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돌봄 선진국, 덴마크-일본-영국의 치매 관리법

기사 요약글

치매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약 79만 9000명으로 1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도 치매와 동행하는 치매친화사회라는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현재 전 세계가 치매친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기사 내용

 

*치매친화사회 시리즈


1. 5060세대, 치매를 두려워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2. 치매 돌봄 선진국, 덴마크-일본-영국의 치매 관리법
3. '치매사회'가 '치매친화사회'가 되려면?

 

 

 

 

일본_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으로 세밀하게 대처하다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994년에는 고령사회, 200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현재 ‘신오렌지플랜’으로 치매친화사회를 구축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대책에 지역사회 전체가 소소하지만 다채롭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며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 후쿠오카현 오무타시가 대표적으로 치매친화사회를 지향한다. 오무타시에서 시행하는 여러 사업 중 인상적인 것은 ‘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이다. 돌봄 주택은 노인이 사는 지역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민간 시설이다. 노인은 살고 있는 집에서 돌봄 주택을 오가며 이전과 같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돌봄 주택에서는 동네 이웃이자 다른 치매환자와 함께 생활한다. 일종의 양로원 형태인데 돌보는 직원과 시스템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치매환자 가족에게도 좋다. 함께 생활하며 가족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 치매환자를 두고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할 때도 돌봄 주택에 숙박을 부탁하면 되니 문제가 없다. 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은 지역 내 치매환자를 돌보는 거점 역할도 한다. 돌봄 주택에 나오지 않는 치매환자의 집에 하루 네 차례 방문해 음식을 배달하거나 건강을 살핀다. 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은 오무타시에만 24곳이나 있다.

 

지역 초등학교 숫자와 비슷하니 거점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앞으로 일본 전역에 인구 1만 명당 1곳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의 핵심은 치매환자가 일상과 급격히 멀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환경의 변화 없이 치료와 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 존엄한 노후를 보장한다.

 

 

이렇게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은 경증 치매환자의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니 치료 관점에서도 효과적이다. 소규모 다기능 돌봄 주택은 지자체에서 주민과 협의해 계획을 세우므로 필요한 곳에 거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치매와 친숙한 사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덴마크_치매마을로 노년의 존엄을 지키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8.9%인 나라다. 그중 치매환자가 20%에 이른다. 복지를 바라보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덴마크답게 치매환자를 바라보는 관점도 성숙하다. 그 일면을 볼 수 있는 곳이 소도시 스벤보르에 자리한 치매마을이다. 120명가량의 치매환자들이 그들을 위해 만든 마을에서 생활한다. 수도 코펜하겐에서 2시간 거리라 접근성도 좋다. 언뜻 치매환자가 생활하는 공동 공간인 요양원 같은 곳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마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 진짜 마을이다.

 

이 마을에 입주한 치매환자는 아파트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나간다. 물론 개인 공간에서도 긴급경보시스템으로 24시간 보호받는 기분을 느낀다. 가족들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새로운 공간과 환경이지만, 치매를 관리하는 곳이 아니라 치매와 공존하며 생활하는 곳인 만큼 치매환자가 느끼는 편안함이 다르다. 이 마을에는 식당과 상점, 미용실, 헬스장 등 제반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그렇다면 다른 마을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중요한 점은 치매마을인 만큼 치매환자를 이해하고 관대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식당에서 입주민 스스로 계산을 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느긋이 기다려준다. 간혹 계산하는 것을 잊더라도 모른 척하고 넘어간다. 기록해두었다가 나중에 연금에서 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치매환자의 관점에서 마을 시스템을 운영하는 셈이다. 치매마을은 입주자만 생활하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인근 치매환자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과 교류하면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춘다든가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기도 한다. 치매마을은 어찌 보면 치매친화사회의 이상향을 구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치매마을 같은 공간이 도시로, 국가로 확장한다면 더 이상 두려움 없이 치매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덴마크는 치매마을을 통해 그 이상향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영국_지역 곳곳의 치매카페로 인식을 바꾸다

 

 

영국은 2012년부터 치매친화사회를 핵심 의제로 정했다. 정부가 지시하고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사회 비영리 자선단체가 중심이 되어 치매 인식을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정부도 지역 자생적 치매친화사회 사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방식 등으로 자율적이고 자생적인 지역 활동을 보조, 지원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특히 치매카페를 활용해 지역 내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치매카페는 말 그대로 치매환자들이 교류하는 카페다. 시내 중심가 카페에서 커피 시음회를 열거나 지역 내 대학생과 치매환자가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더 나아가 치매환자에게 걸맞은 스포츠 프로그램도 개발, 제공한다. 즉, 카페를 중심으로 치매환자가 다양하게 교류할 기회를 기획, 진행하는 셈이다.

 

 

 

 

이런 치매카페는 지역 내 거점에서 치매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전시장이나 치매교류센터, 치매 관련 워크숍을 여는 장소로도 쓰인다. 일상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인 카페에서 치매환자와 자유롭게 교류하는 환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치매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의 수준을 알려준다.

 

치매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에게도 익숙한 공간인 카페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 것 또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치매친화사회의 관건은 결국 치매환자의 일상을 어떻게 보존하느냐에 있다. 치매환자의 일상은 곧 노년의 존엄과 맞닿아 있다. 병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자세다.

 

 

 

 

한국_치매안심센터로 치매친화사회의 첫걸음을 떼다

 

 

치매친화사회의 기본은 지역이다. 지역 내 거점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치매환자를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한 이후 치매안심센터가 거점 역할을 맡는다. 지역 내 치매환자를 등록해 관리하고 치매 조기검진 서비스를 실시한다. 치매환자를 위해 인식표를 제공하거나 치매환자 쉼터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심리적 안정을 위해 힐링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치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과 치매공공후견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 256개가 있다.

 

 

 

 

물론 아직은 해외 사례처럼 세심하고 본격적인 돌봄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대로 사업을 펼치기엔 제반 환경이 열악하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비하면 많은 변화인 만큼 앞으로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움직임을 기대해볼 수 있다.

 

 

기획 이인철 김종훈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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