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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20년 한 우물 연구… 콜레스테롤이 관절염 유발 증명했죠 2020.05.25 조회수 768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는 생물학이 굶어 죽기 딱 좋은 분야였지만 지금은 직장을 골라 갈 수 있어요.”

 

퇴행성관절염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전장수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는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퇴행성관절염과 콜레스테롤의 상관관계를 동물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입증했고, 이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이사장 홍봉성)은 지난 16일 20년 동안 묵묵히 한 우물을 판 전 교수에게 ‘라이나 50+어워즈’ 생명존중상을 수여했다.

 

1979년 부산대 생물학과에 입학한 전 교수는 석사를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에서 세포 신호전달을 연구했다. 귀국 후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우연히 관절염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0년 광주과학기술원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동물모델을 통한 관절염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적인 연구소재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연구하던 걸 계속해봐야 그 사람들 아류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거의 안 하는 관절염 연구를 시작했어요. 관절염은 그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거든요. 죽을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이기 때문에 조기진단으로 진행을 늦추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70세 이상 노령인구 중 여성의 절반 정도와 남성의 25% 정도가 앓고 있는 퇴행성관절염은 발병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지만 전 교수의 연구를 통해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가능성이 열렸다.

 

“초기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관절염에 간여한다는 단서를 잡았지만 ‘설마’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생쥐 실험을 통해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했죠. 1년에 10억 원 정도의 연구비가 들어요. 유전자변형 생쥐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거든요. 생쥐 한 마리 키워서 실험 마치기까지 5개월이 걸려요. 1년에 두 번밖에 못 하는 거죠. 많은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5년 정도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결과를 얻어냈어요. 생명과학 연구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병을 앓는다고 해요. 저도 관절이 안 좋아요(웃음).”

 

그의 앞선 연구논문도 네이처 메디신(2010)과 셀(2014)에 게재됐다. 

“주요 국제학술지에서 관절염 논문은 잘 안 받아줘요. 그래서 내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네이처와 셀, 두 학술지에 모두 게재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에요. 저를 하수로 생각하던 해외 연구자들이 요즘은 연락을 해와요(웃음).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밝혀내는 기쁨이 커요. 탐험가가 새로운 땅을 발견한 느낌과 비슷하죠.”

 

‘라이나 50+어워즈’ 상금은 1억 원이다. 전 교수에게 “어디에 쓰고 싶냐”고 묻자 “나와 가족을 위해 쓰려고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제가 후보로 추천된 사실도 몰랐어요. 다른 상은 수상자가 직접 응모하는데 ‘라이나 50+ 어워즈’는 저도 모르는 사이 심사해서 주더라고요. 시니어 세대의 삶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상이라니 더 기뻐요.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더욱 노력해야죠. 그동안 이런저런 상금을 몇 차례 받았는데 학교에 기부도 하고, 사회적으로 썼어요. 이번 상금으로는 은퇴 후를 계획하려고 해요. 시골에 집을 짓고 자연에서 살고 싶거든요.”

 

올해 회갑을 맞은 그는 퇴행성관절염 조기 진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구들이 ‘육십이 넘어서도 연구실에만 붙어있냐’고 핀잔을 주는데 저는 연구실에서 데이터 보고 논문 쓰는 일이 재밌어요(웃음). 동물모델 실험에서 콜레스테롤 등이 퇴행성관절염의 효과적인 제어표적임을 증명했으니 사람의 관절염에도 효과적인 제어표적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제어방법을 모색하려고 해요. 누군가 제 논문을 바탕으로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국내에서 성공할 거라고 확신했다.

“한국의 생명과학 분야는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돼 많이 발전했어요. 그런 저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게 됐죠. 국내 많은 실험실이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으니 어느 한 군데에서는 성공할 거예요. 이를 통해 K-바이오는 계속 발전할 거예요.”

 

 

문화일보 김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