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에 시작한 채널 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 (이하: <도시 어부>)가 시즌 2의 30회를 넘어가며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시청률은 들쑥날쑥 변동이 있어서 전성기 때의 4~5%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즌 2가 진행됨에 따라 초반의 2%대를 지나 3~4%까지는 올라섰다.
시즌 2의 경우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보다 젊은 세대가 주로 시청하는 OTT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되고 있기에, 보통 중장년이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상과는 달리, 시청 층을 20~30대까지도 확장하고 있다. 케이블 예능으로서 고정 시청 층을 확보한 프로그램이 된 셈이다.
초기 시작 멤버인 이덕화, 이경규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최진철 프로나 이태곤, 이수근, 김준현, 지상렬 등의 멤버들을 주축으로 여러 멤버들이 드나들면서 도시 어부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바다에 나가 가만히 낚시만 하는 프로그램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있었지만, <도시 어부>의 성과로 낚시도 예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인기 예능으로 <도시 어부>의 저력, 어디에 있었을까?
거대한 낚시 인구
<도시 어부>가 인기가 있다는 건 한국에서 실은 낚시가 메이저 취미 활동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2019년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낚시 인구 및 낚시용품 변동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추산 한국 낚시 인구는 850만 명에 달한다. 2016년에 조사된 767만 명에 비해서도 거의 90만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연 증가율을 3.9%로 잡으면, 2024년에는 낚시 인구가 천만 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낚시 산업은 한국의 온갖 레저 중에서도 캠핑과 더불어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단체여행이 사라진 이후, 5월에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낚시용품 판매량은 도리어 상승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낚시는 전용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예능의 주된 소재가 되지는 않았다. <도시 어부>는 이 조용한 거대 동호회의 존재에 주목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면, 이 프로그램의 잠재적 시청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덕업 일치” 여행 리얼리티의 장점
한편, <도시 어부>는 근본적으로 <1박 2일>처럼 텔레비전에서 반복적으로 제작했던 여행 리얼리티 예능의 성격을 띠고 있다. 남성 연예인들이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게임을 펼치고 내기를 하고 먹방을 하는 예능 포맷을 낚시와 결합시킨 것뿐이다.
장시원 PD는 방송 초기 인터뷰에서 1화에는 “같은 장면만 3시간이라 망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낚시도 잘 모른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낚시뿐 아니라, 보편 여행 예능적인 재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른 예능에 비해서는 정적이지만 그를 보완하기 위해, 출연자들끼리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대화를 살리고, 젊은 감각의 자막을 삽입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나만 믿고 따라와”도 이덕화가 준비 모임 때, 큰소리를 치며 “빌리브 미, 트러스트 미, 팔로우 미”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재미는 이렇게 자신만만했어도 “꽝 쳤을 때” 기가 죽는 큰형님의 모습에서 나왔다. 한편, 다른 방송에서는 투덜대는 이경규의 캐릭터가 여기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할 때의 열정과 대비되며 이 프로그램만의 특성이 되기도 했다.
회차가 거듭되며 반복적으로 등장한 멤버들에게 캐릭터나 별명이 생기면서 스토리텔링이 되었고, 탁 트인 강과 바다의 풍경이 대리 체험의 쾌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도시어부>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마음이 화면 너머로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돌돔을 잡았을 때 “나를 따르라!”라고 포효하는 킹 이태곤의 흥분을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다. 낚싯대에 아무런 신호가 없을 때, 내기에 져서 눈썹을 밀게 될까 걱정하는 지상렬의 초조함도 진심이다.
인내와 집중, 성취의 쾌감을 주는 스포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는 낚시라는 스포츠가 갖는 본연적인 미덕이 있다. 낚시는 그 말대로 기다려야 얻을 수 있고, 실력자도 아무런 성과가 없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마침내 닥쳐온 히트의 희열, 그 찰나의 기쁨을 위해서 오랜 기다림을 감내한다. 낚시를 삶에 비유하는 말들이 많은 것도, 이처럼 낚시의 좌절과 기쁨이 삶의 행로와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낚시는 측정 가능한 수치로 서로의 성과를 비교하는 경쟁 경기이기도 하지만, 한 번의 출조에서 결과가 없을 때도 또 다른 기회가 있기도 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경기이기도 하다. 개인전으로서 호승심을 불태울 수도 있지만, 서로 돕는 매너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인내심을 아는 사람들이 낚시라는 스포츠를 사랑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도 어떤 인내를 발휘할 여지가 있는지도 모른다.
물도 고기도 한자리에 멈추지 않듯이
에피소드를 착실히 쌓아간 <도시 어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여전히 낚시를 수렵 본능이 있는 남성의 스포츠처럼 해석하는 구세대적인 태도들은 만연하지만, 여성 낚시 인구도 늘어가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시즌 1에서는 장도연이 황금 배지 4개를 보유하는 등, 다양한 활약을 보여주었고 선배들과의 사이도 좋았다. 다영이나 한다감이 간간이 출연하고, 시즌 2에서도 김새론이 유명한 “욕 영상”에서 나타나듯이 꾸밈없는 낚시 욕심을 보여줘서 반응이 좋았지만, 현재는 정기적인 여성 출연자는 없는 셈이다.
고정 멤버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프로그램일수록 게스트 출연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갈리지만, 발전하는 예능으로서 출연진의 다변화도 꾀해야 한다. 또, 낚시인들이 많이 사랑해주는 프로그램인 만큼 한국 낚시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 볼 만하다.
코로나-19시대에서 거리두기와 함께할 방안은 물론, 어업에 중요한 환경적 문제들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이는 앞으로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즐기게 될 취미로서의 낚시가 필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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