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연수의 ‘버린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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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하이틴스타가 중년의 예능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기사 내용

매주 화요일 밤이면 <불타는 청춘>을 통해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이연수. 이 원조 하이틴스타가 10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숨겨왔던 예능 본색을 드러내며 중년의 예능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꼭 보셔야 해요. 확 달라진 저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연수는 촬영 당일, 이날 밤 방송 예정이었던<불타는 청춘>의 ‘싱글송글 노래자랑’ 대회에서 자신의 변신을 지켜보라고 신신당부했다. 기존의 러블리한 이연수를 잊고 섹시하고 파격적인 이연수를 기대할 만하다면서. 예고대로 이연수는 과감한 의상에 도발적인 춤까지 선보이며 엄정화의 ‘초대’를 멋지게 소화해 방송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청순함 속에 가려진 섹시함이란 무기를 공개하며 이연수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것.

우연히 출연한<불타는 청춘>(이하 불청)은 그녀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10년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방송에 빠르게 적응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연수는 “설렘이 있어 기분 좋은 바쁨”이라고 말한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 같습니다.
전성기란 설렘의 순간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제 인생의 전성기이지요. 어느덧 인생의 시계는 중년을 가리키지만, 이제 출발선을 지난 신인 같은 기분이랄까요? 이 나이에 그런 설렘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해요.
 

<불청> 출연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한두 번 나가고 마는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어요.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촬영이 끝나면 다시 가고 싶고 함께 출연하는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나궁금해요.<불청>에 중독된 것 같아요(웃음).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아요. 또래들과 공감하고 대화하면서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때가 많거든요.
 

싱글이든 돌싱이든 처한 상황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공감대인가요?
또래끼리 모여서 먹고 자고 배려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특별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지요. 만약 방송이 아닌 일상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면 보는 눈이 어떻겠어요? 저뿐 아니라 다른 출연진도 ‘평소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다가<불청>에 힐링하러 온다’고 말해요.
 

김도균, 구본승, 최성국 등 방송에서 열애설이 터지던데, 김국진, 강수지 커플처럼 진짜 눈이 맞을 수도 있지 않나요?
어려운 환경에서 하루를 같이 보내니 정이 쌓이긴 하지요(웃음). 김도균 씨와 열애설이 터졌을 때는 정말 놀랐는데, 이제는 즐겨요. 열애설도 방송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탈이잖아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방송으로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대마도 편’에서 일본어 실력이 화제였는데 언제 배웠나요?
언어에 욕심이 많아요. 여행을 좋아하니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제힘으로 하고 싶었어요. 또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겨요. 그 나라 문화를 알려면 그 나라 말을 아는 것이 가장 좋잖아요. 그래서 어학 공부를 했는데, 일본어도 그런 경우지요.

 

 

다른 외국어도 할 줄 아나요?
중국어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아요. 중국어는 중국 드라마에 출연할 때 혼자 현지에서 지내야 해 독학으로 공부했지요. 영어도 여행을 위해 배웠고요.
 

이연수만의 어학 공부 비법을 소개한다면요?
제 경우에는 대담성이에요.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어 잘하든 못하든 배운 외국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일본어를 공부할 땐 배운 걸 써먹으려고 일본어 동호회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했어요. 언어는 일상에서 자꾸 사용해야 늘더라고요. 또 여행을 가서 현지인들과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내가 해냈다’는 뿌듯함도 선물하고요. 그 맛에 어학 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만의 테마가 있어요. 관광보다 먹거리, 식문화 여행이에요. 먹는 걸 좋아하거든요(웃음). 일본에 자주 가는데, 여행자들이 잘 안 가는 지역을 찾아갑니다. 저는 이런 여행도 ‘자기 계발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자기 계발이라고 거창할 필요는 없잖아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즐기는 것이지요. 한편으론 ‘내 인생에 새로운 경험 쌓기’라고 생각해요.
 

경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저는 ‘버린 리스트’가 있어요. 버킷리스트는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잖아요. 버린 리스트는 ‘살면서 두려워서 못했던 것’들의 리스트예요. 뮤지컬, 연극 공연, 알레르기가 있어 포기했던 반려견 키우기 등 그간 내가 가진 선입견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것이지요. 이번 방송 노래자랑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무대도 저의 버린 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무대공포증이 있어 언젠가 이를 극복하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털어버릴 수 있었지요. 버킷리스트도 인생에 재미를 주지만, 버린 리스트도 인생에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더라고요.
 

언제부터 버린 리스트를 실천했나요?
예전 <호랑이 선생님>에 함께 출연했던 신민경 씨에게 배웠어요. 지금은 배우로 활동하지 않고 외국계 회사에서 간부로 일하는데 제 삶의 멘토입니다. 이 언니가 굉장히 열심히 사는데 그 비결이 버린 리스트를 작성해 그간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것을 하나씩 해나가는 겁니다. 하나를 해도 열심히 행복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태도를 배웠지요. 처음엔 꽃꽂이처럼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했어요. 하나를 이루면 다음 도전도 수월하거든요.

 

 

<호랑이 선생님> 팀과는 계속 교류하나 봅니다.
조경환 선생님이 살아계실 땐 선생님을 중심으로 자주 모였는데 지금은 구심점이 없어서 예전만큼은 못하지요. 그래도 SNS에 열 명 정도 참여하는 단체 톡방이 있어요. 그곳에서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교류해요. 가장 최근엔 황치훈 씨가 세상을 떠났을 때 모여서 아픔을 나눴고요. 각자의 삶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언제 어디서나 마음으로 응원하는 친구들이지요.

<불청> 출연 이후 일상이 바빠졌는데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제 별명이 ‘맥주 요정’이에요.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맥주 마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직장인들의 퇴근 후 맥주 한잔이랄까요? 적당한 술은 나에게 좀 관대해지고 이성보다 감성에 기댈 수 있게 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일 끝내고 마시는 맥주 한잔은 ‘고생했어’ ‘수고했어’ 하며 저에게 주는 칭찬이자 위로의 메시지이지요. 저의 힐링 타임이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에요. 물론 주사도 없고 과하지 않게 마신답니다(웃음).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칭찬하나요?
평소 저를 잘 돌아보는 편인데 ‘나는 참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해요.‘나란 사람이 저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한번쯤 하잖아요. 저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됐으면 해요. 자잘한 일에도 ‘너는 참 사랑스럽구나’ ‘너는 배려를 잘하는구나’‘너는 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구나’ 하면서 저를 칭찬합니다. 칭찬을 통해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여전히 동안인데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운동으로 노력은 하지만 세월의 주름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시술할 생각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싶어요. 세월을 거스르겠다는 인위적인 욕심을 비우고 시청자들이 저의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기 관리가 아닐까요?
 

배우로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오랜 공백기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너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사극도 해보고 싶고, 성격 강한 엄마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시청자들에게 이연수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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