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의 할머니와 함께 한 어르신 세상나들이, 약간의 걱정과 어색함으로 시작했으나 헤어질 때에는 제가 오히려 더 따뜻하고 마음이 풍요로워졌던 그 하루 여행일지를 소개합니다.
목포할머니와 상주할머니, 두 분 모두 자식은 있으나,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독거라는 삶을 선택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처음에 두 할머니께서 조금 낯설어하실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에 걱정을 하긴 했으나, 모시러 간 댁에서 얼음같이 차가운 바닥에 몸이 차가울 거라며 따뜻한 커피를 내주시는 모습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늘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하셨던 할머님들께 넓은 서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케이블카를 타러 가게 되었습니다. 두 분 모두 케이블카는 생전 처음 탄다며 너무 즐거워하시며 남산 위에 앉아서 다 같이 사진도 찍고 조금씩 대화도 많이 하게 되면서 그 전에 가졌던 약간의 어색함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할머님께서 고기를 드시면 좋아할까요 라고 물어보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배불리 고기를 드시는 게 소원이셨다고 전해주시더군요. 얼마나 눈물이 핑 돌았던지, 식사로 돼지갈비 집에 오셔서 비싼데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할머님들 때문에 마음도 아팠지만, 드시면서 연신 눈물을 훔치시는 상주할머니 때문에 저도 목이 막혀왔습니다.
고기를 먹고 다같이 찜질방에 가게 되었는데요, 이제껏 아무도 찜질방에 데려다 주지 않아서 가보시지 못하셔서 꼭 가보시고 싶으셨데요. 찜질방을 가시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한가지가 폐지를 모으시면서 어깨나 허리 같은 곳들이 아프셔서 따뜻한 찜질방에 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셨다고 합니다. 다같이 누워 땀을 송글 송글 흘리며 누워있으니, 마치 친할머니, 외할머니를 같이 모시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스한 가족이 된 느낌이 들더군요. 다 같이 세신 아주머니에게 몸을 맡기고 때도 같이 밀고 시원한 매실엑기스도 마시고, 제가 늘 갈망했던 온 가족이 함께하는 듯한 소소한 주말 저녁 같았습니다.
할머님들을 함께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우리들에겐 너무 간단하고 쉬운 일이겠지만, 눈이 안 좋은 할머님들께서 이렇게 누군가와 나와서 외식을 하는 것, 찜질방에 가서 목욕을 하는 것,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산이 변하듯 우리 모두 나이가 들고 늙어가겠죠. 건강한 순간만큼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나아가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사랑과 정을 나눠주는 일들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할머님들과 함께한 시간 동안 제가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