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으로 사회적기업 만든 50대 이완순 씨의 창업스토리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매일생선’을 운영하는 이완순 대표(57세)는 시니어 창업가이다. 이대표는 생선 장사를 하는 남편을 도와 20년 넘게 일을 했다. 그것으로 두 자녀를 키우고 넉넉하진 않았어도 좋은 삶을 꾸려왔다는 것에 자부심도 크다. 훌쩍 나이를 먹어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때에 그녀는 ‘생존을 위한 돈벌이 활동’과 ‘건강한 삶을 위한 활동’ 사이에서 혼란을 갖기 시작했다. 마치 숨가쁘던 공연이 끝나고 밀려드는 허전함 같은.

“나, 사회적기업 창업 한 번 해볼까” 이 말에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무슨 자선사업가인줄...... 돈만 벌기에도 힘든 게 창업인데 나이 먹고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주변의 이런 걱정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소점포 경기가 어려울 만큼 어려운 요즘, 수익과 가치를 동시에 얻는 창업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을 것. 그럼에도 이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며 삶에 세 가지 변화를 경험한다.

 

 

 

첫째, 자신에게 문제를 던지다 

 

먹고 살기 위해 인생의 무게에 끌려 다니던 고달팠던 시절에 대한 반발심이었을까? 언제부턴가 이대표는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했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답을 찾느라 애를 썼다. 주거, 환경, 교육, 먹거리, 일자리 등은 우리 삶의 ‘찐’한 모습이다. 이것들은 조용히 들여다보면 좋은 점과 문제점이 공존한다. 동떨어져 바라볼 때와 문제로 인식하고 바라볼 때 전혀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어느 날 이대표는 한번쯤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영문도 모르는 질문을 키우게 되었다. 그럴듯하게 사회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먹은 내가 이.제.와.서. 

“화려하진 않지만 내 삶을 일군 ‘생선’으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여러 번 답 없는 질문을 되풀이하며 던졌다. 그러던 중 구청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예비 사회적기업가 창업교육을 받게 되었다. 

 

 

 

 

둘째, 자신의 프레임을 바꾸다

 

“생선가게를 창업하고 직원을 채용하면 그것이 공동체 사회를 위한 일이 된다고......”

같은 일도 풀어가는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이대표에게 경제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만약 길에서 우연히 돈을 주웠다면, 책갈피에서 잊고 있던 비상금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공돈’으로 마음먹는 순간 그 돈은 흐지부지 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그 돈을 통장에 넣어 다른 돈과 섞이면 내 돈(자산)으로 둔갑한다. 공돈인지 자산인지는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 ‘빵을 팔기 위해 창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빵을 판다’라는 말이 여운으로 남았다. 오랫동안 고정되었던 시각의 프레임을 달리하니 평생 생존을 위해 했던 고된 일들도 오히려 다른 모습으로 떠올랐다. 

 

셋째, 무소의 뿔처럼 가다

 

“그래 창업을 해보자, 중년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회사를 차려보자” 

이대표는 시니어 여성들에게 주부100단의 숨은 실력도 발휘하게 하고, 사회적기업 일자리를 통해 경제활동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사회 참여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 파도가 되었다. 게다가 갱년기 우울증과 낮아진 자존감 등 한때 자신이 겪었던 심리적 불안들도 적절한 노동으로 회복하고 안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명부터 시작해보자” 그것이 모아지면, 지역사회가 더 건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대표는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2018년 창업을 했다.

 

 

 

 

사회적기업은 영리기업과는 설립 목적부터 다르고 경영활동을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영리기업이 수익창출이 목적이라면 사회적기업은 수익창출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창출해야 한다. 그야말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거나 이것을 혼합한 기타의 방식’으로 기업적 활동을 한다. 

“내 장사를 할 때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했어요.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더라고요. 행정 기관에서는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을 알려주고, 나처럼 사회적기업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고, 분야마다 업종마다 우리를 도와주겠다는 전문가들도 있더라고요. 저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그 사업을 통해서 경영 전문가(멘토)를 만나게 되었지요. 멘토로부터 사업계획, 상품개발, 마케팅 등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세세하게 멘토링 받으면서 사업이 구체화 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변하는 트렌드 이슈와 시장 세분화 방법 등 지금도 지속적인 멘토링을 받기도 합니다. 고비마다 여러 사람들이 힘이 되고 의지가 되었습니다. 그 덕에 경쟁을 해야 하는 영리기업과 달리 협동의 힘을 먼저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생선구이로 세상과 ‘다시’ 소통하다

 

매일생선은 중년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생선구이를 판다. 동시에 어엿한 기업으로서 매출향상을 위해 기술개발, 홍보와 마케팅, 서비스 방식 연구도 멈추지 않는다. 

“정부지원 사업으로 시작하다보니 간혹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프리마켓 등에도 참가할 수 있어 홍보와 매출에도 적잖게 도움이 됩니다.” 

이대표는 20년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장사하던 자신부터 달라졌다고. 간편함은 소비자의 몫이고 불편함은 매일생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전문화된 시설과 기술로 굽고 조리 후 얼리지 않아 집에서 굽는 생선구이보다 맛이 깊다. 당연히 고객들은 조리시 발생하는 냄새와 번거로움이 주방에서 사라져 좋다고 말한다. 급속하게 확장되는 간편식 시장과 ‘더 빠르고 안전하게’를 외치는 배송 시장 트렌드에 맞춰 구운 생선을 종류별로 한 마리씩 개별 진공포장도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인터넷을 이용한 주문과 배송 거래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매일생선은 2년 차 경영 중이다. 아직 큰 걸음을 떼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역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한 명 고용하였고, 이번 겨울에는 한 명을 더 고용할 계획이다. 이대표는 시니어 창업가로서 중년 여성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으니 그녀들의 생각도, 기술도, 경험도, 다시 꺼내어 삶의 도구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은 책임을 스스로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과 함께 중년의 경험과 지혜를 맞대어 갈 예정이다.

 

 

기획 임소연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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