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스러운 최명길

기사 요약글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면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기사 내용

 

올해로 55세. 중년에 접어든 최명길은 여전히 싱그럽고 사랑스럽다. 촬영 틈틈이 후배들과 셀카를 찍고, 인스타그램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섹시한 여자’로 남길 소망하는 그런 여자가 바로 최명길이다.

 

오늘 촬영 내내 관찰(?)하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순조로워 보인다. 저렇게 매사를 즐겁고 유쾌하고 기분 좋게 대하는 사람이라면 특별한 근심, 걱정이 없는 게 분명하다.’ 지나친 판단일까요(웃음)?
어이쿠. 그래 보였어요?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봐줘서 정말 고마운데 매사 순조로운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고만고만한 걱정, 스트레스를 껴안고 사는 거죠. 물론 나도 모르게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지만 다잡으려는 노력도 많이 해요. 그래야 내가 행복하니까.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법’을 궁금해하지만 결국 내 안에 다 있더라고요.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이곳을 대하느냐에 따라 많은 게 좌우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끝내고 휴식기를 갖고 있는데 요즘 일상은 어떠세요?
옷장, 부엌, 애들 방을 돌며 그동안 미뤄왔던 집 안 정리를 하고 있어요. 바로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느라 쉴 틈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여유가 생겼어요. 작정하니 할 일이 엄청나더라고요.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아무래도 외출은 좀 꺼려지죠?
아니요. 마트나 영화관도 자주 다니고 아랫집 엄마하고 한강으로 운동하러도 잘 가요.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요. 알아본 사람들도 ‘화면보다 젊다’는 말씀을 하시던데요. 제가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고 진지한 역을 많이 맡아서 그런가 실제로 보면 좀 더 어려 보인대요.

언제 행복을 실감하세요?
많죠. 배우로서는 내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 좋은 느낌을 갖게 됐을 때 정도겠고 엄마로서는 우리 가족들 모두 몸과 마음이 튼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 행복하죠. 우연히 좋아하는 음악을 듣게 됐을 때도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두 아들을 두셨죠?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공부해서 대학 가고 취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살아보니 또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뭐든 본인이 할 노릇이죠. 애기 아빠는 늘 아이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믿는데, 더우면 걷어차고 필요하면 덮을 수 있는 이불 같은 존재가 바로 부모라는 사람이에요.

학부모 회의에도 참석하세요?
그럼요. 제가 늦깎이 학부모라 나가면 ‘왕언니’로 통해요(웃음).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내가 아는 우리 아들과 남들이 보는 우리 아들이 어떻게 다른지 좀 보이더라고요. 다른 것보다 애들이 겸손하고 배려심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애기 아빠가 그런 면으로는 좀 엄격해요.

결혼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여전히 애틋한가요?
물론이죠. 나는 지금도 우리 애기 아빠 눈에 가장 섹시하고 매력 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이건 외적인 걸 그렇게 봐줬으면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배우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늘 근사한 여자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싶다는 의미예요. 부부 사이에 그런 인정, 믿음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결혼 발표 당시 김한길은 “나는 ‘향기’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최명길은 향기를 가진 여자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최명길의 대답은 “결혼은 제2의 인생인데 김한길 씨는 내 인생을 맡길 수 있는 남자 같다”였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생일 카드’를 봤어요. ‘사랑하는 아내’ ‘명길이 생일날 신랑이’ 같은 문구만 봐도 얼마나 아내를 귀하게 여기는지 알 것 같았거든요.
생일날 카드 써주는 건 우리끼리의 ‘전통’ 같은 거예요(웃음). 애기 아빠나 저나 사회 경험이 좀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해서 그런가 서로 많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편이에요. 특히 저는 남편 덕에 정치나 문학에 대한 관심을, 남편은 제 덕분에 연기나 예술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됐죠. 서로의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의견을 나누는 태도가 부부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남자로서 김한길 씨의 매력은 뭐예요?
자유로워요. 언제, 어디서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본인의 생각, 소신을 밝힐 줄 알죠.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집단의 이익, 권리를 위해 내는 목소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낡은 청바지, 늘 손에 집히는 머플러를 하고 다니는데도 꽤 멋스러워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런 게 느껴진달까. 그 모습이 괜히 섹시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웃음). 저는 그 사람이 밟아온 길, 진정성에 대한 확신이나 믿음이 확고해요. 늘 그걸 지켜주고 싶고.

