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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복지에 있어 생츄어리(Sanctuary)라는 개념이 뜨고 있다. 동물이 모여 살며 사람들의 관리를 받는 곳이지만 보호소라는 말로는 그 의미를 다 담을 수 없고 동물원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생츄어리는 무엇이고 동물원, 보호소와 어떤 점이 다를까?

 

 

 


 
생츄어리, 이런 곳

 


생츄어리의 사전적 의미는 ‘안식’과 ‘보호’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단순히 보호소라고 해석하기에는 의미가 다 담기지 않아 온전한 전달이 어렵다. 생츄어리란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야생동물을 구조해 그들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동물들이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곳이다.

 

 

 

빗물로 버티던 사육곰에게 생길 안식처

 


최근 동물자유연대에서는 *사육곰 22마리를 미국의 생츄어리로 보낼 것이라 밝혔다. 사육곰은 국내에서 웅담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곰으로 제대로 된 밥과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를 먹거나 비가 와야 겨우 물을 먹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산다. 그래서 이런 비인도적 환경에 있는 곰들을 미국의 생츄어리로 옮겨 그들에게 맞는 환경에서 살게끔 해줄 예정이다.

 

 

아직 한국에는 곰을 수용할 생츄어리가 없어 미국의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로 옮겨질 예정이다. 곰을 위한 생츄어리에는 흙과 잔디, 물웅덩이뿐 아니라 곰의 행동을 더 풍부하게 해줄 장난감과 그늘막 등의 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TWAS에는 이 같은 환경 조성이 가능하다. 또한 곰들의 정보를 기록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생츄어리는 동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자연의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점에서 일반 동물원이나 보호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생츄어리로 먼저 떠난 어린이대공원의 사자 식구

 


2015년 2월, 어린이대공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한 사육사가 보살피던 사자 두 마리에게 물려 숨진 것. 사람을 문 사자는 해리와 다크였다. 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두 사자는 목숨을 건졌지만, 사건 후 이 두 마리의 사자는 사방이 콘트리트로 된 8평 남짓의 격리 공간에 갇혀 살아야 했다. 1년 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사자 해롱이 역시 바깥 세상에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갇혀 산 탓에 장애와 함께 약물치료가 필요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바깥과의 접촉 없이 3년을 이곳에 갇혀 살던 사자 가족을 구조하기로 결심했고 2018년에 미국의 TWAS로 이주시켰다. 이주한 사자 가족은 이제 콘크리트 벽과 바닥에서 벗어나 드넓은 초원에서 생활한다.
 

 

 

 

 

미국의 생츄어리, TWAS

 


한국에서는 생츄어리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하지만 국외엔 태국의 코끼리 생츄어리, 호주의 코알라 생츄어리 등 여러 생츄어리가 있다. 그 중에서 미국에 위치한 TWAS는 1980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큰 비영리 야생동물 보호 생츄어리로 동물원, 서커스 등의 전시 시설에 이용된 동물들 또는 전시 시설에서 번식되어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해준다. 2018년에 한국의 사자 가족이 이주했던 이곳으로 이제 22마리의 사육곰이 옮겨 간다. 평생 2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 머물던 곰들에게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TWAS의 환경은 새로운 삶을 안겨줄 것이다.

 

 

 

 

한국에서는?

 


우리나라에는 고통 받는 야생동물이 많음에도 아직 생츄어리가 없어 사자 가족과 사육곰의 경우처럼 구조가 진행되더라도 해외로 이주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더 많은 동물의 복지와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야생동물을 위한 생츄어리가 건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 1981년, 한국의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재수출 목적으로 사육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되며 보호 여론이 높아져 수출이 어려워졌고 정부는 일정 연령 이상 곰의 웅담 채취를 합법화한다. 웅담 수요가 줄어들며 곰들은 방치된 채 죽는 날까지 갇혀 살거나 도축된다.

 

 

기획 임소연 강아라(동물자유연대) 사진 TWAS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數)와 종(種)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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