눈에 치매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되었지요.

비록 모자라지만 세상과 소통하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삶의 의미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치매의 최고 약은 가족들의 사랑과 이해 그리고 눈높이를 맞춘 돌봄입니다. 어느 가정이나 치매 환자가 생기게 마련인 시대입니다.

이런 일에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가족회의를 자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할 수 있는 만큼 돕다 보면 가족이 화목해지고 치매 환자 또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02. 치매 가족과 대화하는 법
 

1. 칭찬하고 격려하자

치매 환자를 꾸짖으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환자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만큼 위험하다. 특히 치료를 위한 ‘인지 훈련’ 과정에서 환자를 가르치다가 제대로 답을 못하는 환자에게 화를 내면 환자가 훈련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칭찬해주고, 격려해줘야 환자도 뿌듯함을 느끼고, 자존감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을 보살펴주는 가족의 정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치료 과정에 임하게 되는 거다.

 

2. 시험하려 하지 마라

가족들은 치매 환자가 기억력이 떨어지면, 정말로 기억이 떨어졌는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힌트를 주고 정답을 말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가 틀린 답을 반복하게 되면, 나중에 더 헛갈릴 수 있으므로 차라리 바로 정답을 말해주는 게 좋다. 이를 전문 용어로 ‘오류배제학습’이라 한다.

 

3. 천천히, 자세히 말하라

무언가를 알려줄 때도 10자 이내의 짧은 문장을 여러 번 차분하게 말하는 게 좋다. 그리고 사용하는 말도 환자가 잘 알아듣도록 쉬운 단어를 택한다.

예를 들어 "식사 후에는 양치질해야죠"가 아니라 "밥 먹은 다음 이를 닦아야죠"가 낫다.

 

03. 치매 가족과 행동하는 법
 

1. 치매 환자를 향해 최대한 많이, 그리고 자주 웃어라

언어적 기능이 많이 떨어진 치매 환자일수록 이런 비언어적 행동에 훨씬 더 민감하다. 환자들은 가족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족의 표정과 행동에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하거나 밥을 먹일 때 환자 쪽을 향해서 가까이 시선을 맞추고 자주 웃어주는 것이 환자의 심리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2. 가벼운 스킨십을 늘려라
환자와 신체 접촉을 자주 하는 것도 환자를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환자가 경계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인지 훈련을 잘했을 때 어깨를 가볍게 안아준다거나, 밥을 먹일 때 손을 잡으며 먹여준다든지 하는 정도의 스킨십이면 충분하다.

 

3. 환자의 '지금' 능력을 유지하라
잃어버린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책을 베껴 쓰게 하면서, 정작 환자가 하고 싶어 하는 요리는 사고가 날까 봐 못하게 한다면 환자는 요리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스스로 요리할 수 있도록 하되 옆에서 도와주거나 함께 요리를 만드는 게 좋다. 과보호는 오히려 환자를 망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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