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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리포트] 인공지능이 '뇌지도' 분석…뇌질환 빨리 찾고 고친다 2022.03.16 조회수 297

뇌과학 스타트업인 '엘비스(LVIS)'가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반 플랫폼인 '뉴로매치(NeuroMatch)'를 개발한 데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동시 통과를 노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중심부인 미국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있는 엘비스 본사에서 만난 이진형 창업자 겸 대표는 연구개발과 인재 채용으로 분주했다. 엘비스는 바이오테크 분야에서 보기 드문 스타트업이다. 뇌의 회로도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딥러닝 기반 플랫폼인 뉴로매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인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교수에 임용된 뒤 2013년 엘비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현재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개발해 의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면서 "환자 데이터를 받아 현재 이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의사가 보고 판단하고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처음 주목한 것은 광유전학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융합한 방식이다. 광유전학은 광학과 유전학을 융합한 기술로 개별 신경세포들의 활동을 조절·관찰하고 이들이 어떠한 효과를 유발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이 대표는 여기에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을 접목했다. 손상 없이 뇌의 이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엘비스는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 대표는 "뇌 질환은 두뇌의 회로가 잘못 작동한 결과"라면서 "하지만 현재는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 회로도를 파악해야지만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 치매 진단은 MRI 등을 활용하지만, 두뇌 이상이 치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파악이 어렵다. 엘비스의 뉴로매치는 두뇌 지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작동하는 것에 착안했다. 이를 토대로 질환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찾아간다.

이 대표는 "많은 제약사들이 뇌 질환에 관심이 많다"면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뇌 질환 관련 시장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자폐증 같은 질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1970년대에는 1만명 중 1명꼴이었는데 지금은 36명 중 1명꼴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치료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현재 제약사는 금광을 캐는 방식처럼 (뇌의 작동 원리를 모른 채)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거의 다 실패했다"고 말했다.

엘비스가 그리는 큰 그림은 뇌 질환 진단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 의료 현장에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제에 쓰일 수 있는 정보를 제약사에 전달하는 것이다. 엘비스가 뇌 질환 진단과 치료에 있어서 큰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아이폰이 앱스토어를 만들면서 수많은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쏟아졌다"면서 "뇌 질환 분야는 아직 이런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는데, 엘비스가 이를 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엘비스는 현재 의사와 환자가 함께 뇌 질환을 보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향후에는 집에서도 스스로 뇌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뇌전증 진단에 이어 현재 치매 파키슨병 진단 영역까지 진출 중이다. 현재는 FDA와 식약처 동시 통과를 노리고 있다. 엘비스는 뇌 회로를 '생생하게 시각화(Live visualization)'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오늘날 엘비스는 약 20건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13년 이상 축적된 14만건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개발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광유전학에 눈을 떴다. 그는 "처음 유학을 왔을 때만 하더라도 실리콘밸리 모습이 현재와는 달랐다"면서 "야후가 검색엔진 시장을 지배했을 무렵, 구글이 막 출범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표는 '뇌를 전자회로처럼 분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도 교수에게 생각하던 아이디어를 설명했더니 "전기전자공학도가 생물학을 뭘 아냐"고 야단을 맞고 절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지원 요청을 낸 것이 '덜컥' 선정된 것이다. 회로에서 유전자 변형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살피는 실험이라는 아이디어가 기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는 문제를 푸는 방법이 굉장히 흥미롭다고만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고난의 시작이었을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시작부터 힘들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지하 실험실에서 1년 넘게 연구를 거듭했다. 100번 이상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전부 실패였다. 생물학에 전기전자공학을 접목하다 보니 변수가 많았던 것이다. 용기를 북돋워주던 주변 사람들도 "이제 그만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는 "120번째 실험에서 성공을 했다"면서 "어떤 실험이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한번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 후 수많은 역경을 그러한 생각으로 극복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 있는 후배 창업자들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성공에는 공식이 결코 없다는 점"이라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이렇게 하니까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면, 공식을 모두가 따라하는 것이고, 그 순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공할 가능성이 작은 창문 정도로 작더라도 이것을 뚫고 나가는 사람이 성공을 얻는다"며 "나만의 공식을 새로 만들어 문제를 푸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이상덕 특파원]

 

출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it/view/2022/03/24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