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도 출신 60세 여성의 발효문화원 창업 성공 비법3

기사 요약글

“기다림을 배워라.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림은 죽은 시간이다. 모든 농부는 자연스럽게 익은 사과가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름 태양을 흠뻑 담은 달콤한 과일은 모두 기다림이 선사한 것이다. 기다림은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성스런 창조적 행동이다. 기다림은 맛을 깊게 한다.” - 작가 구본형 -

기사 내용

 

 

 

 

실험실에서 배운 화학을 천연발효 기술에 연결

 

 

발효는 변화의 예술이다. 시간을 내어주고 기다림을 통해서 기질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 사람도 그렇다. 오랜 시간 숙성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의 원숙하고 깊은 맛을 알게 된다. 2020년 올해 환갑을 맞는 ㈜한국발효문화원의 김정미 대표는 천연발효식초 연구자이다. 주정 식초나 당화농축액 식초와 달리 과일 등 20여 가지의 천연재료를 발효시켜 식초로 바꾸어내는 게 그녀의 일이다. 그 중 김대표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발효 기술은 ‘커피식초’와 ‘늙은 호박식초’ 제조 기술이다.

그녀는 38년 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결혼을 하면서 화학도의 삶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세월에 기질이 변하듯 그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언어에 관심이 생겨 다시 대학에서 국문학을 배우기도 하였고, 삶의 터전인 인천시 동구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자로 궂은 일들을 하며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2016년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평생교육 과정에서 발효식초를 경험하면서 청춘의 때에 실험실에서 배웠던 화학이 천연발효 기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때는 ‘성질의 변화’라는 것에 매료되어 화학을 배웠지요, 그걸 참 오래 잊고 있었어요.” 김대표는 그 날 발효식초를 경험하고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갈수록 건강한 삶이 강조되는 요즘, 다양하게 식초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화학적 변화 과정에 익숙함이 있던 그녀에게 발효식초가 삶의 변화 모티브가 된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에 자신이 교실에서 배운 발효화학 지식과 오랜 시간 손에서 손으로 전수되고 있는 할머니들의 민간 발효기술을 보태면 우리 몸에 더 친화적인 천연 식초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라면 창업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김대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천연발효 식초를 연구하고, 오랜 동안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주민들을 통해 동네에서 솜씨 좋기로 소문난 할머니들에게 숨은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발효문화원은 4년 여의 숙성 시간을 거쳐 2019년 5월에 창업 되었다. 인천시 동구에서 공유공간 카페를 운영하며 공정무역 커피와 20여 가지의 천연발효 식초를 판다. 다른 공간에 지역 주민들의 힘을 보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글쓰기 등 다양한 강좌도 운영되고 있다.

 

 

 

 

속성보다 숙성

 

 

초사물의 시대. 교통과 통신의 생명이 ‘빠름’에 있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는 속성(速成) 보다는 숙성(熟成)이 강조되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시니어 창업’은 충분한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과 경영 모두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창업 과정에서 알게 된 시니어 창업의 중요한 세 가지 요건이다.

 

 

첫째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창업의 물리적, 정서적 부분과 연결된다. 창업 예정 지역을 잘 알면 점포 임차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곳만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정서적인 부분과 연결된다. 김대표가 살고 있는 인천시 동구는 60세 이상 시니어 인구가 29.8%(2019.10월)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시니어 특화 지역이다. 시니어 인구가 많다는 것, 그것을 그저 낡았거나 노화되었다는 것만으로 보면 안 된다. 그 속에는 패스트푸드가 흉내 낼 수 없는 지역과 세월에 담긴 곰삭은 것들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니어가 많다는 것은 한 동네에서 오래 살고 있는 주민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니어의 집단지성과 민간 기법이 김대표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장점이 되었다.

 

 

둘째 지역 자원을 활용하면 좋다.

 

예전에 동구의 일부는 바다와 접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원주민들 중에는 생선으로 젓갈을 담는 자기만의 기술을 가진 어르신, 인근 섬 지역과 생활 터전을 같이 하던 분들이 더러 있다. 자연스럽게 인천 섬에서 생산되는 늙은 호박 등 로컬 농산물에 밝은 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니어 창업에 로컬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김대표의 경우도 덕적도에서 생산되는 늙은 호박으로 발효식초를 만들고 있으니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셋째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 

 

김대표는 오랫동안 동구에 거주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력단절여성, 솜씨 좋은 어르신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것이 창업의 단계에서는 지역과 호흡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이 된 것. 특히 로컬 재료를 사용하는 김대표의 경우 로컬 재료에 드러나지 않은 특이점들을 삶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작은 도서관 운영도 동네 경력단절여성들과 함께하니 일손에도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기획 임소연 글·사진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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