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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루왁커피를 마시고, 동물원, 아쿠아리움을 관람하는 평범한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생태적인 환경과 방식에 고통 받는 동물들이 있다.

 

 

우리에 갇힌 채 끊임없이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하는 사향고양이들

 

 

끊임없이 원두를 먹어야 하는 사향고양이


루왁커피는 연간 4~500kg만 생산된다는 희소성 때문에 고가의 명품 커피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먹고 배설을 하면 그 배설물 속 씨앗을 잘 말려 몇 회에 걸쳐 볶아 커피원두를 만든다. 그러면 쓴맛과 떫은 맛이 사라지고 특유의 풍미가 살아난다.

 

이 루왁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찬양, 무엇보다 희소성이 전 세계적 수요를 급증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향고양이들이 더 많은 원두를 만들어야 했다. 이전에는 야생에서 뛰노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농부들이 직접 주워 소소하게 생산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사향고양이들을 비좁은 우리에 가두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열매를 먹이고 배설하게 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바뀐 것.

 

인도네시아 발리의 루왁 투어 프로그램

 

야행성인 사향고양이에게 낮 시간에도 주식이 아닌 커피 열매만 먹이는 행위가 사향고양이들을 극심한 카페인 중독, 영양실조로 몰아넣거나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게 만들고 있다. 또 생산 가치가 떨어진 사향고양이는 야생으로 다시 버려지고 야생에서 적응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만다. 명백히 동물 학대로 얻는 커피임에도 여전히 사향고양이 사육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흥미로운 투어 프로그램으로 소개되고 있다.

 

 

실내동물원에 전시된 듯 갇혀있는 호랑이들

 

 

동물원 조명 아래 전시된 사자


2020년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110개소 중 공영동물원 18개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설은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등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는 변종 동물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본래 동물원은 종의 보존과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동물원은 동물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환경에 동물을 가두고 관람객들에게 유희를 제공하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들 상당수의 반생태적인 태도이다. 최근 날씨, 미세먼지와 상관없이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체험형 실내 동물원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작위로 야생동물을 만지는 모습을 방관하고 부추기기 일쑤이다.

 

생태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내동물원에 갇혀 무기력한 사자

 

실내 동물원에 있는 사자와 호랑이는 형광등 불빛 아래 좁은 방안에 갇히는 바람에 온종일 무기력하게 앉아있고, 땅을 파고 숨는 습성이 있는 라쿤은 숨을 곳 하나 없는 공개된 공간에서 사람의 손길에 온종일 시달린다. 또 철판으로 된 바닥에 그대로 누워 있는 사막여우, 수달도 볼 수 있다. 야외 동물원도 예외는 아니다.

 

흙과 풀을 밟아야 하는 코끼리는 시멘트 바닥 생활로 질병에 걸리고 원숭이는 사람들이 던지는 음식을 주워먹고 빈번하게 탈이 나는 등 각종 질병의 위험에 놓여있다. 우리를 종일 서성이거나 한 방향으로만 도는 곰, 자신의 몸을 물어뜯고 자해하는 새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학대의 현장이 지금 동물원의 모습이다.

 

 

좁은 우리에 갇혀 원통 밖으로 간식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수달들(실내동물원 업체 홍보문구)

 

 

사람에게는 위험한 체험형 동물원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에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진 동물은 병원체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진단이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된 동물이 대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체험형 실내 동물원에서 가장 흔하게 전시되는 라쿤은 인수공통전염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총 20종에 달한다.

 

실내 동물원은 전시하는 동물의 질병상태나 예방에 대한 사항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동물이 어떤 병원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병든 동물을 관람객들이 만지고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분비물에 노출되고 심지어 관람객들이 곁에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 야생동물카페까지 있다. 신종질병 발생 및 전파에 있어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다.

 

 

SNS로 공개된 상어와 춤을 추는 다이버

 

 

아쿠아리움의 죽기만 기다리는 상어


해양동물들이 몸집에 딱 맞는 수조에 갇혀 평생을 보내는 곳이 아쿠아리움이다. 하얀 돌고래로 알려진 벨루가의 경우 한 번에 수심 20m 깊이까지 잠수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런 벨루가에게 아쿠아리움의 수조는 욕조에 불과한 수준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벨루가는 척추측만과 스트레스성 피부질환에 시달리고는 한다.

 

최근 SNS를 통해 러시아의 한 아쿠아리움 다이버가 수족관에서 커다란 상어의 몸과 지느러미를 잡고 왈츠를 추는 영상이 공개됐다. 동물 전문가들은 “영상 속 상어는 다이버와 교감을 한 것이 아니라 죽기만을 기다리며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라며, “동물을 단순히 유희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아쿠아리움은 물론 이에 대한 윤리적 시선이 결여된 관람객들 역시 동물 학대를 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아쿠아리움이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먹이사슬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많은 해양동물을 수족관 한곳에 넣거나 상어 등의 맹수류도 무력하게 만드는 비윤리적인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 '해치지 않아'

 

 

동물원 가지 않기 Vs. 동물 없는 동물원 가기


다행히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야생에서 뛰노는 동물의 모습이 아닌 인위적인 공간에 갇혀 온갖 스트레스와 학대에 노출되어 있는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동물원 가지 않기’를 실천하는 부모도 있고 AR이나 VR 체험을 통해 ‘동물 없는 동물원’을 찾는 가족도 많다.

 

 

SKT 5GX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Jump AR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휴대폰 줌 기능으로 동물의 크기를 움직이거나 위치도 바꿀 수 있어 살아있는 동물과 인증사진을 찍은 것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SKT는 AR과 VR을 혼합한 MR(혼합현실) 기술로 북극곰처럼 이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실제 모습처럼 구현했다. 실제 북극곰 이미지에 소리와 냄새 등 가상으로 생성한 정보를 합쳐, 현실감 넘치는 장면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들이 고통 받는 동물원의 대안으로 등장한 ‘동물 없는 동물원’은 동물과 자연을 더 생생하게 체험하고 멸종위기 동물까지 만날 수 있다는 교육적 효과까지 있다.

 

 

미국 야생동물 보호소에 방문한 관람객과 늑대

 

 

선진국 동물원은 어떨까?


영국,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종 보존이라는 동물원의 본래 목적에 맞게 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동물원의 경우 동물 1마리당 3863㎥의 면적 제공을 의무로 한다. 국내 최대라고 불리는 동물원의 동물들(1마리당 835㎥)의 약 4.6배에 해당하는 면적을 쓰는 셈이다.

 

이 밖에도 동물의 습성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고 동물이 살아가는 데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물원이라고 하지만 관람객이 원하는 때 언제 어디서든 동물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야생과 유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을 운이 좋다면(?) 찾아볼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한 야생동물 보호소는 약 12,240평의 땅에 울타리를 쳐서 늑대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곳은 비영리단체인만큼 보호소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수익을 받고 늑대와 관광객이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달러(한화 24만 원)를 내면 2시간 동안 늑대와 만날 수 있는데, 하루 2번 2시간씩 6일제로 진행된다.

 

이곳 늑대들은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며 사회화가 되었지만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관광객들은 사전에 엄격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며 18세 이상만 입장이 가능하다. 한정된 횟수로 한정된 관광객만 받아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다.

 

 

기획 임소연 박선화(동물자유연대) 사진 동물자유연대,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The Predators of the Heart Sanctuary, SNS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ttps://www.animal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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