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위상이 과거만 못하다. 설립 초창기에는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국립암센터로 몰렸고, 암 환자도 서울대병원보다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받기를 원했다. 20년이 흐른 현재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암 환자의 발걸음도 뜸해졌다.
이런 상태에 놓인 국립암센터의 9대 수장으로 양한광 서울대병원 교수가 취임했다. 그는 1984년 서울대의대를 졸업한 후 줄곧 서울대병원 외과 전문의(위암 전문가)로 활동하며 암병원장도 역임했다. 신임 원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국립암센터를 국가 암관리 중심기관으로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취임식이 있었던 11월13일 신임 원장을 만났다.
국립암센터는 민간병원과 무엇이 다른가.
“국립암센터 하면 외부에서는 병원만 있는 줄 안다. 그러나 부속병원 외에도 연구소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와 대학원대학교가 있는 세계 유일의 국립암관리기관이다. 따라서 암 치료는 물론 암 예방과 관련된 과학적 근거와 표준을 제시하고, 암 연구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의 암 관리 정책을 선도하고, 국가암관리 전반에 걸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나.
“외국에 가보면 위암 치료 성과는 우리나라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조기 위암 발견은 20년 전 20%대에서 현재 70%대로 증가했다. 이런 성과에 국립암센터가 큰 역할을 했다. 또 국립암센터가 있었기에 5년 암 생존율이 70%를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관리국가가 됐다. 연구 성과도 뛰어나다. 대학원대학교의 지난해 교수 1인당 연구 성과는 전국 1위라는 평가가 있다. 빅데이터 구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뛰어난 의료진과 연구진이 포진해 있나.
“국립암센터가 처음 생긴 20년 전에는 특수기관이어서 의료진이 서로 가려고 했다. 현재도 국립암센터는 대학병원 교수급이 많이 있어야 할 곳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수한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잘 버티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 국립암센터는 암 치료에 있어서 일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도 받는다. 일본 국립암센터는 특정기능병원으로 분류돼 우리의 상급종합병원과 유사하게 특별한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증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 의료 수가를 높게 보상해 주고 있다. 중증도가 높을 경우 간호 인력도 더 필요하고, 의료 장비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암센터는 모든 환자가 암 환자라서 중증도는 최상급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평가 기준으로는 일반 종합병원 수준의 수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을 보건복지부 장관께 알렸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자체적으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신기술과 신약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런 신기술과 신약의 장단점을 중립적으로 검증하는 국립암센터가 돼야 한다. 또 선도적인 치료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예컨대 세포 치료제 제품화를 위해 미국 암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암예방 검진센터를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 연구-창업으로 이어지는 산업 연계를 통한 장기적 수익 창출에 노력하겠다.”
국립암센터 신임 원장으로서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국립암센터를 암 진료와 연구의 국제적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선 국립암센터를 세계적 국가중앙암관리기관으로서 발전시키겠다. 암 치료의 표준과 최신 진료법을 개발하고, 이를 위해 우수한 연구 인재를 적극 유치하겠다. 특히 희귀 난치암 치료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다.”
출처 시사저널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