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3년차, 제천 하미과 농부의 농업창업지원센터 통한 귀농기

기사 요약글

미리 살아보고 귀농하는 프로그램이 점점 늘고 있다. 퇴직 후 이색작물 하미과로 귀농에 성공한 김영완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기사 내용

 

 

 

"3년 정도 걸렸죠"

 

 

제천에 집도, 땅도 없던 김영완 씨가 하미과 농사로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이하 체류형 농업학교)를 통해 제천에 1년 동안 머물며 실질적인 농촌살이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체류형 농업학교를 함께 수료한 동기 모두가 귀농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28명의 동기 중, 제천에 정착한 사람은 5명뿐. 농사지을 준비가 됐어도, 정착할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씨가 농촌에 정착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마을 사람들'이었다.

외지인에 불과한 그에게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 김 씨는 체류형 농업학교 수강생으로서 농촌에 머물렀던 1년이 농사를 알아가고,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정부의 귀농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예비 귀농인들이 농촌에 직접 살면서 농사 지을 수 있도록 마을의 형태로 조성된 시설이다.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체류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농사에 필요한 기초 영농기술, 수확물 관리기술, 직거래 방법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한다. 현재 각 지역 별로 총 8곳에 위치해 있다.

 

 

 

 

Q. 귀농은 언제부터 생각하신 거예요?

 

 

제가 무역회사에 다니느라 중국에 12년 정도 살았어요. 2004년 중국에 처음 갔을 때, 우연히 어떤 과일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이건 한국에서 절대 못 먹는 거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내가 키워야겠다'. 그 과일이 '하미과'였어요. 그리고 2015년에 퇴직하고 서울에 와서 바로 귀농 준비에 돌입했어요.

 

 

Q. 귀농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첫 시작은 '서해영농조합법인'에서 진행하는 귀농 교육이었어요. 평택에서 두 달 동안 합숙하면서 기초적인 농사 관련 교육을 배웠는데, 국가에서 교육비용의 70%를 지원해줘서 부담이 적었고, 귀농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에게는 유용한 시간이었어요.

그때 같이 교육받던 친구가 체류형 농업학교를 말해주더라고요. 당시 세 군데 정도 있었는데, 제천시를 선택했어요. 아내가 귀농할 거면 서울에서 두 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정하라고 했거든요.

 

 

Q. 체류형 농업학교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마침 제가 1기라 특별히 어려웠던 건 없었어요. 면접을 보고 들어갔는데, 평택에서 배웠던 귀농 교육이 제가 농사에 관심 있다는 걸 증명해줘서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죠.

게다가 체류형 농업학교에 들어가면 체류하는 동안 머물 곳을 마련해주는데 농촌에 집과 땅을 구매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어요. 12평 기준으로 평균 보증금 60만원에 월세가 20만원이었거든요. 수도와 전기세는 별도였지만, 10개월 동안 가족들과 함께 저렴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Q. 체류형 귀농학교가 실제 귀농에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귀농하고 싶은데, 농사를 한 번도 안 지어본 사람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어요. 크게 이론교육과 실습이 있는데, 이론교육이 상당히 괜찮아요. 토양, 미생물, 식물 영양 같은 유용한 정보를 배웠던 게 실제 농사지을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또 실질적인 농사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개인마다 10평 남짓의 텃밭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시험 재배할 수 있어요.

 

 

Q. 작은 텃밭에서 하미과를 시험 재배하신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하미과를 시험 재배하기에는 땅이 좁아 비닐하우스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아무래도 하미과는 중국 사막 지역에서 크는 멜론이라 중국 도시지역에서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거든요.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비닐하우스를 얻게 됐어요.

체류하는 동안 마을에 친해진 식당 사장님이 계셨는데, 밥 먹으면서 담소 나누다 제가 땅을 찾는다고 하니까 마침 남는 땅이 있다면서 필요하면 쓰라고 하길래 냉큼 쓴다고 했죠. 틈틈이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 게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어요.

