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스킨십이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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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조언 - 스킨십이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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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운도 돋우고 정력도 세어지게 하고 싶은 마음에 비싼 한약을 아침저녁으로 진상하지만 보약으로 우뚝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중년 부부에게 진정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보약은 비싼 영양제나 한약보다는 사랑이 담긴 스킨십이라는 얘기다.

 

 

중년의 몸으로 하는 대화

부부는 분리된 한 몸이라서 항상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행위 가운데 가장 따뜻한 것이 포옹이라서 우는 아이 달랠 때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화 풀어줄 때나 사랑을 확인할 때도 안아주는 게 최고다.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듬뿍 담은 손길로 쓰다듬는 것도 몸으로 하는 또 하나의 대화이다. 백 마디 말보다 조용히 안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살과 살이 닿으면 따뜻하고, 심장과 심장이 맞닿아 숨소리를 나누면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며, 쌓인 앙금과 꽁꽁 닫힌 마음이 새벽에 핀 나팔꽃처럼 활짝 열린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 경제학자 조이스 버그(Joice Berg)가 고안한 신뢰게임(Trust Game)을 이용해 미국의 신경학자 폴 잭(Paul Zak)은 만지면 믿게 되고, 신뢰를 많이 받을수록 뇌에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포옹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은 여성이 출산이나 수유를 할 때 분비될 뿐 아니라 남녀가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에도 혈중 농도가 급상승하는 화학물질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포옹한 후에는 옥시토신의 분비가 증가하고 애정의 정도에 따라 호르몬 분비량이 다르며, 옥시토신 분비가 활발하면 혈압이 낮아져 심장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그 외에도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고, 욕구불만이 있는 뚱뚱한 사람들의 경우 식욕이 줄어든다고 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

스킨십은 주고받는 것이지 꼭 남자가 여자에게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 아내가 물고 빨고 해주면 무지 좋을 것 같은데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남편이 꽤 있다. 아내는 키스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입을 댓 발 내밀 일이 아니다. 파랑새가 나에게 안 오면 내가 찾아 나서면 된다. 방바닥에 엎드려 턱을 괴고 TV를 보는 남편 엉덩이를 발로 살살 문질러주거나 남편을 가슴에 꼭 품어주면 안 하던 짓 한다고, 왜 이러느냐고 깜짝 놀란 척, 싫은 표정을 짓지만 남편의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다. 얼굴을 돌리고 혼자 씩 웃는다. 가을이 자기 모습 같아 더 쓸쓸한 이때, 아내의 포옹은 마음의 병을 치유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준다. 기분이 좋아지고, 외로움을 달래주고, 두려움을 이기게 해주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불면증을 없애주고, 즐거움과 안정감을 준다. 별로 신나는 일이 없는 중년 남편에게 아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집 안이 갑자기 더워진다. 그 간질간질한 짜릿함에 흥분하기 시작하고 아내손은 약손이 된다. 침대 위에서 진정한 요부는 바로 부드럽고 포근한 손길이다. 손이 두 개인 이유가 분명있을 것이다. 두 손이 바쁘다면 기쁨도 두 배가 될 것이다. 스킨십은 삽입 성교 직전에 허겁지겁 윗동네 한번 문지르고 아랫동네 한번 쿡 찌르고 ‘들어가시겠습니다’ 하는 것이 아니다. 삽입은 섹스의 한 단계일뿐이다. 섹스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서 충분한 대화와 터치를 통해 몸과 마음을 일치할 수 있다면 천국의 계단은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행복한 부부 생활의 종잣돈, 스킨십

재혼 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 정보업체 비에나래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부부 싸움 후 화해 방법으로 남성 35.4%가 ‘스킨십’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을 맞대고 사는 사이인 만큼 직접적인 애정 표현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33.2%가 ‘평소 안 하던 예쁜 짓’을 첫손에 꼽고 스킨십은 8.8%로 순위권 밖이다. 사이가 서먹서먹할 때는 아내의 기분을 풀어준 다음 진도를 나가는 것이 순서란 얘기. 물론 못 이기는 체하고 넘어오는 아내도 있겠지만 스킨십이 무조건 만병통치약은 아님을 설문조사는 말해주고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서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런 엄청난 착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해주면 좋은지 말은 안 하고 입 꼭 다문 채 상대방에게 알아맞히라고 보물찾기 시키다가 엉뚱한 곳을 헤매면 화를 내는 바보들도 있다. 배우자의 입과 손이 갈 곳을 잃고 헤매더라도 마냥 황홀하다고 감탄해주고, 별 다섯개를 줄 만큼 좋을 때에는 그에 맞는 리액션을 크게 해주면 된다. 배우자를 흥분시킨다는 것 자체에 흥분할 것이고, 자신감이 충만하여 백골이 진토(塵土)가 되고, 코피가 날지언정 내친김에 하늘의 별이라도 따러 가고 싶어진다. 또 하나 남자들에겐 나쁜 버릇이 있다. 볼일을 보고 자기만 뿅 가면 그걸로 다 됐다고 생각하는데 여자 마음은 그렇지 않다. 제아무리 만족할 만한 관계를 가진 날이라 해도 남자가 발딱 일어나 씻고 들어와 등 돌려 자버리거나 담배 피우기 바쁘다면 여자는 노리개가 된 것 같아 씁쓸해진다. 부부의 스킨십은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소중한 종잣돈이다. 또한 행복한 부부 생활의 밑거름이자 최악의 사태를 막는 예방주사이기도 하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차곡차곡 모아둔 스킨십과 애정표현이 그 어떤 보험이나 연금보다 더 행복한 노후를 보장할 것이다. 시작은 어색하겠지만 만지면 그것이 소통의 마중물이 되어 안드로메다까지 갔던 서늘한 마음이 냉큼 돌아오게 된다. 매어놓은 배는 배가 아니듯이 울리지 않는 종은 종이 아니다. 돈 한 푼 안 든다. 손은 늘 가지고 다니니 품만 조금 팔면 된다. 오늘 당장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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