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꿈꾸는 여성들이 알아야 할 7가지

기사 요약글

겪어본 사람이 잘 안다고, 30년차 여성 농부가 귀농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알려주는 현실적인 조언.

기사 내용

 

 

 

여성 농업인, 삶의 현장

 

 

“저도 그랬고, 주변에 귀촌한 여성들을 보면 힘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농촌생활로 인한 어려움도 있지만, 농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어요.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 되는 여성 농민이 농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도, 농촌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성에게 의무만 주어진 채 권리와 지위는 남성이 가져가는 게 현실입니다.”

최애순 씨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교육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1999년 전국 최초로 개설된 ‘여성 농업인 리더십 아카데미’를 1기로 수료했다. 함께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각자 지역에서 여성 농민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공유했고, 여성 농민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전국 단위의 여성 농업인 단체인 ‘농가주부모임’을 이끌기도 했다.

“1999년도면 농촌에 인터넷 보급이 잘 안 됐던 때예요. 그래도 컴퓨터가 갖고 싶어 농협에 신청해서 받아냈죠. 덕분에 여성 리더십 강의를 알게 되어 인터넷으로 신청했는데, 제가 전국 1호 신청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여성 리더십 교육은 저를 비롯한 여성 농업인들이 각자의 처소에서 목소리를 낼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는 지금도 교육이 생각을 변화시키고 환경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형화된 관습이 아닌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려면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하니까요.”

 

 

 

 

농촌살이를 위한 현실 조언 7가지

 

 

조언 1. 여성 농업인 특화 교육을 들으세요

농촌에서 여성들은 자신을 1인 기업으로 생각해야 돼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경영도 중요하고, 다른 기업과의 관계나 투명한 회계도 놓쳐서는 안 되잖아요. 자신도 마찬가지예요. 스스로를 운영하려면 경영부터 회계까지 총체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여성 농업인 특화 교육이에요.

종류도 다양해요. 귀농∙귀촌의 기초적인 내용부터 유통 및 회계, 농기계 다루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죠. 정부 기관 외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교육도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교육을 들을 수 있습니다.

 

+Tip. 여성 농업인 특화 교육과정 (*과정마다 내용 상이)

① 여성 농업인 리더십 아카데미 (농식품공무원교육원)

농업인 리더로서 갖춰야 할 소양교육 및 농정시책 등을 배운다. (문의 061-338-1054)

② 여성 농식품 유통 리더십 양성 (유통교육원)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 농식품 유통 관련 지식 등을 배운다. (문의 031-400-3525)

③ 여성 농업인 회계 교육 (농림수산식품 교육문화정보원)

여성 농업인의 농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회계 교육을 배운다. (문의 044-861-8822)

 

 

조언 2. 친목을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세요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밭일 열심히 하는 외지인'으로 남지 않으려면 친목 도모는 필수 항목이에요. 공동체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팁은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자격증에 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강의만으로도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데,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자격증은 노인음악치료사, 노인심리치료사입니다.

갈수록 우울증 있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어 자격증에 대한 수요가 많고, 조금만 공부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지역 보건소를 활용해 하루에 2시간 정도 어르신 찾아뵙고, 비용도 받을 수 있어요. 그렇게 찾아뵙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네 어르신들이랑 얼굴도 트고 친목도 쌓을 수 있게 됩니다.

 

+Tip. 자격증 취득하기 용이한 사이버 교육원

① 한국장학진흥원 (http://www.korea-good.co.kr/bursary/)

② 한국직업능력원격평생교육원 (http://www.pqi.kr/)

③ 한국인적자원진흥원 (http://www.khri.kr/)

④ 한국자격평생교육원 (http://llo.or.kr/index.asp)

 

 

 

 

조언 3. 마을 내 작은 조직에 소속되어 보세요

저도 아무런 연고 없이 농촌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소통할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그만큼 마을 사람들과 마음 터놓고 친해지기 쉽지 않았죠. 흔히들 ‘텃세’라고 하는데, 그 마을에 40년, 50년씩 사신 분들은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의식이 상당히 커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내가 구매한 땅에서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마음으로 대문을 쾅 닫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도 불편하죠.

