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세상 나들이 그 여섯 번째 이야기 - 안성으로 떠난 세상나들이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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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종숙어르신과 서유순 부사장
라이나생명의 어르신 세상나들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을 때 참여 신청을 했으나, 어르신 분들과 내 일정이 잘 맞지 않아 지난 주에야 비로서 어르신 한 분과의 소풍 날을 잡을 수 있었다.
어르신 댁이 있는 성남의 한 복지관 부근에서 오전 10시경 어르신을 만났다. “기사” 역을 기꺼이 맡아준 남편과 둘이서 오로지 어르신 한 분을 오늘 하루 모신다고 하자 깜짝 놀라셨다. 복지관 여러 어르신들과 봉고 차 타고 함께 가는 나들이로 당연히 생각하셨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 오늘은 특별히 어르신 만을 위한 날이다”고 거듭 설명 드렸지만 영 부담스럽다고 계속 말씀하셔서 그저 아들 딸과 하루 드라이브하신다고 생각하시라 달래며 우리는 출발했다!
목적지는 안성에 있는 “팜랜드(farm land)”. 우리 셋 모두 처음 가는 곳이고 일단 차가 출발하니 화창한 날씨여서 인지 어르신께서 드라이브 기분이 점점 업(up) 되시는 것 같았다. 70 후반대의 연세신데 왜 혼자 사시는지 궁금하던 차에 어르신 살아오신 얘기 보따리를 술술 풀기 시작하셨다.
성남에서 태어나셔서 가난하게 살다가 나이차가 많으신 분과 결혼하여 자녀 셋을 두셨는데 자녀들이 10대였을 때 남편 분께서 사고로 갑자기 돌아 가셨다. 살던 집도 재개발로 철거당하고 안 해보신 일없이 갖은 고생하시며 자녀들을 키워 결혼시켰으나, 각자 살기 바쁜 자녀들과 함께 살기가 쉽지 않아 2년 전 고향인 성남으로 혼자서 이사 오셨다.
어르신은 비교적 건강하신 편이시지만 눈이 잘 보이시지 않는데 안타까운 것은 시력이 점점 나빠지시는데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2 시간씩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일 (환경미화) 을 하시고 월급도 받으신다.
독거 노인 수당까지 합해 월 총 수입이 25만원 정도신데 열심히 모으셔서 월세였던 단칸 방이 이제 전세로 바뀌고 복지관에서 쌀과 김치도 주어 밥 굶지 않으며 고향에서 맘 편히 살 수 있는 요즈음이 어르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 하신다. 어르신의 이 말씀에서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것이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마음 속 가치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르신 살아오신 얘기를 듣는 사이 우리는 안성 팜랜드에 도착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팜랜드 속을 걷는 대신 커다란 바퀴가 달려 승차 시 경운기 느낌이 드는 트랙터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꽤 넓은 들과 그 속의 곡식나무, 야생화 그리고 소와 말, 농가들을 보며 어르신께서 아주 환하게 웃으셨다. 눈이 잘 안 보이시지만 넓은 들 가운데 계시니 가슴이 확 트이신다고 하셨다.
안성 하면 한우가 아닌가. 팜랜드 안에 있는 한우전문 한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갈비는 잘 못 씹으시니 불고기로 하자고 제안하셔서 그렇게 했다. 맛과 분위기 모두 좋았는데 어르신께서 이런 곳에 평생 처음이시라며 몇 번이나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째서 내가 이런 좋은 대접을 받는지 모르겠어… 정말 꿈같아… 나를 연결해준 복지관도 고맙고 복지관을 통해 지원해주신 언니 댕기는 회사도 고맙고, 언니와 언니 신랑 정말 복 받을 겨….”
온 길을 돌아 어르신 댁에 다시 모셔다 드리고 집에 오면서 우리 부부는 정말 복을 두둑이 받아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많이 죄송스런 맘이었다.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며 살아오신 어르신의 헌신과 겸손 사랑의 모습이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 네 분의 모습과 같기도 했거니와 오늘 어르신께 해드린 일들이 너무 작은 일임에도 너무 행복해 하셨기 때문이다. 몇 장 찍은 어르신 사진을 인화해서 성남 부근 갈 때에 꼭 직접 전해드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