덕분에 1년에 30만원만 내고 50평 되는 밭에서 시험 재배할 수 있었고, 교육 외에 남는 시간은 비닐하우스에서 하미과 재배에 힘쓸 수 있었어요. 제가 하는 거 보고 두세 명이 따라와 같이 연습했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 다 귀농에 성공했어요(웃음).

 

 

 

 

Q. 하미과가 흔치 않은 품목인데, 재배 방법은 어떻게 터득했나요?

 

 

중국에도 농촌진흥청 같은 곳이 있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하미과 재배 방법이 영상으로 자세히 소개되어 있죠. 영상 보면서 혼자 공부한 거예요. 처음에 6줄 심었는데, 다행히 1줄은 성공했어요. 한국에서도 하미과를 재배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거죠.

 

 

Q. 실제 농사지을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재배 기술'이 가장 어려웠죠. 제천의 지리적 특성상, 추운 기후 때문에 멜론 종류의 농사를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 지역에 노하우가 없어서 제가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미과랑 비슷한 품종을 찾다가 경북 성주 참외농장에 직접 찾아갔어요.

덕분에 하미과 당도 높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중국 매뉴얼은 하미과 열매가 맺히고 40일 되는 날에 수확하라고 말하는데, 한국은 여러 날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당도를 높이려면 더 오래 기다린 후에 수확해야 하더라고요. 실질적인 어려움들은 이렇게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해결했어요.

 

 

 

 

Q. 현재 농사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00평짜리 비닐하우스를 4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만 하는 게 아니라 저희 마을에 하미과 작목밭 팀이 있어요. 다 합치면 2000평 정도 돼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예요. 체력에 무리 갈 정도로 하면 오래 못하거든요.

그래서 딱 벌고 싶은 만큼만 벌고 있어요. 제가 운영하는 하미과 400평의 순수익이 1000만원 정도 됩니다. 시골에 살면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면서 먹고 살 수 있죠.

 

 

Q. 하미과 농사를 짓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네요?

 

 

하미과 작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막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작물이 많지 않고, 돈이 안 되니까 새로운 것을 찾다가 하미과 농사가 잘되는 걸 보고 저한테 많이 찾아와요. 저도 혼자 하면 힘드니까 다 같이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하미과 재배 방법을 알려주는 거예요.

지금 보면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원래 농사짓던 기술이 있으니 병충해도 잘 잡고, 제때 적당량의 물도 주고 하면서 제가 키운 하미과보다 상품 가치가 높은 하미과를 더 많이 출하하더라고요. 그런 분들은 하미과 작목밭 팀의 반장으로 모시고 있어요. 시작은 제가 했지만 제가 더 많이 배우는 편이에요.

 

Q. 마을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려고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제가 제천에 오면서 맹세한 게 하나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이랑 절대 경쟁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외지인이 와서 자신의 생계수단을 위협하면 그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남들이 안 하는 걸 택한 것도 있어요. 이런 점을 마을 사람들이 높이 사서 저를 많이 좋아해 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체류형 귀농학교에 있는 1년 동안 마을 사람들이랑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특히 '식탁 교제'에 집중했죠. 비싼 술 들고 이장님도 찾아가고, 동네 식당에 가서 자주 밥을 먹었어요. 마을 사람들이랑 일단 친해지면 뭐든지 쉽게 풀리는 것 같아요. 제가 비닐하우스를 구한 것도 그렇고, 집을 구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귀농하고 싶은 지역의 모든 정보는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요.

 

 

 

 

Q. 퇴직 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저의 귀농 스토리를 보면 아시겠지만 귀농하기 전에 '미리 경험하는 것'은 중요해요. 체류형 농업학교같이 농촌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가는 것을 권해 드려요.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정보를 수집해야 돼요. 선배 귀농인을 찾아간다든지, 나와 같은 작물로 성공한 사람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경제적 수입이 없어도 3년 정도 먹고 살 수 있는지 파악해야 돼요. 처음에는 수익이 나기 어렵거든요. 혹시나 돈 벌려고 귀농하시는 분들은 미리 말리고 싶어요. 자급자족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분들이 해야 돼요. 그래야 건강에 무리 없이 농사지을 수 있습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지다영(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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