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면 볼거리 즐길거리 2배! 도자기, 미술관, 쌀밥의 고장 이천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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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법. 2020년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려면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이천으로 가보자. 이천에는 임금에게 진상한 귀한 것이 많아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사 내용

 

 

 

조선 시대 농서(農書) <행포지(杏浦志)>에는 “이천에서 생산한 쌀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게다가 조선의 아홉 번째 왕 성종은 세종릉(世宗陵)에 성묘하고 환궁 시 이천에 머물며 이천쌀을 맛보게 되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그 후로 이천쌀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벌써 500년도 훨씬 넘은 이야기지만, 아직까지도 이천은 쌀 명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천쌀은 왜 맛있을까?

 

먼저 이천은 우리나라 내륙 중앙에 위치한 분지 지형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우도 충분하며, 일교차가 커 농사가 잘된다고 한다. 게다가 땅은 찰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벼농사에 적합하고, 물맛도 좋아 쌀 재배에 금상첨화다. 이런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재배했으니 이천쌀은 밥맛을 떨어뜨리는 지방과 단백질은 적고, 밥맛을 좋게 하는 티아닌·비타민· 필수아미노산은 듬뿍 들어 있다. 

 

 

 

 

밥이 보약, 이천쌀밥

 

아침부터 식사가 가능한 쌀밥집이 있다 하여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식 예술 장인이 운영한다는 이 쌀밥집은 모든 찬을 직접 만든다고. 궁중 음식을 연구한 장인은 한식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음식을 선보인다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밥을 갓 지어내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이 한 상 가득 차린 음식부터 맛보았다. 가장 먼저 살이 꽉 찬 간장게장을 맨입에 흡입했지만 그 맛이 짜지 않고 달착지근하며 쫀득했다. 이뿐이랴. 소고기를 직접 갈고 다져 석쇠에 구운 떡갈비도 달콤하니 입맛을 돋웠다.

 

5분쯤 지나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이 상에 올랐다. 쌀밥을 한 숟가락 가득 떠 얼른 입에 집어넣었다. 돌솥에 지은 밥이라 입안이 델 만큼 뜨거웠지만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말로만 듣던 이천쌀밥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온기가 사라진 후에도 차지고 고소해 밥만 먹어도 괜찮을 만큼 맛이 훌륭했다.

 

 

 

 

이천 시민의 평온한 휴식처, 설봉공원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안개 낀 날씨마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따뜻해진 몸을 움직여 바로 설봉공원으로 향했다. 고장 구석구석이 평온하고 아름답지만, 이천 여행의 핵심은 설봉공원이라 할 수 있다. 

 

이천의 진산, 설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설봉공원은 넓은 설봉호 주변으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먼저 음식을 소화시킬 겸 설봉산 기슭에 자리한 영월암에 올랐다. 설봉공원 주차장에서부터 30분 정도 걸어 이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암자에 도달했다. 영월암은 신라 문무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곳에 있는 불상은 고려 중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해 1000년 고찰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마음을 정화하고 다시 공원으로 내려오다 청아한 소리에 이끌려 다가가니 소리의 진원인 설봉서원이 나타났다. 1564년에 유생을 교육하기 위해 지은 설봉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871년에 문을 닫았다가 2007년에 복원했다. 설봉서원은 선현의 뜻을 본받아 현재 한학과 전통 예절 등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한다. 멀리서 들려오던 가야금 소리 또한 이곳 학생들이 연주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저마다 정성을 들여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숙연해졌다.

 

 

 

 

설봉공원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과 이천세계도자센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 월전 장우성 선생을 기려 문을 연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월전 선생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여 일반인에게 친숙하고도 수준 높은 미술 세계를 접하게 해준다. 지난달부터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궁을 재조명하는 기획전 <궁.宮.Palace.>를 개최해 방문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 세계 도자 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는 <2019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 공모전>의 출품작도 만날 수 있다. 흔히 도자 하면 둥글고 목이 잘록한 항아리를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는 도자가 추상적이고 서사적 예술 세계를 표현하는 데 경이로울 만큼 아름다운 재료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도자의 멋에 푹 빠졌다면 근처에 자리한 사기막골 도예촌으로 가보자. 도예가들이 모여 공방과 숍을 운영하는 사기막골 도예촌은 실생활에 유용한 도자부터 전시용으로도 손색없는 도자 작품을 판매한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공방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공방에서 제공하는 도자 빚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천의 맛과 멋

 

 

쌀 외에 이천 특산물로 복숭아, 산수유 등이 유명하지만 귤과 한라봉을 재배하는 곳도 있다. 제주에서만 나는 줄 알았던 한라봉이 내륙 중앙에서 재배한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하늘빛농원에 들어서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샛노란 한라봉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 긴 비닐하우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 

 

한라봉을 재배·판매하는 이곳은 방문객에게 수확 체험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1월 초부터 약 2~3주간 1만3000원을 내면 한라봉 1kg을 수확해 가져갈 수 있고, 그 자리에서 시식용 한라봉도 맛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탐스러운 한라봉이 먹음직스러워 몇 개를 맛보았는데 새콤달콤한 맛에 눈이 번쩍 뜨였다. 당도나 싱싱함이 제주산 한라봉과 견줄 만큼 뛰어났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되는 이천의 기후 조건 덕분에 한라봉 역시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게다가 제주보다 한 달 일찍 생산해 빨리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천 한라봉의 장점이다. 농사일은 배울수록 어려워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는 젊은 농부의 말을 들으니 한라봉도 머지않아 이천 특산물로 널리 알려질 것이라 기대한다. 

 

이천의 매력은 특별한 보통의 것이라는 데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도 이천에서 난 것은 임금도 반했을 정도로 각별한 맛을 자랑한다. 일상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도자이지만, 이천에선 도자도 예술의 한 영역임을 새삼 깨닫는다. 매일 반복되는 같은 날의 연속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하루하루가 특별한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김승희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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