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좋아하던 어린 소녀가 50대가 되어 연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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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정혜영 씨(56세, 가명)는 온통 책에 둘러싸여 종일 책만 읽고 싶다는 로망을 아직도 갖고 있다. 가장 즐겨 찾는 나들이 장소도 서점이다. 그런 혜영 씨가 이제는 아침마다 도서관 문을 열고 책에 둘러싸여 일을 한다. 작은도서관을 오픈한 지 이제 1년째.  오십이 넘은 나이에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정말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에 일상이 행복이다.

 

요즘처럼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거나 대형 서점이 드물던 6, 70년대,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주로 전집으로 들여놓는 게 유행이었다. 한 세트가 50권, 100권 씩 하는 전집류에는 세계문학작품들이 총망라해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혜영 씨가 당시 가장 갖고 싶었던 게 바로 이런 전집들. 하지만 집에는 변변한 책 한권 없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이었다.

 

혜영 씨는 고교 졸업 후에도 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중견 식품회사에 바로 취직했다. 총무부서에서 사무 보조 업무를 5년 정도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 이후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을 그만 두었고, 30년 가까운 세월을 전업주부로 살았다. 남편의 대리점 사업이 잘 되면서 혜영 씨가 다시 취업할 필요는 없었다. 직장생활에 대한 미련은 그다지 없었으나 그동안 미처 못 한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에 혜영 씨의 독서 취미는 더욱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살림을 하면서도 늘 손에서 책을 떼놓지 않았고, 한 두 권 씩 사 모은 책이 어느덧 책장을 가득 채웠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늘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읽었고, 주말이면 놀이공원보다 서점과 도서관을 더 즐겨 찾는 가족이 되었다.

 

둘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혜영 씨는 50세가 되었다. 두 아이의 수험생 뒷바라지가 모두 끝나고 여유가 생기자 혜영 씨는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꿈을 꺼내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도서관을 여는 것.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공간이었던 도서관, 책 속에 둘러 싸여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천국이었던 그 도서관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었다. 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도서관으로 등록해 지원금 받기

 

 

작은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에 비해 작은 규모의 도서관으로 시설규모는 33㎡ 이상, 장서는 1,000권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보유하는 도서관을 말한다. 지역주민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언제 어디서나 찾아갈 수 있으며 도서관 본연의 지식정보서비스 제공과 함께 다양한 독서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개인이 작은도서관을 설립하려면 도서관법 제3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8조에 따른 시설기준(장서 1,000권 이상, 면적 33㎡, 열람석 6석 이상)을 갖추고 각 시, 군, 구청장에게 등록 신고하면 된다.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도서관 프로그램 운영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도서관으로 등록해야 한다.

 

작은도서관 사이트(http://www.smalllibrary.org/about/foundation)에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으며, 관련 서식도 해당 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사서자격증 따기

 

 

혜영 씨는 우선 사서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작은도서관을 설립하는데 사서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서자격증을 따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사서자격증은 1966년부터 발급된 국가전문자격으로 1급 정사서, 2급 정사서, 준사서로 구분된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도서관학, 문헌정보과, 도서관과)을 전공하고 졸업한 사람 또는 법령에서 이와 동등한 학력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문헌정보학(도서관학, 문헌정보과, 도서관과)을 전공한 사람(일정 학점 이수 후 무시험 자격 취득)에게 주어진다. 현재 4년제 대학 및 2년제 대학, 지정교육기관 등에서 관련교육을 하고 있다.

