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와 걸으세요, 삶이 내 것이 됨을 느낍니다

기사 요약글

혼자 걷고 또 걷다 보면, 이제야 삶이 내 것이 됐다는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 도보 여행가 황안나씨를 만났다.

기사 내용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임진각까지. 국내뿐 아니라 산티아고, 동티베트, 아이슬란드 등 전 세계 오지를 걸은 도보 여행가 황안나 씨.

평생 ‘나를 위한 삶’은 거의 잊고 살았던 그는 57세에 안온한 둥지를 박차고 세상밖으로 나섰다.

 

 

 

 

도보 여행자가 되기 전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천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열아홉 살때 초등학교 교단에 섰어요. 결혼 전에는 동생들 학비를 대느라 고생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절대 빈곤의 삶을 살았죠. 다행히 남편이 뒤늦게 사업에 성공하면서 50대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 풍요를 맛보았지만, 오히려 이 때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들더라고요.

 

그래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신 건가요?

교실에서 차를 마시며 바깥을 내다보는데 문득 ‘벌써 내 나이가 쉰일곱이나 됐네?’ 싶더라고요. 얼마나 여유가 없었는지 그동안 나이 먹는 것조차 잊고 살았던 거예요. 이게 문제다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좀 쉬기로 했죠.

 

도보 여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은퇴 후에 여행과 운동으로 나만을 위한삶을 살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죠. 특히 65세가 되던 해, 방송에서 해남 땅끝마을 소식을 듣는데, 마치 그 땅이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바로 해남으로 떠나셨나요?

네. 지금도 해남까지 왜 걸어갔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모두가 무리하지 말라고 저를 말렸지만, ‘땅끝’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득한 느낌이 궁금했거든요.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해남에 도착할 때까지 그저 앞만 보고 걸었지요. 강진에 도착할 즈음, 발바닥에 생긴 물집이 죄다 터져 만신창이가 될 정도였지만 끝내 목표 지점에 골인했어요.

 

엄청난 도전에 성공하셨군요.

저도 반신반의한 도전이었어요. 길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즐기지 못한 채 그렇게 고지식하게 걸었죠. 첫 도전인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종단을 하고 나니 세상과 내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첫 도전 이후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볐어요. 관광지만 다녔을 때는 전혀 알 수 없었던한적한 마을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났고,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을 동무 삼아 걷고 또 걸었지요.

 

 

 

 

체격도 작고 마른 편인데 특유의 강인함이 풍기는 것 같습니다.

저를 보면 다들 이렇게 작은 몸으로 어떻게 그 먼 길을 걸었느냐고 묻지만, 제가 이래 봬도 다리 근육 나이는 40대, 생체 나이는 50대랍니다(웃음). 척추 수술을 받은 적도 있고, 어깨 인대도 늘어났지만 걷다 보니 하루하루 몸이 건강해지더라고요. 물론 몸 근육보다 마음 근육이 더 강해졌고요.

 

걸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걷기 시작하면 사고(思考)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죠. 일상생활에서 절대 불가능한 사색이 혼자 걸으면 가능해요. 나를 돌아보고 인생을 반추하게 되죠. 걷고 또 걸으며 이제야 삶이 내 것이 됐다는 충만한 느낌이 들었어요.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짧으면 몇 주, 길게는 몇 달씩 훌쩍 도보 여행을 떠나는데 남편은 묵묵히 응원해줘요. 기자 생활을 하던 아들과 며느리는 제 영향을 받았는지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 전문가가 되어 세상을 떠돌고 있어요.

 

인생 2라운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신다면요?

저를 보며 더 많은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고 걷기 시작했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문밖으로 나가세요. 걷다보면 오롯이 ‘나’만 남게 되면서 나에 대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사색하는 즐거움도 반드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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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장혜정 사진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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