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최민수도 반했다! 30세 청년과 70대 장인들의 양복점 창업스토리

기사 요약글

인천에 30세 청년과 70대 장인들이 손잡고 문을 연 특별한 양복점이 있다. 그들의 성공 배경에는 특별한 팀워크가 있었다.

기사 내용

 

김주현바이각 장인의 섬세한 손길
 

 

옛 바느질에 반한 청년

 

 

전통과 트렌디함이 조화를 이루며 연예계는 물론, 슈트 멋쟁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주현바이각(대표 김주현, 30세). 이 양복점은 개항장으로 유입된 당시의 수제양복 기술을 전통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는 청년 로컬 기업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국내 손꼽히는 수제양복 장인들이 함께 하기 때문. 이 양복점은 한 20대 청년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내가 옷을 입었는데 옷이 나를 감싸 안네”


스포티한 옷만 입던 23살의 김 대표가 우연한 계기로 맞춤 수제양복을 입었을 때의 첫 느낌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던 그 느낌이 좋아 그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 명동에서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기성복에 밀려 사라져 가는 수제양복 문화와 테일러 장인들의 기술을 배울수록 그것을 이어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것’의 시각을 그 위에 보태고 싶다는 목표까지 갖게 되었다.

 

 
인천 마지막 장인 7인을 모은 김대표

 

 

이후 그는 고향 인천으로 내려와 테일러 거리가 있던 싸리재에서 활동했던 수제양복 장인들을 찾아 다녔다. 싸리재는 한때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아지트라 불릴 만큼 멋쟁이들로 가득했던 거리로 인천 개항장을 통해 들어온 근대 신문물인 양복‧양장 문화가 전파된 곳이다. 개항 문화가 대한민국 근대 역사이듯 싸리재 테일러 거리는 인천의 추억이다.

 

“선생님 저와 같이 수제양복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열정 하나로 장인들을 찾아 다니며 김대표가 건넨 말이다. 이제는 내리막도 지나 소멸의 위기에 있던 시장임에도 명맥을 잇고 싶다는 청년 테일러의 뜬금없는 제안에 장인들은 당황했다. ‘청년과 시니어의 협업이 가능할까, 서로가 괜찮을까?’라는 우려로 장인들은 그의 제안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들을 설득하고 발품 팔기를 수개월. 그는 시니어 장인 한 사람과 첫 손을 맞잡게 되었다. 이후 바지(시다몽), 상의(우아몽), 마무리(마도메), 재단, 봉제 등 분야별 최고의 전통 기술을 가진 인천의 마지막 남은 장인 7명과 함께 김주현바이각을 창업했다.

 

 

웨딩드레스와 수트를 제작하고 있는 김주현바이각 장인

 

 

정통과 전통을 바느질하다

 

 

김주현바이각이 제물포 사업장 지하에 마련한 ‘신제물포구락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줄자를 목에 건 노년의 신사가 인사를 한다. 시니어 테일러 이철호 장인(72세)이다. 17세에 친척이 운영하는 양복점 도제로 들어가 기술을 배운 그는 경력 55년차로 인천 싸리재의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한다.


“3년 전 어느 날, 이제 일을 그만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웬 청년이 소문 듣고 찾아왔다면서 불쑥 수제양복 일을 같이 하자고 하더군요. 삼국지의 삼고초려 장면처럼 세 번을 찾아왔고 난 3개월을 고민했었지요. 그리고 도원결의를 결심했죠.”

 

그렇게 모인 일곱 명 장인들의 경력만 합해도 무려 400년에 이른다.

 

“그때 김대표가 아니었으면 이 분야에 남아있는 기술자는 더 적었을 겁니다. 아까운 기술도 같이 사라졌겠지요. 수십 년 해온 테일러 일이지만 김대표와 같이 일하는 요즘이 참 좋습니다. 시니어들은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듯 점포 문을 열고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영업을 했죠. 그렇다보니 이렇게 사양 산업이 되었죠. 김대표는 달라요. 트렌드를 고민하고 옷 하나에도 창의적인 변형을 끊임없이 고민하더라고요. 그런 것을 이해하고 난 뒤로는 어디에서도 노인행세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은퇴요? 마음 속에서 스타일을 고민하지 않게 될 때 일 것 같습니다.”

 

 

 

 

김주현바이각이 전통을 정통하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니어와 주니어의 협업이 절대적이었다. 여기에 서로에게 배우겠다는 생각도 중요했다. 이들의 완벽한 협업 능력은 단추, 깃, 소매, 이새(ease, 이음새의 여유를 주거나 하는 작업)를 주는 작업 등 작은 단계부터 세세하게 회의를 통해서 전통을 찾고 그것의 정통을 고민하는 것에 있다. 그 결과 창업 5년차인 지금 제물포 본점과 송도국제도시에 매장을 확장할 수 있었고 비, 유재석, 최민수, 조진웅 등 유명 남자 스타들이 이곳에서 수트를 맞춰갈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전통을 잇기 위해 인천 내 대학 및 특성화고 패션디자인학과와 테일러아카데미로 산학협력을 하며 수제 양복의 젊은 장인을 키우는 중이다.

 

 

김주현바이각 수트를 입은 스타들

 

 

청년과 시니어의 창업 핵심은 팀워크

 

 

청년과 시니어가 운영하는 점포 내 조직 관리나 협업을 준비한다면 건강한 팀워크를 만드는 문화부터 고민해야 한다. 김주현바이각은 이들이 튼튼하게 바느질된 덕에 로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대표와 이철호 장인이 말하는 김주현바이각의 성공 핵심은 두 가지이다.

 

1 상대에게서 배우려는 노력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문화가 다르니 당연히 언어와 생각이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르다. 먼저 ‘서로 다름’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니어 세대는 ‘요즘 것들’이라고 말하기 전에 ‘요즘 것을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청년 세대는 ‘꼰대’라 말하기 전에 자신조차 ‘젊은 꼰대’가 되는 우(愚)를 피해야 할 것이다. 상호 이해의 폭은 이 기본 전제에서 넓어진다.

 

2 말하기보다 듣기에 더 노력
‘왕년에~’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팀워크는 어디로 갈 지 예측불허이다. 서로의 의견을 공유할 준비가 되었을 때 오고 가는 말은 좋은 효력으로 나타난다.

 

 

기획 임소연 이철민 사진 김주현바이각 제공 https://blog.naver.com/kimjuhye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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