 

혜영 씨가 선택한 것은 학점은행제. 시간과 비용 면에서 현실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방법이었다. 학점은행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혹은 동등 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학위취득 시 법적으로 동일한 학력을 인정받는다. 고졸의 경우 문헌정보학전공으로 전문학사학위를 위한 전공 45학점 이상, 교양 15학점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면서 총 80학점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학점은행제를 통해 취득한 학위로 정사서,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 사이트 (ww.cb.or.kr/creditbank/base/nMain.do) 참조

 

 

 

 

독서모임 운영하기

 

혜영 씨는 공부하면서 가까운 작은도서관에서 자원 봉사활동을 계속 했다. 책 분류, 관리, 대여 등 일반 사서들이 하는 일도 익히고, 독서모임도 만들어 이끌어갔다. 틈 날 때마다 작은도서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보고 배우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신이 도서관을 연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할까 늘 생각했다.

 

 

도서관의 전문분야 정하기

 

작은도서관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혜영 씨는 규모가 작은 만큼 주제가 있는 도서관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책전문도서관을 열기로 결정했다. 읽을 책이 늘 부족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아이들 누구나 읽고 싶은 만큼 마음껏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게다가 아이를 키워보니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아이가 공부도 잘 하고 인성도 바르게 자란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언제든 손만 뻗으면 읽고 싶은 책을 만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면서 놀이처럼 즐겁게 책을 만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수익성 고민하기

 

또 갖가지 사업을 통해 수입을 마련할 길도 꾸준히 궁리했다. 돈 벌고자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수익이 생겨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잘 운영하고 있는 곳들을 살펴보면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지원하는 공모사업으로 기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강연이나 세미나 참여,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활동성과를 모아 책을 펴내기도 하면서 다양한 수입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업이나 단체, 개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사)한국작은도서관협회,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등 작은도서관 관련 협회에서는 작은도서관 운영자 및 관계자들의 정보 교류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등을 열어 운영자들의 역량강화를 돕고 있다.

 

 

 

투자금과 고정비용 지출 최소화하기

 

집 근처 상가에 작은도서관을 오픈한 지 이제 1년째.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투자금과 고정비용을 최소화하자는 목표를 세웠기에 임대료도 가장 저렴한 곳을 발품 팔아 찾아냈고, 인테리어 비용도 최소화했다.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많은 책들이 안전하게 자리잡는 데 우선을 두었다. 집에 있던 수백 권의 책들을 그대로 내왔고, 책 기증도 많이 받았다. 역사, 인물, 과학, 예술, 동화, 옛이야기, 그림책, 분야에 따라 책 이름, 지은이, 펴낸 곳, 간단한 내용까지 정리해가며 책을 분류했고, 배열했다. 도서관이 제 몫을 하려면 늘어나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관리하고 누구든 쉬이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줄 사서가 있어야 한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자격증을 취득한 게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 기획하기

 

 

책 대여, 책 읽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행하면서 가입비를 내고 참여하는 회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가입비 3만원을 납입하고 회원이 되면 언제든지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고, 대여는 일주일에 5권 씩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프로그램 참가비는 내용에 따라 1~3만원씩 받고 있는데 프로그램마다 평균 10명 정도는 언제나 참여하는 편이다. 특히 그림책 만들기, 영어동화책 읽기 등 인기프로그램의 경우는 대기자도 생겨났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이용자로 찾아와 어린이독서회 활동에 참여하다가 이제는 자원봉사활동까지 해주는 회원도 생겨났다.

 

 

지자체 지원 사업 수시로 확인하기 

 

 

각 지자체나 공공재단 등에서는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공모 사업 공고가 수시로 나므로 정부 홈페이지 (https://www.gov.kr)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좋다. 공모에 채택되면 도서구입비, 독서문화 프로그램 및 행사운영비 등의 사업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혜영 씨의 경우 오픈한 지 1년밖에 안되었으므로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수익이나 성과가 적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러 공모사업에 지원할 예정이고, 프로그램도 더욱 활성화해 나가고자 한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고, 작가를 초청해 특강이나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 생각이다. 그래서 이제 새롭게 꾸기 시작한 꿈, 볕이 잘 들고 반듯한 마당이 있는 작은도서관을 여는 꿈을 향해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고자 한다.

 

 

기획 임소연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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