내가 가진 재능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마을 행사에 같이 참여하고,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찾아가 물어보면 당연히 마을 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어요. 마을마다 부녀회 조직이 있는데, 그 조직에 가입하거나 교회에 나가는 것도 방법이에요. 한 조직에 소속돼 있으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거든요.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에는 동네별로 같이 밥 먹는 날이 있는데, 그때 같이 밥도 만들다 보면 더 돈독해질 수 있습니다.

 

 

조언 4. 여성농업인센터를 적극 활용하세요

현재까지 전국에 39곳이 마련돼 있는 여성농업인센터는 농촌에 사는 여성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지역 여성들이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예요. 뿐만 아니라 여성 농민을 위한 혜택들을 놓치지 않게 소개해주기도 하죠. 최근에는 여성 농업인 바우처 존재를 몰랐던 여성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농사지어야 하는데 어린아이를 맡길 곳이 없거나, 초등학생 자녀를 방과후 학교에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역할도 해요. 이곳에서 서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후배 여성 귀촌인들이 모여 유대관계를 맺다 보면 농촌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조언 5. 지자체 농촌 체험프로그램은 꼭 참여해 보세요

귀촌한 사람들을 보면 위험한 유형이 세 가지 있습니다. 도시가 싫어졌으니 무작정 귀농하는 유형, 이왕 농사짓는 거 폼 나게 처음부터 대규모로 시작하는 유형, 지자체 귀농 지원만 기대하는 유형이죠.

이렇게 귀촌하기보다 1~2년 정도 살면서 농촌이 어떤 곳인지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먼저 해볼 것을 추천해 드려요. 이와 더불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시골이니까 도시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좋은 먹거리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첫 번째입니다.

 

+Tip. 농촌 체험을 하고 싶다면?

①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예비 귀농인들이 1년 동안 농촌에 직접 살면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마을 형태로 조성된 시설로, 현재 홍천, 금산, 제천, 고창, 구례, 영주, 함양, 영천 총 8곳에 위치해 있다. 

② 팜스테이 농촌문화 체험교육

1년에 네 차례 농촌에 방문해 지자체별 귀농∙귀촌 지원정책과 기초 영농기술을 배워 직접 농사에 참여하고 수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③ 농업 인턴제

예비 농업인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며 영농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만 39세 이하 미취업자만 신청 가능하다. 

 

 

조언 6. 농촌만의 문화생활을 즐기세요

농촌에서 도시처럼 문화생활을 하는 건 당연히 어려워요. 그렇지만 문화 자체를 조금이라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사실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어요. 이미 농촌도 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어 영화, 드라마는 쉽게 다운 받을 수 있고, 지역 단위로 진행하는 문화활동도 많아요.

매주 수요일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해서 공연도 해주고, 읍면마다 별별학교라는 주민센터가 있어 천연염색, 음식 만들기 등을 진행해요. 농촌에서 문화생활은 본인이 문화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조언 7. 부족하다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세요

여성 귀농인들의 어려움 중 하나가 농기계 사용의 어려움입니다. 그렇다고 여성을 위한 기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단지 부족할 뿐이죠. 중요한 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충분히 제공해주고, 없다면 만들어준다는 거예요. 안타까운 건 여성을 위한 게 없으면 바로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거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으면 계속 멈춰 있을 수밖에 없어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지금의 내가 편하고, 후대 여성 농업인들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어요. 마땅히 목소리를 낼 수 있음에도 안 내는 분들도 많이 있어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한 끗 차이지만, 아는 것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그러니 용기 갖고 당당하게 목소리 냈으면 좋겠습니다.

 

 

기획 우성민 사진 이대원(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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