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내 은퇴하고 여자 홀로 귀농해보니

기사 요약글

여자 혼자의 몸으로 충남 예산으로 귀농한 김주하 씨의 이야기.

기사 내용

 

 

Q. 은퇴 선언을 하셨다고요?

제일 큰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어요. 30년 가까이 집에서 아내와 엄마 역할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고 그게 결국 병으로 돌아오더군요. 또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요인도 있잖아요. 그러다 한번 쓰러졌는데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가족들에게 ‘나도 이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다’고 귀농 선언을 했어요. 아무래도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몸이 좋지 않으니 시골이 그리워지더라고요. 다행히 가족들이 흔쾌히 응원해주어서 내려올 수 있었어요.

 

Q. 예산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충남 청양 지역으로 알아봤어요.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오빠와 동생이 청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거든요. TV나 신문에서 시골에 빈집이 많다는 기사를 종종 봤는데 막상 알아보니까 살 만한 곳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어떤 어르신은 괜찮은 집은 1년에 한 채 나올까 말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산 지역까지 알아보게 됐고 지금 이곳을 구하게 됐어요.

여기도 어렵게 구한 편이에요. 부동산에 갔더니 고민할 것도 없이 구할 수 있는 집이 두 개밖에 없더라고요. 혼자 살기에 크기도 적당하고 집주인과도 바로바로 연락이 돼서 얻었지요. 비어 있는 시골집 주인들은 대부분 그 지역을 떠난 데다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Q. 집을 구하면서 중점적으로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자급자족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농작물을 기를 수 있는 텃밭이 있어야 했고 병원이나 시장이 멀지 않은 곳으로 알아봤어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집과 텃밭 등을 포함해 약 300평 정도 되고 택시를 타고 10분이면 병원이나 시장 등은 다 갈 수 있어요. 제가 운전을 못하는데 근처에 택시 회사가 있어서 부르면 1~2분이면 와요. 저렴한 임대료도 한몫했어요. 저는 3년 계약으로 보증금 없이 3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지불했어요. 여기가 폐허처럼 방치되었던 곳이라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죠. 

 

Q. 어떤 작물을 기르나요?

동네마다 주력해서 재배하는 농작물이 있는데, 제가 있는 곳은 꽈리고추와 쪽파라 저도 그 두 작물 위주로 짓고 있어요. 꽈리고추 기르기가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귀농한 사람들이 쉽게 도전할 만한 작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해봐야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일단 부딪쳐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지역에서 주로 나는 걸 재배해야 모르거나 어려울 때 주변에서 쉽게 도움을 구할 수 있어서 하게 됐죠. 걱정했던 것에 비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Q. 농사짓는 법을 원래 잘 알고 계셨나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하는 걸 봤던 정도여서 거의 모른다고 봐야죠. 사실 귀농하고 가장 힘든 점이 뭘 잘 모른다는 거예요. 이럴 때 무슨 약을 쳐야 하는지 어떤 농기구를 써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정말 답답해요. 설령 어렸을 때 해봤더라도 그때랑 지금은 방식이 다르거든요. 꽈리고추만 해도 예전에는 키를 높이 키웠다면 요즘에는 일부러 덜 자라게 해요. 이런 걸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하고 있어요.

 

 

Q. 귀농인과 원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실제로는 어떠세요?

저는 못 느꼈어요. 그런데 그런 건 있어요. 제가 50대 중반임에도 이 마을에서 두 번째로 어려요. 어르신들이 봤을 때 ‘젊은 여자가 도시에서 와서 뭘 모르고 게으르다’고 생각할까 봐 일부러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요. 풀 한 포기라도 더 뽑게 되는 거죠. 

 

Q. 농업기술센터에 다니신다고요.

내려오기 전부터 귀농할 거면 지역 센터에 다니는 게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이장님이 교육을 들으면 혜택이 많으니까 들어보라고 권하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4시간씩 귀농귀촌 교육을 듣고 있어요. 꽈리고추와 쌈채소 기르는 법, 모종 종류 등 농작물에 관한 다양한 걸 알려줘요. 무엇보다 100시간을 들으면 조합원으로 등록할 수 있는데 혜택이 많아요. 대출받을 경우 이자율이 낮고 농기계도 아주 저렴하게 빌릴 수 있어요. 또 농협에서 농약이나 농기구를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귀농하는 사람한테는 아주 유용해요. 

 

 

Q. 귀농 6개월 차, 수입이 궁금해요.

지금까지는 기반을 갖추고 고장난 곳도 수리하면서 있는 돈 까먹었죠. 그리고 지금 한창 꽈리고추를 수확하고 있는데 나름 잘돼서 조금씩 돈이 들어오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수확한 꽈리고추를 농협에 보내면 농협에서 동네 이름을 기록하고 특·상·중 등으로 분류한 다음 가락동 시장에 직접 가져가요. 거기서 경매를 통해 판매되면 농협에서 저한테 돈을 입금해주는 시스템이에요. 지금까지 꽈리고추 27박스를 출하했는데 한 박스에 1만8천원 정도 받았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이 정도면 잘 받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처럼만 하면 자급자족하면서 먹고사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Q. 여자 홀로 귀농, 추천할 만한가요?

돈을 벌겠다는 욕심 없이 내려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 생활에 무척 만족해요. 평생 저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서 사느라 자유가 뭔지 몰랐는데, 지금은 정말 나만을 위한 자유 시간이 뭔지 알게 됐거든요.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직장이나 사회에서 은퇴하는데 여자들은 스스로 은퇴를 결정하지 않으면 평생 역할에 얽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귀농이 어려운 점이 많고 시골에서 혼자 있다 보면 무서울 때도 있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추천해요. 

 



귀농을 꿈꾼다면 가장 먼저 귀농귀촌종합센터로
www.returnfarm.com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도시민들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 귀농설계와 컨설팅 등 귀농귀촌을 위한 종합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지자체별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획 서희라 사진 박충렬(스튜디오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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