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변호사가 밥을 바꾼 후 생긴 일, 통곡물 자연식

기사 요약글

먹거리는 건강의 바로미터다. 통곡물 자연식을 실천하는 강지원 변호사에게 2라운드 인생의 먹거리에 대해 물었다.

기사 내용

 

 

 

 

 “저는 BMW입니다. 10년 됐어요.” 인터뷰 전날 주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 번호를 묻자 강지원 변호사가 건넨 답이다. 순간 차종으로 오해했지만 그의 BMW는 차종이 아니다. Bus, Metro, Working의 준말이다. 6년 전부터 노르딕워킹 KI 협회 총재를 맡아온 걷기 운동의 전도사답게 일상에서 걷기를 실천하는 그다.

 

강 변호사는 60세가 넘은 2010년 변호사 사무실을 폐쇄하고 스스로 법조계에서 은퇴했다. 남은 인생을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살기로 결심한 그는 사회운동가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푸르메재단 이사장, 교통사고피해자지원 희망봉사단 회장, 타고난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 상임대표,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위원장,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 등 그간 우리 사회에 공헌하며 걸어온 삶의 이력과도 잘 어울리는 옷이다.

 

이렇게 좋은 일 벌이기를 즐기는 그가 요즘 주력하는 사회운동은 통곡물 자연식이다. 2년 전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아 ‘밥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며 대국민 통곡물 자연식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통곡물이란 무엇인가요?

 

 

‘통째로 먹는 곡물’이라는 뜻이에요. 귀리, 조, 콩 같은 곡물은 도정 자체를 안 하지만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 보리, 밀은 도정을 합니다. 문제는 도정할 때 겉껍질뿐 아니라 속껍질까지 벗긴다는 겁니다. 쌀의 경우 왕겨를 벗긴 것이 현미, 현미에서 속껍질과 씨눈까지 벗긴 것이 백미입니다. 보리는 도정하면 겉껍질과 속껍질을 함께 벗겨버리고요. 결국 우리 몸에 중요한 건 다 깎아버린 탄수화물 덩어리만 먹고 있는 것이지요. 통곡물 자연식은 겉껍질만 벗긴 곡물을 통째로 먹자는 것입니다. 

 

 

왜 통곡물 전도사가 됐나요?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2013년에 코멘테이터로 출연했어요. 한참 배가 고플 오후 5시부터 내리 두 시간 내내 생방송이 이어졌기에 방송 직전 소보로빵과 크루아상, 초콜릿 바 같은 칼로리 높은 것을 먹고 방송 끝나면 밥을 먹곤 했지요. 8개월 후 몸무게가 5kg이 늘었어요.

 

그리고 3개월 후 스리랑카에 갔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체중을 재보았더니 3kg이 빠진 겁니다. 아침저녁으로 싱싱한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한 것이 시사점을 주었습니다. 살을 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데, 참 희한했어요. 아무래도 먹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100여 권의 책을 읽으며 공부했어요. 우리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해야 하고 좋은 공기도 마셔야 하고 심리적인 안정도 구해야 하는데, 건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바로 먹는 거였어요. 

 

 

식단을 어떻게 바꿨나요? 

 

 

우리 몸은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좋은 영양소냐 나쁜 영양소냐에 따라 신체가 변하는 겁니다. 즉 몸은 먹는 것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풀어야 해요. 공부하면서 반성했던 것이 먹는 것을 너무 무시했다는 겁니다.

 

백미, 흰 밀가루로 만든 빵과 과자, 라면을 별생각 없이 먹었던 삶을 철저히 회개하고 반성하며 결심했죠. 첫째로 주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주식은 쌀이고 빵이잖아요. 그래서 밥을 바꿨습니다. 현미, 통밀, 현미 찹쌀, 귀리, 기장, 검은콩 위주로요. 그리고 특별한 운동도 안 하는데 한 달에 1kg씩 1년 동안 13kg이 빠졌어요. 더 중요한 건 그 이상으로 안 빠져요. 지금 몸무게가 5년째 그대로입니다. 

