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보면서 건배! 랜선 송년회 제대로 즐기는 방법

기사 요약글

코로나 여파로 송년회, 신년회를 온택트로 진행한다는데, 랜선 모임은 어떻게 진행될까? 또 제대로 즐기려면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제물포고등학교 21회 졸업생들의 특별한 '랜선 송년회'를 참고하자.

기사 내용

  

 

 

지난 21일 오후 2시. 약 100명의 중년 남성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거리 두기 3단계 격상’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싶겠지만 안심하시라. 인천 제물포 고등학교 21기 동창생(동기회장 이광렬)들인 이들은 지금 초유의 ‘화상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공유된 링크로 접속 중일 뿐, 실제 만나는 것은 아니다. 

 

 

모니터, 스마트 폰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든 친구들

 

 

송년회가 열리기로 한 3시가 되자 화면 가득 반가운 얼굴들이 들어찼다. 누군가는 집, 누군가는 회사, 누군가는 밖으로 접속한 장소도 제 각각이다. 사정상 참석하진 못했지만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나 박남춘 현 인천시장도 이 동창회 멤버다.

 

“이게 얼마만이냐 잘 지냈냐” “너는 어째 더 젊어졌다” “아들 결혼했다며 축하한다” 하고 싶은 말이 태산, 늘어놓고 싶은 추억이 구만리다. 작년만 해도 직접 만나 서로 악수와 포옹을 나눴던 그들은 코로나 19가 유발한 ‘단절의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고 있었다. 

 

 

 

사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던 몇 달 전, 회장, 총무를 비롯한 ‘임원진’들은 송년회 개최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급변하는 상황 탓에 함부로 장소를 예약하기도 그렇고, ‘없던 일’로 하자니 모두들 아쉬움이 컸다. 

 

그때 대안으로 ‘랜선 송년회’ 얘기가 나왔다. 사실 이 학교 동창생 가운데 몇몇은 이미 화상 회의로 인문학 강좌 등을 함께 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대면할 순 없지만, ‘기기의 힘’으로도 얼마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확인했던 터. 심지어 멀리 해외에 있거나 사정상 참석할 수 없는 친구들까지도 ‘접속’만 하면 얼마든 송년회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행사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언택트 송년회 덕에 해외에 있는 친구들까지 참석

 

 

이 동창회 총무이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김용환 교수는 이번 송년회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동창회의 콘셉트를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reconnect 40 years’로 정했어요. 저희가 77년도 졸업생인데 그게 44년 전이니 대략 40년으로 쳤죠. 여기에 그간 다들 치열하게 사느라 헤어져 있었으니 이제라도 다시 만나자, 연결되자! 라는 뜻을 더하니 나름의 의미가 생기더군요. 해외에 나가 있거나 기타 사정상 참석이 어려웠던 친구들까지 연결된다니 이만큼 뜻 깊은 자리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화상 송년회’ 쪽으로 가닥을 잡은 운영진들은 10월부터 이날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준비란, 동창생들로부터 사진과 동영상들을 취합하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랜선’으로 만나는 동창생을 위해 누군가는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영상 편지를 보내왔다.

 

이것들의 순서를 정해 편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임원진 모두 꼭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아이처럼, 기꺼운 마음으로 즐겁게 ‘그 날’을 위해 뜻을 모았다. 김용환 교수는 “특히 이 동창회 임원인 한양여대 영어학과 안병대 교수가 음악 선곡에 신경을 많이 써 완성도 높은 영상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렇게 열린 이날의 ‘랜선 송년회’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접속이 몰려 기기 반응이 느려질 정도였는데, 동창생 하나하나의 이름과 사진이 등장할 때마다 모두들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동창 내외가 선보인 색소폰 연주 ‘사랑하는 이에게’나 성악가 못지 않은 실력의 친구가 부르는 ‘고향의 노래’에 환호하기도 했고, 등산, 테니스 낚시, 인문학 감상 등 동창들끼리 소규모로 운영하는 ‘각종 모임’의 사진을 보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축하 영상 만들어 친구들에게 안부 전하기도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송년회의 하이라이트는 ‘해외 동기 축하영상’ 시간이었다.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저지 등 먼 타국에서 수 십 년 만에 안부를 전해온 친구들의 모습은 모두에게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까까머리 ‘학생’이 어느덧 희끗해진 머리로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자”라는 인사를 하자 화면 너머에서 살짝 눈물을 훔치는 동창들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40년만에 ‘다시 연결’된 그들은 그렇게 반갑고 애틋한 재회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금, 상품권, TV, 화장품, 유산균 등 경품이 빵빵 터지는 추첨 행사를 마친 뒤, 교가 제창으로 3시간여의 ‘온라인 송년회’를 마무리한 그들은 다시금 ‘온라인 모임’을 기약하며 ‘로그아웃’했다. 오늘의 경험이 그들에게 (자주 만날 수 있다는)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김용환 교수는 “그간 줌(화상 회의 서비스)으로 친구들을 만나보니 옆에서 부인이 말을 걸거나 주위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등 재미있는 돌발 상황이 많았다”며 “코로나 19로 많은 제약이 생겼지만, 그 반면 기술의 발전으로 어쩌면 모르고 살았을 이런 뜻밖의 재미들을 알게 됐다”고 웃었다. 

