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대한민국 중년의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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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킨제이보고서, 2017년 실시간 행복보고서, 2018년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보고서 등 매년 5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규정해온 ‘전성기 리서치’. 2019년의 주제는 ‘퇴직한 다음 날’입니다. 대한민국 중년에게 퇴직은 어떤 의미일까요?

 

퇴직 후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 전성기 리서치 1

 

이 연구를 이끈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김난도 교수에게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 연구’의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요?

베이비부머들은 퇴직, 은퇴를 끝이 아닌 제2의 출발, 즉 2라운드 인생의 시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퇴직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또 하나, 남성들의 가치관 변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전 세대 남성들은 일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가정은 부양의 존재이지 가정에서 삶을 산다는 개념이 없었지요. 그러나베이비부머들은 일이, 직장의 명함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퇴직, 은퇴를 새로운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준 요인을 꼽는다면?

과거보다 길어진 수명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합니다. 과거엔 은퇴 시기인 환갑을 생의 마지막 시기로 봤지만, 지금은 누구도 60세에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의술이 발전한 것은 물론, 젊을 때부터 건강관리를 하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났고 생존 기간 동안 건강해졌다는 것이지요. 

 

퇴직 사유를 보면 희망퇴직, 명예퇴직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자발적 퇴직보다 비자발적 퇴직이 더 많았지만 45~54세와 55세 이상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45~55세 퇴직자들의 경우 다른 활동에 도전한다든지, 희망퇴직을 한다든지, 좀 더 적극적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강하고요.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정년퇴직을 당한다고 할까요? 수동적으로 퇴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년들에게는 두 가지 전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되도록이면 정년까지 버텨보자. 다른 하나는 정년퇴직을 당하게 되면 네트워크라든지 재출발할 수 있는 자원이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직을 모색하자는 것입니다. 55세 이전과 이후의 퇴직 사유에 이 같은 전략이 엿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어떤 점을 가장 흥미롭게 봤나요?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퇴직자들이 퇴직 당시 느낀 감정입니다. 퇴직자들이 1순위로 꼽은 기분을 보면 ‘후련하다’입니다. 그러나 2순위로 꼽은 응답은 ‘상실감을 느낀다’입니다.

1, 2순위를 더하면 후련하지만 상실감을 느낀다, 즉 시원섭섭하다는 의미이지요. 이것이 중년들이 퇴직 당시 느끼는 대표적인 감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1순위에서 후련하다가 상실감보다 높았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직장생활은 자아실현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보면 그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직장을 다녔다는 반증이거든요.

 

 

남성보다 여성이 퇴직할 때 “수고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오래 일할수록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싶을 줄 알았거든요.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젊은 퇴직자, 여성이 직장생활 동안 회사나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기회가 적지 않았나?’라고 추론해봅니다. “수고했다”는 말에 누군가 나를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 있는데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외로 자신의 퇴직을 가족과 상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성보다 남성이, 나이가 젊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습니다. 또한 퇴직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이 눈에 띕니다. 대부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했는데, 갑작스러운 퇴직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설마 내가 퇴직할까?’라고 생각하다가 준비 없는 퇴직을 하게 되는 사례이지요.

 

퇴직 이후 소득은 크게 줄었지만 지출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비록 소득은 줄었지만 생활의 질은 낮추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요?

고정비가 줄어들지 않은 게 크다고 봅니다. 특히 경조사비, 자녀와 부모 부양비는 퇴직 전후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이 비용을 퇴직과 상관없는 고정비로 봐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는 퇴직 이후 지출을 줄이는 항목을 눈여겨봤는데요, 많은 중년들이 품위유지비, 사교에 드는 비용, 문화비 등 정신적 풍요를 위한 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를 위해, 자기 행복을 위해 써야 하는 돈을 1차적으로 줄이는 것이지요. 한편으론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퇴직을 앞둔 중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퇴직을 실감한 순간으로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뭐 하지?’라고 생각할 때를 꼽았습니다. 일상에 변화가 생긴 걸 실감하는 순간이지요.

상대적으로 55세 이상 남성들은 명함이 없을 때 퇴직을 실감한다는 응답이 많았는데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명함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퇴직 이후에도 명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나 직급이 빠진 대신 ‘아마추어 당구선수’ ‘등산 애호가’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명함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은퇴했더라도 자기정체성을 보여주는 명함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퇴직 후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 전성기 리서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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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
만약 나라면 쿨하게 인정 못할것 같아요. 요즘 한창 일할 나이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아 걱정이거든요.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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