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상’을 아시나요?

기사 요약글

해야 하고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은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요즘 젊은 친구들은 ‘멍상’을 본다.

기사 내용

저마다 관심을 끌려고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한 SNS에서 이에 반기를 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오히려 조용하고 밋밋한 저자극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대표적인 현상이 ‘멍상’이다. 이름처럼 ‘멍하게 보는 영상’으로 여기에는 오색찬란한 CG나 BJ(개인 인터넷방송 운영자)의 화려한 입담은 찾아볼 수 없다. 한 가지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가 하면 자연의 소리와 모습만 보여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평범한 동작이 반복적으로 이뤄질 뿐 어떤 자극도 주지 않는 이런 영상을 그저 ‘멍때리듯 바라본다’고. 이를 통해 자극으로 점철된 SNS와 일상생활의 피로를 지우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있다.
 

귀르가슴에 흠뻑

불면증으로 고생할 때 처음 접했는데,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귀를 간질이는 소리가 포근함과 편안함을 전해준다.

속삭이듯 작고 정밀한 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이다. 진행자는 연어, 치킨 등 음식을 섭취하는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연필 깎는 소리, 마카롱 자르는 소리뿐 아니라 같은 단어만 반복해 작은 소리로 속삭이기도 한다. ASMR 전문 채널인 ‘ASMR PPOMO 뽀모’와 ‘Dana ASMR’은 유튜브에서 각각 구독자가 70만 명과 50만 명이나 되는 인기 채널이다.

 

내가 자연인이다

온종일 바짝 긴장한 몸과 마음이 풀리는 기분. 한편, 우주 영상을 멍하니 보다 보면 내가 우주 속 작은 먼지 같은 존재라는 깨달음까지 얻게 된다.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오직 나오는 건 원시적인 방법으로 도구와 집을 만드는 한 남자 뿐이다. 구독자 500만 명의 유튜브 채널로 네 시간 이상 반복되는 작업을 그저 정직하게 보여준다. 한편, 광활한 우주만 보여주는 우주 다큐멘터리 역시 인기 멍상이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일상에 힘들어하는 자신의 고민이 한낱 먼지만도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페이스북도 멍상처럼

과도한 관심이나 큰 정을 담지 않은 글과 댓글에서 오히려 진심이 느껴진다. “괜찮아”라고 이야기하며 담담히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다.

다 먹은 뒤의 만두 찜판, 문고리에 걸려 있는 옷, 퇴근 후 마시는 물 한 잔 등 피사체로 주목받지 못한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보여주는 게 다다. 자극으로 가득 찬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 여유를 찾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페이지는 사진을 보정하지 않고 사진 설명에도 형용사 사용을 자제한다.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안 돼 3만 명이 팔로우했을 정도로 젊은 친구들이 열광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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