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박범계 '검찰 개혁' vs 이채익 '검찰 통제'

기사 요약글

새롭게 시작한 21대 국회는 검찰개혁과 코로나19 이슈로 충돌하며 국민들의 바라는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여야 중진의원들이 올 한해 가장 뜨거웠던 정치권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기사 내용

 

<좌>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여야 중진들, 2020 대한민국 정치를 리뷰하다 

 

2020년 한 해가 저문다. 올 초 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를 삼킨 후 우리나라도 길고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빨려들었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소식은 들리지만, 한겨울 봄꽃을 기다리듯 멀고 간절하기만 하다. 올 한 해는 조국 사태, 검찰 개혁, 탈원전 등의 이슈로 소란스러웠다. 3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2020 대한민국 정치를 들어봤다.   

 

 

21대 첫째 해인 2020년을 돌아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은 무엇인지요? 

 

박범계 뭐니 뭐니 해도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민들의 신임을 받아 3선 고지를 통과한 것이 개인적으로 큰 보람입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만큼 저에게 많은 표를 몰아주셨어요.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국회 법사위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과제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온 점도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일도 있죠. 제가 지난 20대 국회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활동했는데, 그 2년 동안 혁신성장, 그중에서도 벤처창업국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어요. 징벌적 배상 손해범위 확대 등에 관한 법률도 통과시켰고요. 그런데 그 모양이 조금 만들어지는 도중에 법사위로 옮기고 말았어요. 그게 참 아쉬워요.  

 

이채익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여러모로 부족한 제게 울산시민 여러분께서 다시 한번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21대 국회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개원됐죠. 그런데 정치가 국민적 위기 극복에 앞장서기 위해 달라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각 개원에 정상적인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여당 독식의 국회가 된 점은 참 아쉽습니다. 

 

 

박범계 의원. 제19·20·21대 국회의원 (대전 서구을/더불어민주당).

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국가 차원에서 평가해볼까요? 우리 정부가 2020년에 가장 잘한 일과 아쉬웠던 일을 한 가지씩만 꼽아주시죠.  

 

 

박범계 정부는 올 한 해를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마칠 것 같아요. 코로나 대응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모범국가가 됐어요.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에 기초한 철저한 방역과 사후조치가 돋보였다고 봅니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 국민들이 불만 없이 따라줬던 게 중요한 시금석이 됐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미래 모범적 민주국가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죠. 아쉬웠던 일을 꼽으라면 총선 이후 여러 가지 갈등과 과제 해결을 위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총선 승리에 안주하며 묻혀버렸어요. 이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안 제시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이채익 코로나19 사태의 대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을 당시 초기 대응을 완벽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 유럽과 미국 등의 확산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안정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노력도 있지만 의료계의 의사, 간호사들의 헌신과 희생, 우리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쉬운 점을 들자면,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국민적 화합, 통합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인데, 문재인 정부는 도리어 국민을 둘로 나누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요.

 

친문 대 반문, 탈원전 대 친원전, 유주택자 대 무주택자 등으로 쪼개고 있습니다. 정치는 사회의 대립되는 이견을 절충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정치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법치 중심이 아니라 특정인에 의해 자의적으로 통치되는 인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채익 의원. 제19·20·21대 국회의원(울산 남구갑/국민의힘).

현 국방위원회 위원.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

  

 

한 해 동안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분수령이 된 사건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범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제가 2017년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어요. 당시에는 쌓여 있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워낙 강할 때였죠. 그러다가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를 만났고, 국가의 경제 여건이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죠. 경기가 하강하고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죠.

 

