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운영 2년 차, 그녀는 소문대로 돈을 벌었을까?

기사 요약글

온라인 창업의 대박 신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2년차 초보 스마트 스토어 운영자가 들려주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 내용

 

 

 

대박을 꿈꾸는 사장님부터 부업을 고민하는 직장인까지 모두를 솔깃하게 만드는 플랫폼이 있으니 바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스토어다. 전 국민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음에도, 판매 수수료 외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아 너도 나도 ‘셀러’가 되겠다며 뛰어드는 게 요즘 현실이다. 여기에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월 수백 정도를 우습게 벌었다는 식의 후기들이 부각 되면서 ‘나도 한번’을 점쳐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일 창업 왕초보가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해 셀러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건비 생각하면, 밑지는 장사였어요”

 

정지선(가명), 48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운영 2년차

 

 

나는 원래 네이버 쇼핑에서 밥 먹듯 물건을 사는 구매자였다. 샴푸, 휴지 같은 생필품부터 가전, 의류, 식재료까지 필요한 모든 소비를 이곳에서 해결했다. 여러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물건값을 한 페이지에서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어 좋았고, 비밀번호를 6자리만 누르면 뚝딱 결제가 완료되는 ‘네이버 페이’ 덕분에(?) 과소비한 적도 많았다. 구매 때마다 쌓이는 적립금이 또 얼마나 쏠쏠하던지!

 

누구보다 네이버 쇼핑의 장점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누구든 이 플랫폼에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혹했다.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하기만 하면, 네이버 쇼핑을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들이 내 상품을 클릭할 여지가 생긴다니 언뜻 생각하기에도 괜찮은 조건이었다.

 

 

 

 

판매 수수료를 떼가는 것 외에 별도의 이용료나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전문 업자는 물론이고 장사엔 경험이 없는 주부, 직장인, 학생들조차 몇 달 만에 월매출 몇천을 올렸다는 식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은근히 외벌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남편과 중학생이 돼 손이 덜 가는 아들을 떠올려보니 남들도 다 한다는 ‘온라인 장사’에 뛰어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소비자일 때는 몰랐지만, 막상 판매자가 되려고 하니 이 세계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나처럼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판매자들은 크게 위탁, 사입, 구매 대행 3가지 중 하나의 방식으로 판매할 물건을 확보하는 듯했는데, 제조사의 위탁을 받자니 공장이든 어디든 딱히 뚫을 만한(?) 거래처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국, 미국 등의 해외 사이트에서 주문받은 물건을 발주해 고객에게 보내는 구매 대행을 하자니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내 돈을 들여 물건을 구입한 후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 

 

 

누구나 손쉽게 네이버에서 온라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온라인 판매 사업의 관건은 누가 뭐래도 아이템 선정에 있다. 내가 아무리 좋다,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물건이라도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온라인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아이템에 대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유튜브에서 관련 강좌를 찾아보니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자료 등을 통해 현재 사람들이 어떤 단어, 어떤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지 살펴보는 것이 판매 아이템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에 관한 키워드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폐나 기관지에 좋은 차를 들여온다거나, 실검에 오르내리는 인기 연예인의 패션 아이템을 분석해 발 빠르게 동종의 액세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는 식이다. 나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중년 패션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요즘 중년들은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을뿐더러 구매력 또한 대단하는 식의 뉴스를 보며 나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스토어에 가입해 가게 이름을 짓고, 도메인 주소를 받고 보니 이제야 장사를 한다는 실감이 들었다. 넘치는 의욕으로 남대문, 동대문 등을 돌며 물건을 사들였으니 이제 이 옷들이 얼마나 괜찮은지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차례. 스커트며 블라우스를 직접 코디해 입고 셀프 촬영을 거쳐 한 장 한 장 사진을 고르는 정성을 들였고, 스토어에 사진과 함께 옷의 장점과 특징, 사이즈 등의 상세설명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누구든 당장 물건을 업로드 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쉬운 플랫폼이었지만, 처음에는 수량과 색상 판매 기한 등의 세부 옵션 사항을 지정하는 일이 헷갈려 몇 번이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정말이지 썸네일 이미지가 너무 크거나 작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품명이 한눈에 들어오려면 몇 글자가 가장 좋은지, 검색이 잘 되는 해시태그는 무엇인지 등 일일이 적용 시켜가며 배울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주문보다 먼저 들어온 건 마케팅 회사들의 연락이었다. 대개 홍보가 필요하지 않냐며 상품 검색 결과 상단에 올려주겠으니 광고비를 내라는 식이었다. 몇 십 만원의 광고비를 걸어두고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클릭할 때마다 몇백원씩 차감하는 방식이라고 했는데, 어떤 회사에서는 한 사업자당 한 번씩만 주는 기회라며 몇 만원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고 나를 꼬드겼다.

