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 내는 삶, 어떻게 실천해야 할까?

기사 요약글

비우고, 줄이면서 삶의 무게를 덜어 내는 다양한 방식.

기사 내용

 

 

 

강신혜 대표의 플라스틱 덜어 내기

 

늦은 저녁 휴대폰으로 주문한 과일과 채소가 이튿날 새벽이면 도착한다. 굳이 마트에 가지 않고도 쉽고 빠르게 물건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분리해 배출하려고 택배 박스, 포장재를 정리하다 보면 이내 한숨이 나온다. 빠르고 편한 만큼 분명 불편한 구석이 있다.

다시 마트로 향한다. 감자, 버섯, 파프리카 등 사고자 하는 채소, 과일의 가짓수만큼 카트 안 일회용 비닐봉지가 늘어난다. 지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삶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제품을 만드는 레스플라스틱컴퍼니 강신혜 대표가 말하는 레스 플라스틱 라이프에 대하여.


 

테이크아웃 컵 사용량은 확연히 줄었는데 일회용 비닐봉지는 아직도 참 많이 사용합니다.

이전에도 지퍼백이나 롤 비닐, 일회용 장갑 같은 것을 구매하지 않았어요. 장을 볼 때는 에코백이나 이미 몇 번이나 사용한 비닐을 씻어 말려서 사용했죠. 지난해 독일 여행 중 친환경 비포장 슈퍼에서 면으로 만든 주머니‘리유즈백’을 처음 봤어요. 3개월간 계속된 긴 여행이라 아파트형 호텔에 묵으면서 슈퍼에 종종 갔거든요. 순간‘아!’라는 탄성이 나오더군요. 구입해서 여행 내내 사용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썼죠. 정말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이 줄더라고요.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리유즈백을 제작,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좋은 철학, 의미가 담긴 물건이라도 제작해 판매하겠다고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는 500개가량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주고 남으면 지하철역에서 나누어주자 생각했죠. 동대문시장에 가서 제작비를 물어보니 생각보다 꽤 높더라고요. 고민 끝에 인도 회사에 제작을 의뢰했죠. 하지만 최소 주문량이 있어서 많은 물량을 주문하게 됐고 의도치 않게 판매를 시작한 거예요.

 

1. 세계 최초로 먹을 수 있는 컵 바이오디그(Biodegr)
2. 함부르크의 유기농 슈퍼. 농산물 코너에 이른바 베기백(농산물 백)을 함께 판매한다
3. 비닐 포장을 줄일 수 있는 에코 쇼핑백
4. 테인리스 밀폐용기에 담아서 구입한 고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물건 가짓수만큼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에 일회용 비닐봉지를 420개 사용한다고 해요. 연간 4장을 사용하는 핀란드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죠. 리유즈백은 인식하는 시작이자, 줄이겠다는 선언이라고 생각해요. 비닐봉지 대신 리유즈백을 사용하다 보면 민감해져요. 일단 마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구입하는 품목이 바뀌어요. 비닐에 싸인 과일과 채소 구입을 기피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스티로폼 접시, 비닐 랩 등도 사용 횟수가 저절로 줄어요. 장 보는 장소도 마트에서 시장으로 바뀌죠. 많은 사람이 비닐로 싼 과일을 구입하지 않으면 결국 슈퍼마켓도 장사를 위해 포장을 벗기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플라스틱을 줄이는 삶, 그 시작으로 집 안 어딘가 처박혀 있는 에코백부터 꺼내야겠네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죠. 싱크대 서랍 어딘가에 쟁여둔 비닐봉지를 꺼내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반복해 사용하거나, 집에 있는 에코백을 사용하는 게 최우선이죠. 초기에는 집에 있는 에코백을 제게 보내면 주머니로 바꿔주는 작업을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왕복 택배비 5000원을 지불할까 싶어 포기했죠. 처음에 지인들에게 유리 빨대, 면 주머니를 나눠줬는데, 무료로 받으니 잘 쓰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직장에서 이벤트를 할 때면 ‘돈을 100원이라도 내면 사람들이 반드시 오는데 공짜로 하면 당첨이 돼도 안 온다’고 하던 불문율과 비슷해요.

 

일회용 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 말고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면요?

일단 저는 음식 배달이나 인터넷 장보기 서비스를 절대 이용하지 않아요. 그 대신 가게에 직접 가서 용기에 담아 오죠. 직접 가서 사는 것만으로도 쓰레기가 정말 많이 줄어요. 또 생수 대신 물을 끓여 마시고 플라스틱에 든 음료수는 마시지 않죠. 제 스스로를 플라스틱 줄이는 생활을 ‘노력하는 사람’으로 표현해요.

 

 


 

 

‘무과수’ 황다검 씨의 부족하게 채우기

 

킨포크, 욜로, 휘게에 이어 ‘와비사비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와비사비란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고,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해 느긋하게 살아가는 삶’을 의미한다. 살아보는 여행을 하면서 에어비앤비 블로그를 운영했고 지금은 집에서 ‘무과수의 집’이란 해시태그로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을 올리며 하루하루 기록을 남기고 있는 황다검 씨의 삶이 대표적인 예다.

 

 

무과수는 어떤 뜻인가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지었어요. 촌스럽지만 안 촌스럽고, 묵직하면서 묵직하지 않은 이름을 생각하다가 떠올랐어요. ‘어루만질 무’에 열매를 얻기 위해 가꾸는 나무를 뜻하는 ‘과수’를 더해 만든 이름인데, 제가 가진 재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어요. 사람을 위로하고 안정을 주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별것 아닌 내가 쓴, 별것 아닌 기록을 꽤 많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죠

 

최근 ‘무과수의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모임을 열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초대에 응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청소를 하면서 창밖의 푸릇함을 손님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첫 번째 손님이 도착했어요. 함께 나눠 먹을 음식과 선물까지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라 더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벌써 다음 손님이 궁금해져요.

 

1 태국, 일본 등지에서 조금씩 사서 모은 찬합과 그릇들
2 ‘무과수의 집’이라는 해시태그로 집에서의 일상을 기록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식사하며 정을나눈다
3 다락방은 가구를 최소화하고 여백을 자연의 빛과 색으로 채웠다. 비움의 공간이자, 채움의 공간인 것이다


 

살아보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머무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꼭 가봐야 할 장소에 가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나라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지인들 틈에서 빵을 사다 보면 나도 왠지 그곳에 사는 사람 같잖아요. 전 계속 떠돌아다녀야 하거든요. 그게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옮겨 가면서 예쁜 집에서 살아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한곳에서 오래 사는 건 좋을 것 같거든요. 내가 원하는 집을 골라서 내 스타일대로 꾸며가면서 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채우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간이든 사람이든 한 번에 다 채워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 번에 다 채워야겠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힘들어지잖아요. 베를린에서 에어비앤비로 한 할아버지 집에 일주일 정도 머물렀는데, 그 집의 부엌 찬장 속에 세월이 담긴 그릇이 꽉 차 있더라고요. 그게 세월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달리 보였어요. 이사 가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게 아니라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신중하게 구입하고 싶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돼서 찬장을 열었을 때 저와 세월을 함께한 그릇들도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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