 

 

 

 

현미나 귀리 등의 곡물이 건강엔 좋지만 거칠고 딱딱해 소화가 안 돼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통곡물은 딱딱하고 거칠지요. 그래서 이 곡물을 먹을 땐 철저하게 씹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사람은 잘 안 씹는 사람,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요. 그러면 통곡물의 효과도 제대로 누릴 수 없습니다. 통곡물 자연식은 저작운동이 핵심입니다. 

 

 

몇 분 정도나 씹어야 하나요? 

 

 

우리는 너무 후다닥에 익숙해 있어요. 식사도 마찬가지지요. 밥 먹는 시간이 대개 10~15분 정도입니다. 잘 씹고 삼키려면 적어도 30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곡물이 입안에서 엿당이 될 때까지 씹는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면 침(아밀라아제)이 나와 녹말을 맥아당으로 바꿉니다. 맥아당은 엿처럼 맛있다고 해서 엿당이라고도 하지요. 엿당으로 바뀐 다음 삼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침이 많이 나올 때까지 씹은 뒤 삼켜서 위로 보내지요. 그래야 소장에서 포도당으로 흡수됩니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엿당으로 바뀌기 전에 삼키기에 소장이 너무 빨리 음식물을 넘겼다고 우리 몸에 보낸 신호라고 할 수 있지요.

 

시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음식은 먹기 시작한 후 15~20분이 지나야 뇌에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흰 쌀밥은 10분 이내에 다 먹어버립니다.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다 먹는 것이지요. 

 

 

빠른 식사가 과식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는 말씀이네요. 

 

 

뇌가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계속 먹게 되니 과식하고 몸에 탄수화물만 쌓이게 되는 겁니다. 탄수화물은 몸에서 지방으로 저장되기에 결국 과지방이 돼 뱃살로 나타나는 거고요. 빨리빨리 문화가 성질만 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 망가지게 한 셈입니다. 씹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 자연의 섭리인 거지요. 

 

 

 

 

통곡물 씹기의 요령이 있나요?  

 

 

먼저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밥을 입에다 넣은 후에는 반드시 수저를 밥상에 내려놔야 합니다. 왜? 들고 있으면 반찬의 유혹을 받기 마련입니다. 밥하고 반찬을 함께 삼키면 맛있어서 또 삼키게 되거든요. 앞서 말했듯 씹을 땐 엿당이 나올 때까지 즉 단맛이 나올 때까지 씹어야 하고요. 

 

 

식사 시간이 지루하지 않나요? 

 

 

처음엔 지루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우두커니 식탁에 앉아 있기 힘들어 입에다 밥 한 숟갈 넣고 씹으면서 옷 갈아입으러 간다든지 주변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습관이 되니 지금은 딴짓을 하지 않아도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즐기는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

 

 

씹는 순간순간을 즐긴다고 할까요. 씹는 것에 몰입하면서 잡념을 버리는 겁니다. 이를 두고 ‘씹기 명상’이라고 이름을 붙이자는 사람도 있었지요(웃음). 어렵다면 씹는 순간마다 ‘감사합니다’라고 해보세요. 사람들은 행복에 관해서 얘기할 때 마음의 행복을 중점적으로 얘기합니다. 그래서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거나 마음의 변화를 통해 행복해지려고 하지요.

 

그런데 마음의 평안만으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어요. 물론 정신(마음)을 수련하면 그만큼 몸도 좋아집니다. 그러나 몸도 그만큼 수련해야 합니다. 심신일여(心身一如),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하잖아요. 몸이 좋아진 만큼 마음도 좋아집니다. 그런데 몸 수련의 핵심이 바로 먹는 것이고 씹기 운동입니다. 씹기 운동은 뇌 운동입니다. 씹을 때 머리를 자극하니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하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나요? 