 

물론 광고기법을 잘만 활용한다면 고객들에게 보다 손쉽게 내 스토어, 내 물건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효과도 없는 광고를 집행하거나 심지어 돈만 뜯기는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빈번한듯 했다. 네이버 스토어에서는 공식 홍보 대행사를 두고 있는데, 믿을만한 곳에서는 절대 먼저 판매자에게 연락해 이런저런 제안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의 짜릿함이란 지금도 잊을 수 없지만, 지난 1년 간 장사를 거듭해가며 나는 수없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상품 중 겨우 맨 끝에 간당간당하게 노출된 내 물건을 소비자들이 알아봐 주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 이곳(네이버 스토어)에 상품을 올리면 해당 카테고리의 맨 뒷 페이지에 상품이 노출되는데, 앞 페이지에 상품이 뜰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셀러들이 기를 쓰고 1페이지에 가고자 노력하는 이유다.

 

팔고자 하는 상품의 카테고리를 정확하게 입력했는지, 상품명에 정확한 키워드를 넣었는지, 스팸성 키워드를 사용하진 않았는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상품 노출 순서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형식에 맞게 상품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 상단에 노출된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보며 카테고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상품명에 어떤 키워드가 들어갔는지 공부하기도 했고 블로그, 유튜브 등에 정리된 ‘상위 노출 되는 법’ 등을 따라하며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진 못했다.

 

다른 판매자들 역시 나 못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며 경쟁했기 때문일게다. 비슷비슷한 조건에서 보다 돋보이기란 참 쉽지가 않다.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상위에 노출된다고 하는데, 상위에 노출되지 않으니 거래량이 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참고할 만한 스마트스토어 창업 관련 서적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책도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출처_예스24

 

 

형편없는 수익에 비해 들여야 할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새벽시장을 돌며 물건을 떼오는 일도 그랬지만, 업로드에 정말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다. 직접 사진을 찍고 이를 골라 올리는 한편, 최대한 친숙한 말투를 고민하며 상세설명을 적어야 했는데, 이 과정만을 전문으로 대행해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도 피곤한 작업이다.

 

상세 페이지나 썸네일에 gif 파일이나 동영상을 제작해 넣으며 공을 들이는 판매자도 있었지만, 그 정도의 작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 그런데도 한 건의 상품을 올리는데 꼬박 4시간 정도가 들었다. 자연히 업로드가 늦어졌고, 미처 올리지 못한 상품들도 생겨났다.

 

현재 최저시급으로 계산해보면 시간 당 8,350원, 4시간을 꼬박 컴퓨터에 붙어 있으니 매번 33,400원의 인건비가 발생하는 셈이었다. 물건 하나를 팔았을 때 순수 내 이익을 따지려면 판매가에서 원가, 부가세, 배송비, 판매 수수료를 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00원짜리 바지를 하나 팔았다면 원가 10,000원, 부가세 1,000원, 배송비 2,000원, 판매 수수료 1,000원(네이버 스토어는 판매가의 4.5%가량이 판매 수수료로 책정된다)을 제한 약 6,000원 정도가 순수익이 된다. 사정이 이러니 내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소득이 없거나 있어도 미비한 정도여서 정말 심각하게 일을 접어야 하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고민이 됐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네이버 스토어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기회의 장’으로 통하며, 나 역시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중이다.

 

- 입점 수수료 하나 없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접속이 이뤄지는 사이트에서 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

-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고도 판매 수량, 주문 현황 등의 자료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 

- 구매자와의 실시간 채팅을 가능한 점 

- 여타 오픈 마켓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점 등 분명한 장점이 많다. 

 

하지만 나는 가장 먼저 “모든 일이 그렇듯 단기간에 대단한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몇 달 만에 얼마를 벌었다’ ‘하루 몇 시간의 투자로 쏠쏠한 수입을 얻는다’는 식의 얘기에 현혹되기 쉽지만, 초보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 말이다. 대다수 초보 판매자들은 아이템 선정, 물건 확보 방법, 상품 상세 페이지 작성, 상품명 기입, 태그 작성, 상단 노출 고민, 홍보, 배송 등 전 과정에서 매번 다른 고민과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지지부진한 과정을 성실하게 겪어가며 수년간 내공을 쌓은 판매자들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단골도 확보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수입을 얻는 게 아닐까? 

 

 

기획 서희라 고우리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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