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이라 욕해도 결국 당신이 <펜트하우스>를 보는 이유

기사 요약글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캐슬>을 잇는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K-드라마 막장극의 끝판왕이라 불린다. 막장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왜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걸까?

기사 내용

 

 

 

 

SBS 월화 미니시리즈 <펜트하우스>는 그 시작부터 단연 화제작이었다. 여기서 화제란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가 뒤섞인 표현이다. 소위 “K-드라마 막장극”의 3대 거장 중의 하나인 김순옥 작가와 이미 <리턴> <황후의 품격>을 통해 수위를 모르는 연출을 보여주었던 주동민 감독의 재회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스카이캐슬 + 리턴 = 펜트하우스? 

 

 

두 사람이 만났던 전작 <황후의 품격>이 잔혹한 장면들 때문에 방송 통신 심의 위원회에서 해당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1건, 경고 2건을 받는 등 온갖 논란을 일으켰지만, 주중 미니시리즈로서는 흔치 않게 10퍼센트 중반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SBS로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조합이었을 것이다. 거기 더해 이지아, 김소연, 유진 등 내로라하는 연기력과 매력의 여배우 셋이 경쟁하는 구도라는 것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펜트하우스>는 헤라팰리스라는 고급 주택단지와 청아예고라는 청아 재단의 학원, 두 곳을 중점으로 펼쳐진다. 주요 인물은 헤라팰리스 주민인 심수련(이지아)과 주단태 (엄기준) 부부, 성악가로 성공하였으며 현재는 성악 전문 선생으로 이름을 날리는 천서진 (김소연), 그리고 학창 시절에 천서진과 라이벌이었지만 그의 모략으로 자기 자리를 빼앗긴 후 현재는 부동산 중개업자 싱글맘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오윤희 (유진)이다.

 

심수련의 잃어버린 딸, 천서진과 주단태의 불륜, 천서진의 남편인 하윤철(윤종훈)과 오윤희와의 과거 관계, 천박한 헤라팰리스 주민들의 욕망이 얽혀 드라마를 만들고, 거기에 그들의 자식들까지 드라마의 복잡한 구도에 가세한다.

 

10월 26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펜트하우스>는 6회까지 방영된 11월 10일까지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그 이름값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닐슨 전국 시청률 기준으로 6회 2부가 14.5%를 기록하는 등, 현재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는 지상파 드라마 중에서는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헤라팰리스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얄팍하기 그지 없듯이, 화려해 보이는 드라마의 내적 구조에 대해서는 악평 일색이다.

 

 

 

 

그들만의 무대, 헤라팰리스가 의미하는 것들

 

 

시청률과 작품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의 경우, 막장극은 비평가들이 싫어하고, 시청자는 좋아한다고 단순하게 분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이런 통속극들이 인간 유형을 납작하게 일그러뜨리고 자극적인 사건을 배치하며 인간관계를 선과 악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극단적인 것으로 만들어 말초적 재미를 자극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 장르에서 크게 인기를 끈 작품들은 한국인의 멘털리티에 맞닿은 면이 있었다.

 

<펜트하우스>는 이것을 대놓고 노린 작품이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가 맹렬한 관심을 두는 두 가지, 바로 교육과 부동산이다. <펜트하우스>의 기획에 관련한 누군가가 바로 전년도의 히트작 <스카이캐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류층의 커뮤니티에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첨예하게 다투는 사람들이라는 설정은 <스카이캐슬>과 동일하다.

 

하지만 <펜트하우스>의 세계관은 좀 더 이해하기가 힘들다. 아버지가 변호사, 의사, 사업가 등 다양한 집안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모두 성악이나 음악을 시키고자 한다는 설정은 같은 목표를 두고 모든 이가 경쟁하는 애니메이션, 혹은 거기에서 파생된 라이트노벨이나 웹소설적 세계관을 수긍하지 않으면 황당할 뿐이다. 

