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여사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남편과 제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4대 장손인 남편과 결혼 후 시댁 조상님을 모시기 위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년 8번의 제사 준비에 힘을 쏟았다. 그 세월이 어느새 40년이 되었고, 그러는 사이 K여사도 환갑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간소화하거나 그만둘 때도 됐는데, 남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돌아가신 아버님, 어머님을 비롯해 할머님, 할아버님, 심지어 증조할머님, 할아버님 제사까지 모두 챙긴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며느리에게 그런 부담을 안겨줄 자신이 없다.
Case. 며느리 도망치는 꼴 볼래?
아내: “아들 결혼 전에 당신과 제사에 대해 확실히 하고 싶어요. 내가 뵌 적도 없는 당신 조상님들 제사 지내느라 고생한 거 안 보여요? 내 젊음 다 보냈어요. 4대 장손 남자와 결혼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안 했을 텐데. 내가 미쳤지. 며느리도 오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남편: “뭘 확실하게 하라는 거요? 살아있는 동안 조상님들 모시는 건 후손으로 당연한 도리 아니오. 조상님들 잘 모시면 결국 누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겠소? 우리가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잘 살아온 것도 다 그 덕 아니오.”
아내: “주변을 좀 봐요. 요즘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없애는 집이 얼마나 많다고요. 어느 젊은 며느리가 시제사를 1년에 8번씩 지내요? 나도 이제 지쳤는데 며느리가 우리 집 분위기 보면 기겁하고 도망가겠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남편 쪽에 제사가 많으면 결혼도 꺼리는 분위기라고요.”
남편: “제사의 덕목이 조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도리를 다 합시다. 과거보단 간소화하지 않았소? 기제사도 자시(밤 12시경) 이후에 지내던 것을 초저녁으로 옮겼고, 4대 장손이면 4대 고조 봉사가 당연한데 당신과 결혼하고 3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맞추지 않았소? 더 이상 어쩌라는 거요!”
아내: “당신은 왜 그렇게 고리타분해요. 지금이 어떤 시댄데 아직도 이런 생각으로 나를 설득하려고 해요. 내가 젊을 땐 그런가 보다 당신 말대로 따랐지만 내 나이 벌써 60이 지났어요. 아무튼, 며느리 들어오면 제사 다 물려주고 나는 손 놓을 거니 그리 아세요!”
위 사례의 부부 대화는 두 가지 문제를 고쳐야 한다.
1. 대화 방식의 문제
위 부부 대화의 목적은 ‘문제 해결’이다. 대화를 하면서 지금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한다면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안 했을 텐데. 내가 미쳤지.” “더 이상 어쩌라는 거요!”, “당신은 왜 그렇게 고리타분해요.” 와 같은 불필요한 말들을 줄일 수 있다.
이런 말은 아무 목적이 없는, 굳이 있다면 ‘감정 상하게 하기’라는 목적을 가진 허무한 말들일 뿐이다.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2. 인식의 문제
시대가 달라져 제례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 제사 참여와 제수 비용, 음식 장만 등으로 가족 갈등을 겪으면서 각 가정마다 가족 구성원의 의견을 모아 평화적인 합의를 통해 간소화 추세로 가고 있다. 형식이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런 대안 없이 옛것을 고집하는 것은 자칫 배우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제사의 덕목은 조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형식은 변화를 주되 조상에 대한 마음은 깊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Solution. 차례상 장 보기부터 직접
아내: “아들 결혼 전 당신과 제사 건에 대해 확실히 하고 싶어요. 그 동안 당신과 살면서 조상님들 제사 지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계속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며느리도 들어오는데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봤으면 해요.”
남편: “당신, 4대 장손인 나 만나서 정말 고생 많았소. 당신 고생시킨 거 생각하면 미안하고, 그동안 조상님들 잘 모시고 그 덕에 자식들도 잘 커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당신이 말해봐요.”
아내: “여보, 시대 상황에 따라 예법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옛것을 마냥 고집할 순 없어요. 우리 죽고 나면 자식들이 계속 이렇게 해야 할 일도 아니니 미리 제사를 간소화하는 쪽으로 해요. 우선, 내외 두 분의 제사를 한날로 옮기고, 서서히 모든 제사를 한날한시에 지내는 것은 어때요?”
남편: “나 또한 시대가 달라졌으니 형식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자식에게 부담 줄 마음도 없소. 제사의 덕목이 조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니 당신 이야기처럼 하고, 나도 퇴직 후 시간이 많이 있으니 제사상 차리는 부분도 당신에게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나서서 해볼게요.”
아내: “적극적으로 내 이야기 따라줘서 고마워요.”
살다 보면 정도의 차이,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부부에게나 갈등과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건강한 부부는 그 문제를 지혜롭게 잘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면에서 약간의 갈등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게 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기획 임소연 글 김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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