 

기기의 활용을 낯설고 두렵게 여기는 동창도 있었지만, 이번 ‘화상 송년회’가 새로운 세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해줬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램이라고. 송년회는 끝났지만, 그들의 ‘랜선 모임’은 계속 될 예정이다. 

 

 

 

 

줌으로 송년 홈파티

 

 

제물포 동기들의 랜선 송년회처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활용한 이색 송년모임들도 많아졌다. 송년회, 신년회를 비롯해 모임에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프로그램은 줌이다.  줌은 화상 회의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비슷한 서비스로는 구글 미트, 시스코 웹엑스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비대면 회의기능을 활용하는 것. 

 

지역 수공예 모임에서 활동하는 김선숙 씨는  며칠 전 모임 회원들과 함께 송년 홈파티를 진행했다. 방식은 각자의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준비한 뒤 ‘줌’을 켜고 모이는 것. 

 

"아늑한 내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밤늦게까지 깔깔거리다 보면, 매년 연말 추위에 덜덜 떨며 이리저리 택시 잡느라 뛰어다니던 시절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요. 처음엔 이게 무슨 모임이냐며 회의적이었던 친구들도 점차 줌으로 진행된 홈파티의 매력에 빠지더라고요. 정말 같이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동물의 숲, 게임 속 송년회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원하는 사람들은 가상현실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가령 스마트폰에 가상 모임 플랫폼인 ‘인게이지’ 앱을 설치하면 회의실, 스튜디오 등 30여 곳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 참여자들이 실제로 함께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좀 더 생생하게 이를 느끼고 싶다면 VR 기기와 연동해 활용해도 좋다.

 

아바타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피규어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50대 직장인 이성순 씨는 동호회 송년 공지를 받았는데, '동물의 숲'이란 게임에 초대받았다. 게임에서 어떻게 송년회를 하지? 하는 생각으로 참석했는데, 색다르고 재미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일종의 가상 세계를 세우는 게임인데 무를 키워 내다 팔기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박물관을 세우기도 하죠. 이곳에서 예전 사이월드 미니미처럼 나의 아바타를 활용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가상의 세계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같은 말을 해도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이밖에 카카오톡 단톡방을 송년회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 '수다' 공간에서 벗어나 나와 사회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한 뒤 이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독서토론 모임의 대표로 활동하는 신혜식 씨는 모임 단톡방에 송년회를 공지하며, 올해 자신이 읽었던 책 중 최고의 책을 선정, 사진과 함께 추천리뷰를 요청했다.   

 

"모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니 그만큼 더 신중하게 고르고 리뷰하게 되죠. 그럼 참석자도 책을 리마인드 할 수 있게 되고요. 그래서 독서토론 모임의 취지에 맞게 이벤트를 열었던 겁니다. 연령 층이 다양해 줌으로 송년회를 하기 쉽지 않아 선택한 방법인데 회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어요. 내년에 읽어야 할 책 리스트를 갖게됐다는 분들도 많았죠."

 

  

코로나가 바꿔놓은 연말연초 송년회 풍경에서 보듯, 만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모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또한 이를 지원하는 유용한 프로그램도 많다. 각자의 상황과 방식에 맞게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기획 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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