그런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 일자리의 한계가 드러났고요. 이런 여러 가지 변수와 요구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태세 전환에 대한 혼돈 상황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정의로움과 공정함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 반등을 위한 조치들을 요구했죠. 또 양극화가 강화되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우려들, 집값 폭등 이 모든 것이 혼돈스럽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희망과 요구 사이에 혼돈 상황이 일어났던 게 사실이고요. 저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60% 이상의 지지를 받는 ‘나라의 방향’을 고민하고 제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채익 21대 국회에서는 상생과 소통이 이뤄지길 원했지만, 결과적으로 거대 여당의 ‘의회 독재’ ‘상임위 독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당이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일당 독주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또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의회가 청와대의 거수기냐는 비판도 받고 있고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하며, 당정이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너무나 갈라져 있습니다.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큰 문제인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박범계 미국조차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현상이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됐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났죠.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이런 갈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제 외적인 문제들, 즉 사회개혁을 둘러싸고도 양극단이 대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건 의회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회는 이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관성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중심제라는 ‘승자독식’ 정치 구조와 맞물린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중심제를 의회 내각제로 바꾸면 갈등이 줄어드느냐? 그건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도 양원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통상적인 의회가 해결할 수 없는 계층적 과제와 같은 국가과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별도의 의회 구조, 즉 상원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1년에 처리하는 법안이 수천 건에 이릅니다. 국회가 이 모든 걸 다 하기는 너무나 벅찹니다. 그래서 10개 또는 20개의 소수 과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게 안 되니까 모든 갈등은 소송으로 갑니다. 갈등의 해결을 사법부에 맡기는 셈입니다. 그러나 사법부가 수많은 갈등구조를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채익 간단한 문제입니다. 통합이라는 것은 이해와 양보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어차피 사람이란 각자 저마다의 세계와 생각을 가지고 있잖아요.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때로는 손실이 있어도 화합을 위해 양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국민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정치가 통합, 상생의 정신을 실천해야 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이 먼저 통합에 앞장서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미국 대선에서도 현직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뭔가요? 바로 세계질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미국이 화합과 통합보다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전체주의적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적 혼란이 가중됐잖아요. 이런 일을 교훈 삼아 문재인 정권뿐만 아니라 정치인 모두가 각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검찰 개혁 문제가 너무 오래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박범계 제도적으로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어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곧 처장이 임명될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내년부터 시작될 거고요. 이런 제도상의 개혁 외에도 최종적으로 검찰의 조직문화가 내부의 동력, 즉 검사들의 자성과 변화를 통해 변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입니다.

 

대부분의 검찰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검사들의 반발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인사와 조직의 개편, 과거 특수부로 대표되는 직접 수사부서의 축소, 형사 공판부의 확대와 그곳에 근무하는 검사들의 인사상 배려 등도 진행됐습니다. 이런 개혁의 큰 방향은 모두 옳았습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검찰 수사의 내부 지침이 공개되면서 검찰도 절대 손댈 수 없는 성역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화됐고요. 이 과정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나타나는 현상적인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결국 검사들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국민의 개혁 요구에 수세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채익 최근의 검찰 인사를 보면 현 정권에 가까운 인사는 승진하거나 영전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과 현 정권 비리 관련 수사 검사들은 대체로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정치권으로부터 검찰 인사권의 독립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은 검찰이 정치권이나 금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신껏 수사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검사들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소신껏 일하겠습니까? 현재 검사들의 인사권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에게 있습니다. 검찰총장에게 인사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검찰총장을 통제, 견제하기 위해서죠.

 

그동안에는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해도 검찰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고 검찰을 견제하는 공수처가 새로 생기면서 검찰은 과거와 같은 막강한 권한을 사실상 잃은 상태입니다.

 

검찰총장은 2년 임기의 비정치인 출신 공무원이지만,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 겸직도 가능합니다. 결국 정치권 출신 장관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요. 법무부 장관이 지금처럼 계속 인사권을 가지는 것 또한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이 원하는 검찰 개혁을 어렵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진정한 검찰 개혁은 인사권 독립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큰 선거가 치러집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 이어 대선 후보까지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선거 승리를 위해 각 당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박범계 민주당에서도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혁신의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나는 매일 죽고 매일 새롭게 태어나리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당보다 과거에 함몰돼 있지 않고 미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일 겁니다.

 

국민의힘이 혁신경쟁에서 지금은 지리멸렬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혁신과 통합을 일사분란하게 부르짖는 날이 곧 온다고 봅니다. 그전에 민주당이 매일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혁신성장과 관련한 규제 혁파, 집권당이 이를 솔선수범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경제적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채익 내년 재보선을 두고 지금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단독후보론을, 안철수 전 대표는 야권연대론을 내세우면서 대립하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야권 분열 및 갈등으로는 절대 내년 재보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봅니다. 선거는 당리당략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일입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나 안철수 전 대표도 큰 뜻에는 같이 하지만, 결국 후보를 어떻게 세우냐는 각론적인 방법, 절차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봅니다.

 

선거에서 야권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결국 야권 내부의 긴밀한 대화와 끊임없는 소통으로 오해나 불신을 해소해야 합니다. 야권이 내년 재보선, 차기 대선을 위해 변화, 쇄신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합니다. 

 

  

기획 이인철 장문식(정치 전문 기자)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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