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일자리, 어떤 게 있을까?

기사 요약글

강아지와 함께하며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기사 내용

 

 

 

함께 걸어 더 좋은 인생

도그워커 이미숙 씨

 

우리에게는 생소한 직업인 도그워커(Dog Walker)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고소득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도그워커는 산책이 부족한 직장인, 맞벌이 가족의 반려동물을 운동시키고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전문가다.

도그워커와 펫시터를 양성하고 매칭해주는 우프(woof)에서 도그워커로 활동하는 이미숙 씨는 이 일을 접하기 전부터 반려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저의 무지로 인해 떠나보낸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반려견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쉽게 키워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교육을 받았어요. 당시 제 월급의 절반에 달하는 교육비가 들었지만 먼저 떠난 반려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지금 가족처럼 생각하는 강아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그러다가 50세가 지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도그워커를 모집하는 광고를 봤어요. 교육을 받은 적도 있고 해낼 자신도 있어 도전해보면 좋겠다 싶었죠.”

그녀는 반려견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각종 실습으로 이루어진 교육을 수료한 뒤 다양한 미션과 시험을 통과해 도그워커로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일이 쏟아지지는 않았다. 교육장에서도 이 일을 전업으로 하면 힘드니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을 때 첫 일이 들어왔다.

35kg의 대형견 레트리버를 산책시키는 일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보호자의 집에 찾아가 용품을 챙기고 목줄을 맨 후 첫 발걸음을 뗐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 보호자에게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공적으로 마친 첫 도그워킹을 시작으로 그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느덧 2년 차, 그녀가 활동하는 경기도 광명 지역에서는. 인기 순위 3위 안에 드는 전문 도그워커가 됐다. 처음 만난 레트리버의 산책 파트너 역시 여전히 그녀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정성과 마음을 다해서 집중을 하고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강아지 성격이나 특징에 맞게 교육을 하면서 도그워킹을 했는데 이전보다 산책이 수월해진 반려견을 보고 보호자들이 좋은 후기를 많이 써주셨어요. 덕분에 지금은 한 달에 40회 이상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입은 만족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좋아하는 강아지와 산책하며 생활비에 보탬을 줄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에 힘을 낼 수 있다.

“도그워커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쉽게 하기 어렵고 도전하더라도 막상 안 맞아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밖에 나가면 저는 평범한 아줌마일 뿐인데 이 일을 하면서 선생님이 됐어요. 보호자들이 자신의 반려견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면서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거든요. 나름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신뢰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은 그녀를 책상 앞으로 이끌었다.

“하면 할수록 부족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뭔가를 더 배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반려동물관리사와 행동교정사 자격증도 땄어요. 아직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점점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꾸준히 공부하고 열심히 활동해서 경력과 노하우를 쌓으면 지금보다 더 인정받는 전문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동물이 주는 선물 같은 순수함에 늘 웃으면서 일한다는 그녀는 오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힘차게 나아가는 중이다.

 

 

 

 

행복한 반려견 나라

라울&레미 하우스 김동진 씨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어느 조용한 길 끝에 이르면 아주 작은 간판이 보인다. 6년 차 전문 펫시터가 운영하는 라울&레미 하우스다. 라울&레미 하우스는 쉽게 말하면 반려견 호텔이다. 여느 반려견 호텔과 다른 점은 전문 펫시터가 24시간 상주한다는 것. 이곳의 대표이자 라울&레미 파파로 통하는 김동진 씨가 펫시터가 된 건 아내의 반려견 사랑 때문이다.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 뒤 명절에 집을 비워야 하는 다른 가정의 강아지들을 돌봐준 적이 있어요. 워낙 강아지를 좋아해 따로 공부를 할 정도로 관심과 애정이 많았죠. 열심히 돌봤는데 그게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다음 해에 제가 퇴직을 하고 아내와 함께 전문적으로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부부가 함께 반려동물관리사 등 각종 자격증을 따고 관련 허가증과 면허증까지 모두 취득했다. 그리고 부부의 반려동물인 닥스훈트 라울과 레미, 마카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곳에 머무는 다른 강아지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하우스 안으로 들였다. 흥미로운 건 상업공간이지만 누구나 이곳을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강아지들은 낯선 사람이 보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아무리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본인이 쉬고 싶을 때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사전에 방문 예약을 한 견주만 들어올 수 있는데, 견주들도 강아지들이 노는 공간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다른 견주의 강아지들도 있으니까요. 그 대신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여드리죠.”

항상 청결에 신경 써야 하고, 새로운 강아지가 들어오면 성향에 맞게 방을 분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서로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긴장을 놓지 않는다. 운동과 식사, 배변, 잠자리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잠을 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일을 하는 셈이다.

 

 

“아무리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분리 불안이 있는 아이, 계속 짖는 아이 등 각기 다른 성향의 강아지를 쉴 새 없이 돌보는 일이라 힘에 부칠 때가 많아요. 명절처럼 강아지들이 많을 때는 밤에 못 자는 일도 허다하죠. 물리는 건 기본, 견주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건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견주들이 보내는 감사 메시지 하나에 노고가 씻은 듯이 풀리고 강아지들의 귀여운 애교와 장난을 보노라면 펫시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공부도 늦출 수 없다. 필요한 강의를 찾아서 듣고 사료 먹이는 법, 간식 만드는 법, 강아지가 아플 때 대처법, 병원을 고르는 법 등 노하우가 없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는 일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실제로 김동진 씨의 아내는 사료 냄새만 맡아도 종류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정성과 열정 덕에 이 펫시터 부부에게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

“6년째 펫시터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보다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말 못 하는 강아지를 파악하는 일은 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펫시터를 꿈꾸는 사람이 많은데 인내와 책임감 없이는 힘들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내 반려견을 잘 키우는 게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잘 돌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정말 강아지를 사랑하고 그만큼 공부할 의지가 있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삶도 없죠.”

옥상으로 올라가면 푸른 인조 잔디가 깔린, 넓은 야외 운동장이 나온다. 신나게 뛰어노는 강아지들의 모습에서 부부의 삶이 묻어나는 이유는 이들만의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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