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가로등 없는 삶을 지향합니다

기사 요약글

서천IC에서 자동차로 5분쯤 달리면 산너울마을이 나온다. 산너울은 ‘어둠이 깔 릴 무렵 희미하게 드러나는 산봉우리 모습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형세’를 말하는 데, 이 마을의 앞뒤 배경이 그랬다. 사방에서 산이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 다. 30대부터 70대까지 이곳에서 생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이들을 만났다.

기사 내용

 

 

 

산너울마을은 환경부의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되면서 귀농을 꿈꾸는 사람, 생태 전원 마을을 구상 중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의 견학 코스가 됐습니다. 국내 생태 마을의 모델인 산너울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산너울마을은 친환경과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시작부터 생태 전원 마을로 계획됐어요. 2006년 정부가 농촌 지역에 은퇴자를 위한 전원 마을 조성 사업을 추진할 때 코엑스에서 ‘전원 마을 페스티벌’을 열었지요. 지방자치단체 54곳에서 265곳의 전원 마을이 참여했는데, 서천군의 산너울마을 조성안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죠.

 

 

준공 전부터 전원 마을의 본보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겠네요.

 

 

마을이 조성되기까지 토지 문제 등 적잖은 난관이 있었지만 서천군과 시공사, 입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극복해 냈어요. 특히 입주자들의 역할이 컸지요. 서천군에서 생태 마을을 조성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귀농을 원하는 사람,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 은퇴를 앞둔 사람 등 전국 각지에서 34명이 모였습니다.

 

 

전국에서 입주자가 모여들었군요.

 

 

2006년 말에 입주 가구가 최종 확정됐는데, 그중 충청도 출신은 3명밖에 없었어요. 그때부터 입주자들이 모여 자치회를 만들고 매달 한 차례 ‘달모임’을 가졌어요. 전국의 친환경 마을을 함께 견학 다니면서 마을을 어떻게 조성할지 구상했죠.

 

집 배정, 집 구조, 가로수, 대지 지분 분배 등 달모임에서 마을 조성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의논하고 결정했어요. 의견이 엇갈릴 때도 다수결이 아니라 1박 2일 토론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전원 합의를 이끌어냈어요.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마을 주민들끼리 정말 끈끈해졌지요.

 

 

 

 

마을 사람들 모두 ‘생태적인 삶’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들었습니다.

 

 

산너울마을은 태양광·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 생태 마을로 조성되었습니다. 덕분에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전기료가 거의 들지 않아요. 공용 시설도 모두 친환경적이죠. 상수도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생활하수는 갈대와 각종 미생물이 가득한 습지를 조성해 자연정화를 합니다. 마을 도로도 물이 흡수되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어요.

 

또 이곳에는 전봇대와 가로등이 없어요. 인공 빛이 생태계를 교란할까 봐 설치하지 않았고, 또 주민들이 밤에 별을 보길 원해 가로등 대신 높이 80cm의 태양광 조경등을 달았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마을 사람들 모두 ‘생태적인 삶’의 가치를 공유하기에 가능했습니다. 마을 곳곳에 이러한 삶을 추구하는 주민들의 생각이 깃들어 있지요.

 

 

마을 규모가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3만m²(약 9,100평)의 부지에 34가구의 주민 100여 명이 3개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50대 이상이지요. 60대 이상은 은퇴한 분들이고요. 그러나 30·40대도 여럿 살아요. 마을에 학생이 13명이나 돼요. 모든 세대가 더불어 사는 거죠. 그래서 더 좋아요.

 

 

집 구조가 궁금합니다.

 

 

에너지 절약과 건축비 절감 차원에서 한 건물에 2가구가 붙은 형태로 지었습니다. 다만 공간은 분리돼 있고요. 크기는 59.4m²(18평), 79.2m²(24평), 105.6m²(32평) 세 종류입니다. 흙과 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지었고, 내부 구조는 거실 하나에 방 3개가 기본인데, 이를 각자 상황에 맞게 조정했어요. 1인 가구는 거실을 넓게 빼는 대신 방은 하나만 두는 식으로요.

 

 

 

 

공동 시설도 꽤 갖춘 것 같습니다.

 

 

취미실, 도서관, 어린이 놀이터, 야외무대, 복합문화관, 공동 텃밭 등이 있습니다. 복합문화관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모든 입주세대가 2평에 해당하는 돈을 내서 지었지요.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 외부인이 이곳을 이용하려면 주민과 동행해야 합니다.

 

 

공동체 규약 같은 게 있습니까?

 

 

자치회에서 마을을 운영하는데, 마을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주민총회에서 합니다. 마을에는 주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약도 있죠.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동물은 기를 수 없다’ ‘옆집과 담을 쌓지 않는다’ ‘공동체를 지향한다’ ‘복지ㆍ편의 시설은 공동으로 관리한다’ ‘대지는 공동 지분으로 한다’ ‘주택을 매매할 경우 마을회의를 거친다’ 등입니다. 이 규약은 공증까지 받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해도 산너울마을에 살려면 지켜야 할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주민들 교류는 활발한 편인가요?

 

 

주민끼리 소통이 잘되고 교류도 잦아요. 마을 내에 동아리도 여러 개 있어요. 붓글씨 동아리, 연극 동아리, 메주 동아리 등이 있는데 모두 주민 재능 기부로 운영되죠. 연극 동아리는 마을 복합문화관에서 공연도 합니다. 귀농이나 귀촌을 한 분들 중에는 원주민들과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등고리 주민들과도 길 닦기, 칠석, 정월 대보름, 체육대회 등 1년에 네 차례 이상 교류하며 잘 지내요.

 

 

사람 사는 곳이라 갈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을 텐데요.

 

 

우리 방식대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죠. 물론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저마다 개성도 강해 부딪칠 때도 있지만, 마을 환경 조성 사업 계획 같은 공동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산너울마을에 입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집을 매매해야 하는데, 매물은 마을 홈페이지에 공지합니다. 매매 전에 주민자치회 회장과의 면담이 필수예요. 산너울마을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자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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