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속 오지, 문명과 거리가 먼 자연인의 삶을 사는 원주민들이 반기는 산, 칼스텐스. 이곳은 오세아니아의 최고봉으로 산악인은 물론 전 세계 트레커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해발 4463m의 칼스텐스는 산악인들에게는 세븐 서밋 중 하나로 불린다. 세븐 서밋은 7대륙 최고봉을 지칭하는 말로 세븐 서밋 등정은 많은 산악인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스는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 사이에 있는 오지, 뉴기니섬 파푸아(옛 이름은 이리안자야)에 있다. 현지인들은 푼착 자야(Puncak Jaya)라고 부르는 산으로 ‘승리의 산’ ‘영광의 산’이라는 뜻이다.
옛 식인종의 삶과 문화를 경험하는 와메나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뉴기니까지의 거리는 서울에서 자카르타까지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 이것만 봐도 동서로 길게 뻗은 섬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만약 칼스텐스 트레킹 전에 뉴기니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옛 식인종의 후예 다니족이 사는 와메나를 추천한다. 파푸아의 자야푸라에서 비행기로 와메나까지 이동하는데, 비행기 창밖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웅장한 정글이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와메나 공항에 도착하면 원주민 다니족이 발가벗은 채 서 있다. 옛 식인종 후예와의 첫 만남은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남성들은 조롱박으로 성기만 가렸고 돼지 이빨로 코뚜레를 하고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여성들도 상의는 벗고 오로지 ‘살리’라는 풀잎 치마만 걸친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존재하는 이 부족에서는 농사일도 여자 몫이다. 또 가족이나 친척이 죽으면 여성들이 손가락을 한 마디씩 자르는데, 이는 슬픔을 덜기 위한 그들만의 전통 관습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다니족의 결혼식. 이들에게 돼지는 부의 상징인데, 남성이 돼지 5마리를 처갓집에 주어야 아내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옛날에는 식인종이었지만 지금은 교육을 받아서 문명인으로 바뀌고 있는 것. 와메나에도 트레킹 코스가 있으니 참고할 것.
자야푸라 → 일라가 → 칼스텐스
트레킹을 하려면 자야푸라에서 일라가로 이동해야 한다. 소형 항공기로 40분쯤 걸리며, 날아가는 동안 만년설산 칼스텐스를 미리 볼 수 있다. 일라가에서 입산 허가증을 제시하면 정부 연락관이 동행한다. 트레킹은 왕복 15일 정도 소요되므로 식량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며, 고용한 포터에게 줄 식량도 챙겨야 한다. 이들의 주식은 고구마로 원주민들이 캐 온 고구마를 사면 된다. 입산 수속을 밟는 마을을 지나 정글 속으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이 시작된다. 주위에 흐르는 모든 물은 커피색으로 그냥 마시면 풍토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즉 식수를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넓은 고원지대를 걸어가면 이끼류 때문에 스펀지 위를 걷는 느낌이다. 땅을 밟아보기 힘든 코스가 이어지는데, 주위의 모든 돌은 풍화작용으로 바늘처럼 날카로워서 앉을 수 없다. 쉽지 않은 코스를 일주일 정도 걸어야 칼스텐스 정상으로 향하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대자연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어느 순간부터 내면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또한 트레킹의 묘미다. 칼스텐스로 가는 길에서 숙박은 야영을 해야 한다.
밤이 오면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위에서 잠을 자는 식이다. 각 캠프를 지나 마지막 구간인 뉴질랜드 코스에 들어서면 관목지대가 등장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마지막 난코스다. 푹푹 빠지는 진흙 길과 나무 때문에 지치기 쉬운데, 이 고행을 견디면 코앞에 만년설과 바위산 칼스텐스가 나타난다. 해발 3000미터 위에서 맞는 바람은 상쾌하고 안개 자욱한 호수는 경이롭다. 정상으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바위를 타야 하므로 장갑은 필수다. 정상에 서서 뉴기니의 풍경과 마주하면 왜 이곳이 산악인, 트레커들의 로망인지, 원주민들이 왜 ‘영광의 산’이라 부르는지 알게 된다.
트레킹 tip
이동 인천공항→자카르타→뉴기니→ 자야프라→일라가
숙박 파푸아 자야푸라에 숙박 시설이 많다. 트레킹 기간에는 야영을 하므로 가벼운 텐트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준비 트레킹을 위해 뉴기니로 가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등반 사전 허가다. 뉴기니 관광은 자유롭지만 칼스텐스는 사전 허가를 받은 사람만 트레킹을 할 수 있다.
기획 이인철 글, 사진 허영호,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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