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본 <부부의 세계>, 누가 가장 불행할까?

기사 요약글

화제의 드라마 JTBC <부부의 세계>에서 가장 섬뜩한 건 바람 피우고 뻔뻔하게 뒤통수 친 극중 남편이 아니다. ‘남의 불행을 보며 은밀히 기뻐하는 마음’ 즉 ‘샤덴프로이데’가 바로 그것.

기사 내용

 

 

 

현재 가장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남편의 불륜을 알아낸 한 여자의 삶에 일어난 일들을 묘사하는 극이다. 유능하고 아름다운 가정의학과 의사 선우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태오와의 사이에 아들 준영을 두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어느 날, 남편이 둘러준 목도리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머리카락을 발견한 후, 선우는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다. 의혹의 안개 속에서, 선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를 잡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실이 아니었다. 선우 주변의 모든 이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친하게 지내는 친구 부부가 남편과 불륜 대상과 함께 여행도 갔으며 직장의 동료이자 친구가 남편과 연락하며 불륜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겨주었다는 것까지도 발견한다.

 

 

 

 

이 드라마 1회의 충격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만이 아니다. 여기서 시청자의 감정에 불을 질렀던 건 나의 완벽했던 삶은 다 허상인데, 그것을 나만 모르고 다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공모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나를 속이기까지 했다. 내 삶은 나만 모르는 <트루먼 쇼>처럼 나만 기만당하고 있다는 발견이 선우의 삶에 일어나고 말았다. 모두가 커다란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친구들이 선우를 속인 심리가 그렇게 특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건 아니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관심 없는 것도 맞지만, 타인의 불행에는 무관심한 듯하면서 동시에 재미있어 한다. 어떤 일화로서, "오, 이런 일도 있군!"이라는 감정으로 소비하기도 하고, 타인의 불행이 강조하는 내 삶의 안전 감각을 즐기기도 한다. 그저 남이 불행해지는 걸 보면서 삶의 교훈을 얻기도 하고, 선우의 직장 동료인 명숙처럼 남의 삶이 완벽할수록 불행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가리키는 말로 독일어에서 유래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샤덴(Schaden)은 “해로움, 피해”라는 뜻이고 프로이데(Freude)는 기쁨이라는 뜻으로, 두 단어를 합치면 “남의 불행에 고소해하는 마음”이 된다. 샤덴프로이데는 남에게 대놓고 말하기에는 비열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에게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말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불운에 기뻐하지 않았는지? 반대로 내가 행복을 내보이면 누군가는 그것이 무너지기만을 은근히 바라고 있지는 않았는지? 

 

 

 

 

흔히들 "대부분의 사람은 네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나의 즐거운 삶에 대한 사진을 올리면 모두 슬쩍 보고 지나는 것 아닌가? 그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좋아요’를 누르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는 몇몇도 있다. 좋아 보이는 삶에는 그것이 무너지기를 은근히 바라는 구경꾼도 생긴다.

그리스 신화에서 테베의 왕비였던 니오베가 자기 자식들을 자랑하자 제우스는 그녀의 아이들을 모두 잔혹하게 앗아간다. 신화 속에 나오는 오만한 이들에게 내리는 신의 벌은 사람들의 샤덴프로이데를 만족시켜주는 이야기이다. 겸손에 대한 모든 경구는 신의 분노를 거슬리지 말라는 말이지만, 실은 인간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말란 뜻일 것 같다. 

 

 

 

 

반대편에서 보면 남의 행복과 불행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도 쉽지 않다. 행복한 사람을 시기하지 않고, 불행한 사람을 고소해하지 않는 품위는 저절로 생기지도 않고 지키기도 어렵다. 선우의 불행에 자꾸만 간섭하는 친구 명숙이나, 친한 척했지만 친구가 아니라는 옆집 예림처럼 되지 않으려면 심리적으로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남의 삶의 행불행에 내 감정을 맡기지 않으려면 약간은 멀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남의 SNS를 열어보고 그걸로 자기 삶을 비교하지 않기, 타인의 가십을 파헤치지 않기. 타인에게 적당히 무심해지는 것이 남을 가장 존중하는 것이라는 역설만이 우리를 샤덴프로이데의 덫에서부터 구해준다. 

 

 

기획 신윤영 박현주(TV 비평가) 사진 <부부의 세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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