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엄마의 동업, 도자기 공방 모녀의 2라운드

기사 요약글

경기도 안양에 64세 엄마와 34세 딸이 만들어가는 도자기 작업 공간이 있다. 약 30년 간 도자기 작업에 매진한 엄마, 어릴 적부터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연히 도자기에 빠져, 도자예술까지 전공한 딸이 합심해서 연 <나미공방>이다.

기사 내용

 

 

Q. 어머니와 딸이 같은 명문 미대 출신이네요.

 


이정미(이하 엄마): 이화여자대학교 장식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로 잠시 일했어요. 이후 20년간 아동미술학원을 운영했고요.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도자기 작업을 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해서 작품 활동으로 발전시켰고, 환갑을 훌쩍 넘은 지금은 공방에서 많은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남희(이하 딸):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과를 전공했어요. 예고를 나왔는데 학창시절에는 그림만 그리다가 곁에서 열정적으로 도자기 작업을 하는 엄마의 영향으로 재미삼아 도자기를 몇 번 만들어 봤어요. 예상 밖에 참 재미있었고 그 매력에 빠져 결국 도자기를 전공으로 택하게 되었네요.

 

 

Q. <나미공방>에선 어떤 걸 하나요?

 


딸: 나미공방은 도자 수업을 하는 곳으로 연지는 1년 남짓 되었어요.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었죠. 터를 안양으로 택한 이유는 둘 다 안양에 거주하고 있어서예요. 이유가 너무 간단하죠? 깊이 있는 수업을 원하는 정규반부터 도자 제품 한 가지를 완성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신 수강생께는 주로 물레 체험을 해보실 수 있게 하고 있어요.

 

 

 

 

 

 

Q. 모녀가 함께 공방을 연 계기가 있을까요?

 


딸: 평범한 낮에 엄마와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함께 쓰는 작업실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아마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던 것 같아요. 제가 일찍이 육아를 시작해 벌써 4살, 6살인 두 딸 아이를 키우며 프리랜서로 간간이 하고 있던 디자인 작업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제 마음 속에는 늘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림도 그리고 도자 작업도 할 수 있는 예쁜 공방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런 제 마음에 엄마가 돌을 하나 던지신거죠.


엄마: 사실 저희 모녀는 둘 다 ‘불도저’ 같은 성격이에요. 한번 마음 먹으면 직진이죠. 밥 먹다가 나온 공방 얘기에 아마 그 몇 주 사이에 부동산을 알아보고 공간을 계약 했던 걸로 기억해요.

 

 

Q. 공방 준비까지 어렵지 않았나요?

 


딸: 이후 공방을 꾸려나가며 의견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엄마가 제가 원하는 공방 콘셉트에 맞춰주려고 노력하셨을 거에요. 공간 위치 선택은 엄마가 경험이 많으시니 저도 믿고 따랐고요.


엄마: 이전에 공방으로 썼던 공간을 찾아낸 덕에 인테리어 비용이 절약되었고, 가마, 물레 등 필요한 장비 비용으로 500만원 정도 들었어요. 도자의 기본 재료인 흙은 비싸지 않아 임대 보증금을 제외하고 투자금이 크지 않았죠.

 

 

 

 

 

Q. 수익은 어때요?

 


엄마: 주수익은 수업인데 그 동안 코로나 여파로 클래스를 진행하다 쉬기를 반복해서 운영이 안정적이지는 못해요. 그렇다 보니 아직은 월세와 지출을 빼고 각자 용돈 정도 수익이 발생하는 상황이에요.


딸: 서류상으로는 제가 대표로 사업자를 내서 어머니가 고용된 형태이지만 투자금도 반, 수익금도 반으로 나누고 있어요.

 

 

Q.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딸: 가족끼리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죠. 사실 저는 공방에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고 저희 딸들도 공방에 가면 할머니가 계신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 같아 좋은 점이 힘든 점보다 많아요. 육아와 일을 병행 하다 보니 급한 일이 자주 생기곤 하는데 아이나 공방 일을 엄마에게 편히 부탁드릴 수도 있죠. 하지만 공방에서 나오는 빨래, 청소 등의 정리를 묵묵히 해주시고 제가 수업이 많을 때는 할머니 역할까지 소화하시는 엄마가 분명 힘드실 거에요.


