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청소 전문가’로 2라운드 시작, “진작 할 걸 그랬어”

기사 요약글

정년퇴직 후 늦은 나이에 뛰어든 청소업. 이제는 따로 영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바쁜 청소 전문 업체의 대표가 되기까지.

기사 내용

 

 

 

“20년 전에 진작 시작할 걸 그랬어요”

 

 

청소 전문 업체 ‘e상큼한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김해수(61) 대표는 퇴직 전 근 30년간 자금·경영지원 업무로 직장생활을 했다. 누구나 그렇듯 퇴직을 앞두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이어졌고, 그가 택한 길은 전문 청소업이었다. 전망이 좋은 업종일 거라는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던 20년 전부터 진작 시작하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란다. 투자비도 적어 전문적인 기술만 있으면 추천하는 창업이라는 청소 분야에 대해, 오늘도 입주 집 청소로 바쁜 그의 작업 현장에 찾아가 직접 들어봤다.

 

 

 

 

 

 

Q. 청소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제 한 6년 정도 됐어요. 직장생활을 오래 했는데, 퇴직할 무렵에 ‘다음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이 많았죠. 퇴직 후에 바로 이 일로 뛰어들었어요.

 

 

Q.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요?

 

 

관심이 있었죠. 사실 한창 직장생활 중이던 20여 년 전부터 이 일에 관심이 있었어요(웃음). 주변에 청소 일을 하는 지인도 몇 있었고, 앞으로 이 업종 전망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뉴스나 신문에 청소업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을 해둘 정도였죠. 그래도 당시에는 젊기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있어서 앞으로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까 긴가민가했는데, 요즘은 ‘아이고, 진작 20년 전부터 할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웃음).

 

 

 

 

 

Q. 청소 일의 어떤 점이 좋으셨어요?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에요. 요행이나 꼼수를 바랄 수가 없고, 내가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죠. 그런 건 고객이 먼저 알아요. 그리고 그날 일이 끝나면 정말 끝이에요. 퇴근 후에 뭘 더 신경 쓰고 할 게 없어요. 당연히 몸 쓰는 일이니 고단하긴 한데, 머리는 아주 개운하죠(웃음).

 

직장 생활할 때 담당 업무가 경영지원이었어요. 줄곧 자금 파트에서 일했죠. 당시에 저는 사람들한테 우스갯소리로 ‘나는 하루 24시간밖에 일 못 한다’고 했어요. 그만큼 일이 많았어요. 사실 돈이 여유 있는 회사는 몇 안 되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항상 돈이 부족하죠. 제가 하는 일은 항상 그런 돈을 메우고 해결하는 일이었어요. 잘 때도 일하는 꿈을 꿨어요. 실수하면 회사에도 막대한 피해가 가는 일이다 보니 직장생활 내내 압박감을 느꼈죠.

 

청소 일은 그렇지 않아요. 그날 하루 열심히 일하면 그걸로 끝이고, 다음날 또 힘내서 일할 수 있어요. 일의 정직함과 단순함이 좋아요.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런 정신적인 여유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Q. 전문적인 청소 기술은 어떻게 배우셨어요?

 

 

예전에는 주변에 청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퇴직할 당시에는 막상 찾아보니 없더라고요. 지인이 있었으면 따라다니면서 배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을 제대로 배우려면 학원에 가는 게 낫겠더라고요. 청소에 대해 전문적이고 폭넓게 배우고 싶었어요.

 

퇴직 후에 청소 일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했어요. 알아보니 그런 아카데미나 학원들이 서울에만 몇 군데 있더라고요. 보통 15일이나 3주 코스였던 걸로 기억해요. 이론과 실기 모두 배우는데, 교육 과정 마지막에 실습 과정도 있어서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Q.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얼마나 걸리셨어요?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한 5~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때 지금의 업체를 차렸으니까요. 학원 수강을 마치고 처음 현장 실무에 나갔을 때는 일이 서툴다 보니 버벅거리기도 하고 쉽지 않았죠. 직접 업체를 차리기 전에는 그런 식으로 현장에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워요. 저는 나이가 많다 보니 업체 사장님들이 잘 안 데리고 다니려고 해서 고생이 많았어요(웃음). 대신에 일하러 갔을 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대부분 나보다 어리니까 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뛰었죠. 그러다 보니 일도 꾸준히 들어왔고, 반년 정도 지나서 따로 업체를 차릴 정도가 됐어요.