 

제이킹 홀딩스 대표이사인 주단태가 자기 딸에게 “우리 집안에서도 세계적인 성악가 한 명은 나와야 하지 않겠니?” 라고 말하는 장면을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류층을 자처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모두 성악가로 만들기 위해서 족집게 선생을 모시려 하고, 온갖 비리도 감수하며, 서로 악다구니를 쓰며 다투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성악은 특별한 자질과 재능, 흥미가 있어야 하는 분야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부동산은 헤라펠리스가 상징하는 그 모든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일한 신분상승 수단이기도 하다. 이쪽은 오히려 현재 한국인들의 현실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반에는 이 점이 강력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부동산은 강력한 동력이 된다. 주단태가 부동산 재벌로 설정되거나 오윤희가 부동산 중개업자인 것도 이런 진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6회에, 심수련의 친딸인 민설아(조수민)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주단태와 헤라팰리스 주민들에 의해 시체가 유기된 집을 오윤희가 구매한다는 설정이 그렇다. 주단태 일당들은 민설아의 사인을 숨기기 위해 민설아가 살던 보송 마을의 집에 불을 지르고, 오윤희는 그 점을 꺼림칙하게 여겨 집 매매를 망설이지만 누군가의 정보를 받아 그 일대가 개발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결국 오윤희는 죄책감을 억누르고 사채 대출까지 써 가며 그 집을 사버린다. 결국 이 집이 오윤희의 헤라팰리스 입성의 열쇠가 될 것이다. 빈곤층이 중산층이 될 가능성은 이 사회에서는 로또 당첨만큼 희박한 기회지만, 마른하늘에서 벼락을 맞듯 부동산을 사지 않으면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동어반복의 투기 논리는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런 면에서 <펜트하우스>는 자본주의의 니즈를 파고드는 드라마이다. 

 

 

 

 

말초적 재미를 자극하면 시청률은 따라온다?   

 

 

시청자들의 어두운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 어떤 과장도 위선도 없다. 이 사회에서는 가난한 것이 약점이며,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 작가와 연출이 민설아 캐릭터나 오윤희 모녀를 그리는 방식만 봐도 그렇다. 심수련의 친딸이지만 주단태에 의해 보육원에 버려지고, 골수이식을 노리는 사람들의 집에 이용된 후 버려지고 살해당하는 민설아는 심수련과 함께 악의 피해자지만 드라마 내에서는 계속 맞고 학대당하는 모습만 등장한다. 

 

오윤희의 딸 배로나 (김현수)는 어머니를 닮아 성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고 그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그것이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고 자신의 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넘은 욕망으로 그려지며 극 내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를 복수해주기 위해서는 가난을 벗어나야 한다. 

 

 

 

 

<펜트하우스>에서는 가난이 무력한 상태일 뿐 아니라, 그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이든 불사하는 행위를 다 합리적으로 묘사해버린다. 아이들을 상류층으로 올려보내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고, 일단 진입한 이들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밟아버리는 상황들이 당연시된다. 

 

<펜트하우스>는 어떤 면에서는 대한민국 욕망의 집대성이고, 이를 좀 더 은밀하고 세련되게 그려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저 자극적이고 노골적으로 가는 방법을 선택해버렸다. 드라마에는 강약조절이 없고, 지속적으로 강렬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폭언-불륜-납치-폭행-다툼 이런 사건들이 이어진다.

 

어쩌면 이미 성공한 방식으로 다시 한번 드라마적 재미를 주겠다는 것. 이는 헤라팰리스 부자들처럼 괜히 위선떨며 이런저런 사회적 교훈을 주지 않고, 충격과 흥미로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는 선언일지도 모른다. 

 

 

 

 

현재 시청률을 보면 이 전략 자체는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충격적 사건이 이어지니 극적 흥분이 있고, 이제는 심수련이 헤라팰리스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느슨하다 싶을 때마다 일어나는 살인 사건 등, 그를 둘러싸고 우위를 차지하겠다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계략 싸움이 이어지면 시청자들은 관성적으로 이를 쭉 보게 된다. 

 

김순옥 작가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내일은 무슨 일이 또 일어날까가 궁금해서라도 하루 더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여기서도 성립한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자극적인 호기심이 사람들을 계속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그들만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잘 먹힌다는 걸 안다면 왜 다른 드라마에서는 쓰지 않았을까? 극이라면 어느 정도는 지켜야 할 하한선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트하우스>가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것처럼, <펜트하우스> 제작진에게는 더는 내려가서는 안 되는 하한선은 없어보인다. 

 

 

박현주(방송 칼럼니스트)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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