엄마: 저희 모녀의 경우 관계에서 오는 갈등보다 각자의 가정도 돌봐야 한다는 큰 미션이 있어 여기에서 오는 힘듦이 존재해요. 사사롭게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보니 지금의 공간이 둘이 함께 쓰기에는 좁은 편이라 이 부분도 고민 중이에요.
하지만 이 외에 좋은 점이 많죠. 아무리 제가 도자 작업에 딸보다 내공이 깊어도 이를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성으로 풀어내는 건 딸이 훨씬 잘 하고, 저희 작업을 온라인에 소개하고 숍으로 운영하는 것도 딸이 없으면 할 수 없죠.


딸: 사소한 의견 차이도 있긴 해요. 저는 돈을 많이 쓰더라도 공간이 좀 더 깔끔하고 좋아 보이게, 특히 젊은 사람들이 SNS에 올리고 싶도록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길 바라요. 그래서 작업 환경이나 기본적인 생활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예쁜 내부 인테리어를 원한다면 엄마는 생활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꼭 구비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세요.

 

 

 

 

 

 

Q. 동업자로서 두 사람만의 갈등 해결법이 있나요?

 


엄마: 특별히 모색한 솔루션은 없어요. 공방 오픈 초기에는 당연히 둘 다 매일 나와서 수업도 함께 하고 잡일을 도맡았어요. 어느 날 보니 둘 다 금세 지쳐있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각자 수업을 맡아서 하는 요일을 정했어요. 격일 출근제처럼 번갈아 출근 하니 일과 집안일, 개인 생활을 병행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어요.

 

 

Q. 그럼에도 남편도 친구도 아닌 엄마와 딸이 함께라 좋은 점이 있죠.

 


딸: 모녀 관계를 다른 관계랑 비교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작은 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가볍게 집에 모여 저녁을 먹다가도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커리큘럼 회의(회의라기엔 거창하고 거의 수다이지만요. 웃음), 가마에 불을 붙이고 끄는 일정 조율 등 둘이 상의 해야 할 일 이야기도 스트레스 없이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무엇보다 저는 개인 작업을 하거나 샘플 작업을 할 때 엄마의 존재만으로 큰 힘을 얻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막힐 때가 많아요. 항상 내편일 것 같은 남편에게 조차 의견을 묻기 부끄러울 때가 있고, 혹 비판을 받으면 마음이 힘든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30년 연륜의 도예가이자 영원한 스승인 엄마에게는 부끄럼 없이 물어보고 배우면서 작업의 방향을 잡아가니 늘 순탄하게 진행 할 수 있답니다.


엄마: 딸과 같은 전공을 하고 같은 일을 한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부족해지는 젊은 감각을 딸을 통해 채울 수 있어 늘 신선한 자극이 되지요. 딸이 저와 함께 공간을 꾸리겠다고 했을 때도 걱정보다는 딸이 육아 중인데 일과 병행할 수 있을지 그 부분이 안쓰러울 뿐이었어요. 함께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 시너지에는 의심이 없었답니다.


딸: 어릴 적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운영하던 미술 학원으로 가곤 했어요. 그림에 둘러싸여 자랐죠. 그렇게 어느새 미대생이 되었더라고요(웃음). 엄마가 운영하던 학원은 그 당시에도 규모가 꽤 컸는데, 여장부처럼 그곳을 운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항상 존경심이 있었어요. 그런 엄마와 함께 누군가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을 꾸려나갈 수 있어 힘들기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큽니다.

 

 

 

 

 

Q. 모녀가 같은 일을 꾸려 나가려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 드려요.

 


엄마: 모녀 관계 라는 게 참 편하면서도 어려울 수 있죠. 엄마는 딸이 성인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해요. 여전히 아이 취급 할 때가 많거든요. 무엇보다 우리네 기성세대보다 잘 할 수 있는 강점을 발견해서 인정하고 믿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딸은 엄마가 인생의 선배이자 자신의 버팀목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대고 따른다면 어떤 일이든 함께 하는데 큰 갈등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나미공방>에서 어떤 일을 계획 중인가요?

 


딸: 지금까지는 클래스 위주로 공방을 꾸려왔어요. 올해 저희 목표는 모녀가 합심한 나미공방만의 색을 띤 판매 상품 개발에 힘 쓰는 거에요. 저희 그릇을 더 많은 분들이 쓰실 수 있길 바라며, 온라인 스토어 오픈을 열심히 준비 중이랍니다!

 

 

나미공방

안양시 동안구 동편로27번길 6-6
0507-1345-5057

 

 

기획 임소연 사진 이준형(스튜디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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