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영국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성관계를 더 많이 한다고 드러났다. 다만 노화에 대한 영국인들의 추적 연구 결과로 조사대상 대부분 백인들이었기에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팀은 평균 68.2세인 영국인 5,000명을 키와 체중에 따라 비만과 과체중, 정상으로 나누고 지난해 성관계 여부와 지난달의 성행위 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달에 성관계를 많이 했다고 보고한 대상자들은 정상 체중인 사람들보다 과체중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 조사 결과를 미디어에서 처음 접하고 든 생각은 ‘영국의 비만율이 높나 보군’이었다. 궁금해서 더 알아봤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 5G, 1초면 내가 궁금한 것을 스마트폰에서 찾아낼 수 있다. ‘2019년 영국 비만율’이라고 치니 BBC 뉴스에 바로 원하는 정보가 있었다. 현재 영국 성인 4명 중 1명이 비만이고, 3명 중 2명은 과체중이었다다. 개인의 의지박약으로 몰아 비만율을 낮추기엔 이미 ‘선’을 넘은 통계치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비만을 부추기는 사회환경이 문제라고 한다. 비만인이 흔하다 보니 애매한 과체중은 건강함으로 격상시키기도 한다.
영국 비만율 기사 바로 아래 연관 기사로 <미 백악관 주치의 ‘트럼프, 비만이지만 건강하다’>는 내용의 헤드라인이 유독 눈에 띄는 건 우연이 아니지 싶다. 아직까지 대한비만학회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들이 체질량 18.5~22.9 kg/㎡을 정상 범위라고 권고 중인데, 언제부터 30 kg/㎡이 넘는 지수와 110kg의 사람에게 건강하단 표현을 쓰는 걸까. 문화의 차이인지 최고 수장에 대한 예우(?)인지.
매력을 포기하니 성생활이 즐겁다
여하튼 과체중의 중년 남녀가 정상 체중의 사람들보다 성관계를 더 많이 하는 이유는 배우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의욕이 없어서란다. 매력을 포기하니 체중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나. 연구 저자는 이 때문에 살찐 사람들이 성관계를 자주 하고 더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대충 살자’가 잠자리 횟수/만족도를 올렸다는 말이다.
“장소, 시간, 도구 다 필요 없으니 살찐 사람들에게 어찌 보면 최적화된 운동이죠, 섹스가요.”
편집일을 하는 H와 칼럼 이야기를 하던 중 영국 중년 리서치를 화두로 올렸더니 저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부터도 운동이 싫어 다이어트는 강력한 금식으로 해결 보려는 게으름뱅이라서 속으로 뜨끔했다. H는 섹스 횟수를 통한 만족도라면 꼭 ‘신체’에만 의지한 건 아닐 거라며, 중년 대상 조사이니 약의 도움이 분명 들어갔을 거란 냉철한 지적도 잊지 않는다.
약의 힘 + 비만의 정도
“성기능 관련 약은 심리적인 장애가 없고 신체적으로 성기능 장애가 있을 때 효과가 있죠.”
의료계 지인이 한 말이다. 애디(Addyi)라는 약이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많이 팔리는데, 성욕이 낮고 폐경기를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약도 성기능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 아니라고. 오르가슴 장애와 같은 경우 치료법도 거의 없다고 했다.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거란 추정만 있고, 약물도 없다고 말이다.
이런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살이 쪄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도 정신적인 스트레스 장애가 없다면 약물 등의 도움으로 꽤 즐거운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귀결이다. 여기서 전제는 정기적인 섹스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비만도’다. 영국 리서치에도 나왔지만 과체중의 중년들이 또래의 마른 사람보다 섹스를 많이 한다고 했지 비만인의 경우는 포함하지 않았으니, 비만인이라면 잠자리의 즐거움을 위해 과체중을 목표로 가벼운(?) 다이어트에 도전해 볼 일이다.
기획 임소연 글 윤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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