 

 

통곡물 자연식으로 씹기 운동을 철저히 한다는 가정하에 일주일 후면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대변이에요. 깜짝 놀랄 겁니다. 과거에는 딱딱한 변이, 찔끔찔끔 나오던 변이 황금색 변으로 바뀌어 있을 겁니다. 통곡물에 있는 핵심적인 요소가 섬유질이잖아요. 몸의 독소와 노폐물을 빼주고 장을 건강하게 해주지요.

 

또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몸의 면역력을 높여줍니다. <동의보감>에 ‘장청뇌청’이라는 내용이 나와요. 장이 깨끗하면 뇌가 깨끗하다는 거예요. 뇌와 장이 신경세포로도 연결돼 있지만, 영양분의 통로로도 연결돼 있다는 겁니다. 또 의료계에서 ‘피부는 장의 거울’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요즘 피부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요. 제 얼굴을 자세히 보면 검버섯 자국이 있어요. 이게 전에는 까맣게 드러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국만 남았어요. 장이 깨끗해지니까 혈관이 깨끗해지는 거잖아요. 혈관은 또 몸 세포에 영양분을 전해주잖아요. 피부도 세포이니 피부가 좋은 영양소를 공급받아서 깨끗해진 거지요. 통곡물 밥, 통밀빵이야말로 장 청소부, 혈관 청소부, 세포 청소부입니다. 

 

 

집 밖에서는 통곡물 자연식을 어떻게 하나요? 

 

 

아무래도 밖에서 식사할 때는 쉽지 않지요. 통곡물 자연식 식당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나올 때 통곡물 밥만 도시락에 싸서 식당에서 비빔밥을 주문해 함께 먹곤 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일단 마트에서 현미를 구입할 때는 도정 날짜를 꼭 확인하세요. 일주일 이내의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한꺼번에 많이 사지 말고 소량으로 사세요.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산패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남은 쌀은 냉장 보관을 하세요. 기왕이면 가정용 즉석 도정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곡물의 영양과 생명력이 온전히 담겨 있고, 물에 불리지 않아도 맛있는 밥이 됩니다. 

 

 

통곡물 자연식 실천 운동뿐 아니라 나눔과 봉사 등 다양한 사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은퇴 이후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바쁘지만 사회운동이 제 적성에 맞아 행복하게 일합니다. 제 목표가 몸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하고 ‘이삼사(2, 3일 앓다가 죽자)’ 하자입니다.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소일하는 건 의미 없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찾아서 하자는 원칙을 갖고 노력합니다. 다만 일하되 돈벌이를 위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내(김영란 전 대법관)와도 이 점을 합의했고요. 

 

 

2라운드 인생을 준비하면서 어떤 점을 깊게 고민했나요? 

 

 

인생 1막을 잘 살았나? 스스로를 돌아봤지요. 검사라는 직업은 저의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당시 관료적인 문화로 인해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만두고 싶었지만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까지는 하자며 참았지요. 그 대신 내 행복을 위해 찾아낸 것이 청소년 운동, 여성 인권, 장애인 인권 운동이었어요. 그리고 60세가 되면서 법조계 일을 그만두고 사회운동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지요. 

 

 

 

 

2라운드 인생을 준비하는 중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몸의 행복을 위해서 통곡물 자연식을 실천하고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 적성을 찾으세요. 예를 들어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하려고 한다면 닭을 튀기는 일이 적성에 맞아야 합니다. 저는 변호사 상담실에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회운동을 하는 게 적성에 맞아서 사회운동가로 2라운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타고난 적성 찾기 운동도 하시는데, 중년의 적성 찾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게 적성입니다. 중년들도 늦지 않았어요.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면 내가 젊었을 때 하고 싶었는데 못 해본 게 뭐였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일부터 해보는 겁니다. 돈으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명예로부터 해방되세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존중하세요. 내 안에 길이 있습니다.

 

 

기획 이인철, 우성민  사진 박충열, 지다영(스튜디오 텐),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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