‘전직 장관 부인’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잖아요. 정치인의 부인으로 살아본 경험은 어땠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워낙 활동적이라 정치인의 아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고 삼가며 살진 않았어요. 그런 고충이나 애환은 별로 못 느꼈죠. 물론 힘들고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 풍부한 경험을 했어요. 그렇게 따지면 얻은 것들이 더 많았던 시절 같아요.

 

 

1994년 영화<장미빛 인생>으로 프랑스 낭트영화제와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죠?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는데 그 후로는 영화 출연이 없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말 하고 싶은데 지금까지 이렇다 할 만한 배역을 못 만났어요. 저보다 후배들이 하는 게 더 좋을 법한 작품도 많았고요. 늘 해왔던 역이 아니라 고민하며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배역이 온다면 언제든지 도전하고 싶어요.

얼마 전 드라마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맡고 “내가 벌써 이런 역을 할 때가 됐나?” 싶었다는 소감을 전한 적이 있어요. 젊은 날에 대한 아쉬움, 미련 같은 건 없나요?
그런 얘기를 한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지금은 또 (시어머니 역할을 맡는 상황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져요(웃음).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옛날’만 붙잡고 있으면 ‘현재의 삶’에서 놓치는 게 너무 많을걸요. 물론 그 시절 좋아했던 사람들에 대한 향수는 남아 있죠. 재작년에 저희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많이 보고 싶더라고요. 과거가 그립다면 아마 보고 싶은 사람들 때문일 거예요. 내 젊은 시절 때문이 아니라.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세요. 소소한 일상이나 동료, 후배들과의 모임 사진이 자주 올라오던데 직접 운영하는 건가요?
그럼요. 요즘엔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는데 일상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고요. 저 역시 다른 분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패션, 맛집, 홈 데코 같은 정보를 얻기도 하고요.

“NG를 내는 법이 없다, 촬영장에 늘 일찍 와서 기다린다.” 후배들은 선배 최명길에 대해 이런 얘기들을 하더군요. SNS를 통해서도 봤지만 유독 후배들과의 사이가 돈독한 것 같은데 그 비결이 뭐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함께 작품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동료, 선후배들과 마주칠 기회가 많잖아요. 그때마다 가급적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작품에 대한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요. 물론 후배들 입장에서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것 같을 때만 제안을 해보죠. 그런 소통이 있어야 촬영도 더 즐겁고 직업에 대한 애정도 더 깊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끌리세요?
저마다 여러 가지 성향을 갖고 있겠지만 저는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도 그렇죠. 본인이 돋보이기 위해서 ‘만’ 하는 연기를 할 수도 있고, 상대 배우를 배려해가며 호흡을 맞추는 경우도 있잖아요. 후자에 훨씬 마음이 끌리죠. 인간관계를 맺으며 느낀 건 결국 나를 아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에게 제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기에도 시간이 늘 부족하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웰 에이징’ 즉 ‘잘 나이 드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최명길 씨가 생각하는 ‘웰 에이징’은 무엇인가요?
고운 외모로 늙어가는 것, 주변 관계를 탄탄히 하는 것 등 정의가 참 다양할 것 같은데 저는 ‘책임감 있게 나이 드는 것’이라고 하고 싶어요. 부모로서 자녀에 대한 책임, 아내로서 남편에 대한 책임, 배우로서 시청자에 대한 책임,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한 책임. 이런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면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 날들이 쌓여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드는 거겠죠. 너무 교과서 같은 대답인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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