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내 탓? 자책하는 보호자를 위한 처방전

기사 요약글

어렵고 힘든 치매 돌봄, 완벽한 돌봄의 방법이 없듯, 완벽한 보호자도 없다. 홍나래 교수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에게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위로한다.

기사 내용

 

*치매 명의가 말하는 치매 돌봄 시리즈*

1편. 아주대학교병원 홍창형 교수, 치매환자를 대하는 '감정 대화법'

2편.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홍나래 교수, '완벽한 돌봄'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3편. 이대서울병원 정지향 교수, 치매환자 보호자를 교육하는 'I-CARE 프로그램'

4편. 분당차병원 이강수 교수, 최소한의 자존심과 자아를 지켜주는 방법

5편.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교수, '지혜로운 돌봄'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

 

홍나래 교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군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을 맡고 있다. 2017년 정신건강의 날 기념식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2015년 경기도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 발전대회 정신건강증진 유공 표창을 받았다.

 

 

 

 

치매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요? 

 

 

치매는 나를 잃어가는 병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리죠. 그렇다고 그분이 정체성을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치매환자는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치매 돌봄을 이야기할 때 요양 시설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요양 시설은 자식이 없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현재 치매환자 중에서 요양 시설에 가고 싶어 하는 분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치매에 걸리는 나이가 되면 달라지겠죠. 부모님을 시설에 보내본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보호자들에게 여건이 안 되면 시설에 보내드리는 것도 치매환자를 위하는 길이라 말씀드려요. 예전에는 돌볼 수 있는 자녀도 많았고, 이웃들도 도와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어떤 요양 시설로 가는 게 좋을까요?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고 살펴봐야 해요. 시설도 천차만별이고 환자 구성도 다르거든요. 산책을 좋아하는 환자면 좀 멀더라도 뒷산이 있는 시설이 좋고, 자주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싶으면 집 가까이에 있는 곳이 좋겠죠. 치매환자들은 환경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한두 달 고생하니 가능하면 오래 있을 수 있는 시설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요양 시설에 가면 치매 증상이 더 나빠질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처음 한두 달은 적응하지 못해 힘들기도 하지만, 시설에 있으면 식사나 약물 관리가 잘돼서 오히려 더 건강해지고 얼굴이 좋아지는 분도 계세요. 그에 앞서 ‘내가 집에서 얼마나 돌볼 수 있을까’ ‘내가 시설에서 돌봐주는 것 이상으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죄책감 때문에 환자를 집에 모시면서 방임할 수도 있어요. 

 

 

 

 

환자에게 조심해야 할 보호자의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너무 어린아이 취급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기능이 동시에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은 살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가족회의를 할 때 환자가 뻔히 보고 있는데도 배제시키면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되, 안 되는 부분은 보호자가 메꾸는 쪽이 훨씬 인지 재활에 도움이 됩니다. 

 

 

보호자는 치매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중요한 메신저 역할을 담당합니다. 진료 전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살피면 좋을까요? 

 

 

치매뿐 아니라 다른 정신과 질병의 경우, 대개 보호자들은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환자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환자와 보호자의 밸런스가 맞아야 해요. 환자가 시설에 있는 경우에는 병원에 보호자나 다른 가족이 올 때가 있는데, 병원에 오기 전 환자가 이전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확인하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게 처방전을 준다면?

 

 

치매환자를 둔 보호자들은 누구나 힘들어해요. 나쁜 보호자로 보이는 분들조차 나름 열심히 하고 계실 거예요. 보호자들이 너무 죄책감을 갖지 말고 ‘나는 잘하고 있다’ 하고 스스로를 토닥였으면 좋겠어요.

 

완벽한 돌봄의 방법이 없듯, 완벽한 보호자도 없어요. 완벽한 돌봄은 세상에 없는 거라 생각하고,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기획 문수진 두경아 사진 김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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