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인생은 은퇴자에게! 동년배 상담가가 뜬다

기사 요약글

퇴직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동년배들을 위해 고민 상담부터 취업 준비까지 도와주는 착한 직업이 있다. '동년배 상담가'로 2년째 활약 중인 손승현 씨를 만나봤다.

기사 내용

 

 

 

'고객' 상담가에서 '동년배' 상담가로

 

 

한평생 은행원으로 살아온 손승현(59) 씨. 그가 1라운드의 문을 닫고 2라운드의 문을 연 시점은 2017년 하반기였다. 남들과 다를 것 없이 워크넷에 들어가 구직등록부터 마친 그는 일단 교육이라도 받자는 심산으로 다양한 취업 교육을 두루 살폈다. 그러던 중 그의 마음에 쏙 드는 교육을 발견했다.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이하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동년배 상담가' 과정이었다. 

"상담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확 꽂혔어요. 제가 은행에서 30년 정도 근무했는데 상담을 참 많이 했어요. 은행 일이라는 게 결국 많은 고객들과 상담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상담만은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본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퇴직을 앞두고 이미 두 가지를 준비했었어요. 2016년에는 사이버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사 학위를 따고, 2017년에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지요. 저처럼 상대방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동년배 상담가'를 직업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너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상담해도 백번 성공한다

 

 

손 씨에게 동년배 상담가 수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생애주기를 함께 해온 동년배들의 다양한 고충을 알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시니어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세월 상담을 해온 베테랑 상담가였지만,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상담은 무의미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동년배 상담가 수업은 손 씨가 동년배라는 새로운 대상을 상담할 때 필요한 기본 지식을 길러주는 귀한 시간이었다.

"동년배 상담가 수업에서는 제 동년배들을 비롯한 선배 시니어들이 2라운드 삶을 준비하면서 직면하는 상황에 대해 배워요. 상담을 하기 위해선 당사자의 생각을 알아야 하기에 심리적인 것들을 중점적으로 배우죠.

건강에 대한 고민부터 정서적 외로움, 사회적 역할의 부재, 경제적 능력 부족까지 그 사람들의 '고민'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돼요. 이런 시간이 있었기에 저에게 상담하러 온 사람들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수업이 또 하나의 수업을 낳고

 

 

동년배 상담가 과정과 궁합이 잘 맞은 덕분이었을까. 취업지원센터에서 그에게 먼저 동년배 상담가 '심화' 과정을 들어보라며 권유했다. 적성에 맞고, 실력도 있으니 이 분야로 나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심화 과정은 동년배들의 여러 고민 중 ‘취업’ 관련 고민에 특화된 전문 상담가를 양성하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이수하면 동년배 상담가보다 한 단계 더 전문적인 '동년배 취업서포터즈’로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열차 기관사에서 KTX 전문 기관사로 구체적인 역할이 정해진 셈이다.

"기본 과정에서 '심리'에 대해 배웠다면, 심화 과정에선 '취업'에 초점을 맞추고 어느 직종이 인기가 많은지, 새로 생긴 일자리는 없는지, 취업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는지, 어떤 취업 교육들이 있는지에 대해 배워요. 심화 과정을 수료하면 '동년배 취업서포터즈'로 직접 활동할 기회가 생기는 게 이 강좌만이 가진 매력이죠.

덕분에 2019년에 두 차례에 걸쳐 '동년배 취업서포터즈'로 활동할 수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에 4시간 정도 활동해요. 많이 일하진 않지만 최저 시급 이상의 보수를 받기 때문에 파트타임으로는 꽤 쏠쏠한 편이죠."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바라는 자 vs. 감나무에 올라가는 자

 

 

어떤 직업이든 저마다의 고충이 있는 법. 손 씨 또한 동년배 상담가로서 겪는 고충이 있다. 퇴직 후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퇴직 전에 했던 자신의 업무를 그대로 이어 나가는 유형, 1라운드와 별개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유형,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취업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필요로 하는지 전혀 모르는 유형이다. 동년배 상담가로서 힘든 점은 마지막 유형의 사람이 일말의 노력조차 없을 때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직등록까지는 잘해요. 그럼 저는 등록된 정보에 맞춰 일자리가 나오면 전화를 드리는데 통화 성공률이 50%밖에 안 돼요. 구직등록을 하고서 집중을 안 한다는 뜻이에요. 타이밍을 놓치면 다른 사람한테 기회가 넘어가기 때문에 전화 수신이 안 될 때 정말 안타까워요.

더 나아가서 많은 분들이 취업지원센터에서 취업에 관해 모든 것을 해주기만을 바래요. 실제로 구직은 자신이 하는 건데 왜 연락이 없냐며 타박하는 경우가 많지요. 실제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구직을 머리로 한 게 아니라 손품, 발품까지 판 분들이에요.

일자리를 구한다고 주변에 알리고, 구직 기관에 찾아가고, 원하는 교육을 찾아서 듣곤 하죠. 구직등록만 하고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자발성과 적극성이 없으면 절대 취업에 성공할 수 없어요. 그런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클 따름입니다."

그러나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첫 발걸음조차 내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손 씨는 그런 분들에게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취업 준비교육'을 들을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요즘 취업 시장의 현황부터 동년배들이 주로 취업하는 직종 등을 두루 배우다 보면 내가 원하는 직종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에게 오셔서 뭐부터 하면 좋을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그러면 저는 일단 취업 준비교육을 들으라고 추천해줘요. 워낙 기초적인 수업이라 다들 처음엔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걱정을 하다가도 막상 듣고 나면 취업에 대해 '방향 설정'이 됐다며 고마워하는 분들이 많죠.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구직 정보를 조회하는 방법이나 이력서 작성하는 요령, 면접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익히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을 취업 준비에 꼭 필요한 꿀팁이에요."

 

 

 

 

기회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동년배 취업서포터즈'가 된 손 씨의 열정을 높게 산 취업지원센터는 그에게 '강사 양성 교육' 과정까지 제안했다. 강사 양성 과정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과정이 아닌 취업지원센터에서 필요시에만 진행하는 과정이다. 일대일 상담보다 더 많은 동년배를 대상으로 취업 교육을 진행할 기회가 그에게 생긴 것이다. 

"저에게 온 기회가 그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고 한 단계씩 단계를 밟아 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분명 처음에는 '상담'을 위해 상담가 과정을 들었고 구직자들에게 다양한 직업 교육을 추천해주기 위해 배달원 교육,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 교육, 주유원 교육, 편의점 판매원 교육 등 다양한 취업 교육을 들었어요. 이러한 노력이 '강사'라는 또 하나의 기회를 만든 것이죠."

현재 손 씨는 시니어들의 행복한 삶을 교육하는 '펀더플드림협동조합'의 이사까지 맡고 있다. 동년배를 비롯한 어르신들의 취업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취업지원센터에서 인연이 닿은 세 명의 강사와 두 명의 학생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어, 지금은 시니어 일자리 활성화를 위해 취업지원센터와 본격적으로 강의 계약을 맺고, 취업 준비에 필요한 교재를 만든다.

손 씨는 자신을 지금의 자리까지 있게 도와준 '동년배 상담가'가 성공적인 2라운드로 연결해준 첫 징검다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단순히 나만 취업하고 끝이 아닌, 다른 이들의 취업까지 도와주는 이 일이 자신의 인생 후반전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로 경쟁자가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2라운드를 보낼 수 있어요."

 

 

기획 우성민 사진 지다영(스튜디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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