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영화 추천! 인생美답 찾기, <페인 앤 글로리>

기사 요약글

집콕 생활의 무료함도 달래고 나 자신도 위로하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2019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놓고 <기생충>과 경쟁했던 이 영화는 달콤쌉싸름한 인생의 맛을 음미하게 해준다.

기사 내용

 

 

살면서 한 번은 그런 순간이 온다. 지나온 내 삶을 곰곰이 복기하는 순간. 이제는 흘러가버린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어긋난 관계, 어리고 어리석었던 실수와 결코 화해할 수 없었던 감정을 새삼 곱씹어보는 순간. 그런 순간을 우리는 ‘자아 성찰’이라 부른다. 이 영화는 어느 거장 감독의 담담하고도 눈부신 자기 고백이다.

 

 

 


<페인 앤 글로리>는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호흡을 맞춘 아홉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반데라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도 출연한다. 주인공의 유년 시절, 그의 곁에 늘 존재하는 어머니 역이다.

 

 

 


영화감독 살바도르(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쇠약한 몸과 마음을 안고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그가 32년 전 연출한 작품의 리마스터링 상영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해당 영화의 주연배우이자 그 작품 이후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옛 동료를 찾아가면서 살바도르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과 만나게 된다.

 

 

 


영화의 첫 장면, 살바도르는 수영장 물속에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 몸에는 수술 자국이 선명하다. 살바도르의 캐릭터는 알모도바르의 현재다. 이전에는 자신의 그 어떤 작품도 자전적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던 알모도바르는 처음으로 <페인 앤 글로리>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밝혔다.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는 영화 안에서 살바도르가 떠올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은 기실 알모도바르의 것이며, 극 중 살바도르의 집도 실제로 감독이 살고 있는 아파트다.

 

 


알모도바르의 영화에는 언제나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인간 본성과 감정에 대한 탐구가 있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풍성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문제적이었다. 이 영화는 다르다. 세월은 육체를 변화시키고 볼 수 없던 것들을 보게 한다. 세상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조차도. 극 중 살바도르는 세상을 첨예하게 바라보는 대신 지나간 시간과 그 안에서 어긋났던 관계들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결국 모순과 실수로 가득했던 자신의 인생 전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어머니라는 존재와의 화해도 인상적이다. 알모도바르 영화 속 어머니들은 언제나 자식을 위해 비밀을 감추고 헌신하는 모성의 화신이었으며, 때론 그 때문에 자식들을 떠나게 만들거나 자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곤 했다. <페인 앤 글로리>에서 살바도르는 자신보다 훨씬 나이 들어버린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리고 말한다.


“저는 그냥 저 자신이었을 뿐인데 엄마를 실망시켜드렸어요. 죄송해요.”

 

 

 

살바도르가 우연히 어떤 그림을 접하고, 그로부터 어린 시절 느꼈던 최초의 열망을 떠올리며, 그것을 다시 글로 완성해 작품으로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함축한 영화 후반부는 아름답다. 특히 이 모든 것을 한 컷에 담아낸 라스트신의 여운은 잊기 어렵다. 인생의 모든 고통과 영광의 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언제나 자신의 예술 안에 삶이 있었음을 받아들인 예술가의 고백은 이토록 진솔하고 찬란하다.

 

 

기획 신윤영 이은선(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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