 

 

 

 

Q. 창업 비용은 어느 정도 드나요?

 

 

이 일이 좋은 게, 투자비가 적어요. 청소 도구라 해봐야 그렇게 부담될 만큼 비싸진 않거든요. 몇백만원이면 돼요. 기술만 빨리 습득하면 쉽게 안착할 수 있어요. 창업 비용도 많이 안 들고, 위험 부담도 크지 않아서 창업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물론 성실함과 좋은 기술이 있어야 하죠.

 

 

Q.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정확한 금액은 공유가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괜찮은 편이에요. 직장생활 한 30년 했는데, 퇴직 전까지 받던 월급보다 조금 더 많이 버는 정도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요. 집에 생활비 주고 적금, 보험료, 용돈을 쓰고도 조금 남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요.

 

 

Q. 청소도 결국 영업일 텐데, 수입은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홍보 방법도 궁금해요.

 

 

청소라는 일은 입소문의 힘이 굉장히 세요. 한 번 정성껏 잘해주면 만족한 고객님의 소개에서 소개로 다음 영업이 이어지죠. 저는 1년에 평균적으로 청소를 400건 이상씩 하는데, 소개로 늘어나는 영업 건수가 1년에 약 100건이에요. 그럼 고객 리스트가 500명이 되는 셈이죠. 이게 해마다 축적된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거거든요. 지금은 제가 따로 영업을 안 해도 일의 1/3 정도가 다 소개로 들어와요.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어요.

 

‘숨고’라고 하는 재능 공유 매칭 플랫폼도 이용해요. 업계에 있다 보면 그런 플랫폼 사이트에 대한 정보도 함께 공유되거든요. 그 사이트에서도 제가 일을 많이 했죠.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요(웃음). 그런 웹사이트도 그렇고, 고객들의 평가와 입소문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일을 허투루 할 수 없어요.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요. 스스로 조절해야 할 만큼 일이 많다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죠.

 

 

 

 

Q. 일주일에 며칠 정도 일하세요?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2월에는 거의 못 쉰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봄, 가을이라는 특정 이사 철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구분이 없어요. 신축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특정한 달이 없고, 한겨울 아니면 수요는 항상 있는 편이에요. 이상하게 올해 2월이 특히 바빴네요. 아파트 말고도 빌라, 사무실 등 청소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니까 쉬지 않고 일하려면 그렇게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몸 생각해서 휴식은 꼭 필요하죠.

 

 

Q. 일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나요?

 

 

몸 쓰는 일이니 작업 끝내고 몸이 고단한 것 말고는 특별히 힘든 게 없어요. 이 일은 정말 몸이 재산이니까 항상 안전을 생각해야 해요. 의자나 높은 곳에 올라서 청소할 때도 항상 조심하고요. 넘어지기라도 하면 예전과 다르게 회복도 더디고, 일단 당장 일을 못 하게 되니까요. 그런 게 걱정일 뿐이지, 다른 건 정말 걱정 없어요. 늘 감사하게 일하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지금이 참 좋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나 에피소드는?

 

 

일하다 보면 고마운 분들 많죠. 언젠가 한 번은 입주 집 청소를 마치고 복귀하는데 고객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가 뭘 빠뜨렸나 싶었는데, 경황이 없어 저녁 식사를 못 챙겨드렸다고 연락하신 거예요. 식사까지 안 챙겨 주셔도 된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고 했는데 고객분 어머니까지 동원해서 한사코 챙겨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청소를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요. 상황이 이상하게 됐지만 결국 계좌로 식사비를 보내주시더라고요(웃음). 그럴 땐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일이 보람차죠.

 

 

Q.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목표라기보다는, 몸이 허락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정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거든요. 일하고 나면 머리가 아주 개운해요. 왜 젊을 때 직장생활만 고집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나이 먹고 퇴직하리라곤 생각도 못 했거든요(웃음). 그래도 퇴직 후에 바로 이렇게 좋은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죠.

 

 

기획 김병주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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