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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세상나들이 그 일곱 번째 이야기 - 두 어르신과 경포대로 떠난 세상나들이
2012.08.02 조회수 1,015

 

7 10, 한경일 상무님과 진영숙 차장과 함께 어르신 세상나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받은 두 어르신을 만나 뵙기 위해 약속장소인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서둘렀지만 악명높은 갈마터널 정체에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우리를 반갑게 반겨주시던 임순자 어르신과 박노인 어르신. 두 분을 모시고 오늘 여행 목적지인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으로 향하는 차 안, 어르신 두 분은 꼭 강릉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며 이렇게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오랜만이라 너무 들뜬 나머지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기다리셨다며 여행의 설렘을 감추지 못하셨다.

특히 임순자 어르신은 왈가닥이라는 별명답게 시종일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는데, 보험회사 직원들과 떠나는 여행이라고 하기에 보험을 가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 말씀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강릉 경포대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뜨인 것은 다름아닌 마차였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어르신들이 관심을 보이시기에 마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다섯 명은 마차에 올라타 경포호와 해안가 주변을 돌며 경포대 바다를 만끽하였다. 마차를 탄 후 허기가 진 우리는 회와 순두부 중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하다, “이런데 와서는 비싸고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임순자 어르신의 명쾌한 말씀에 근처 바닷가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속 들어오는 메뉴에 연신어머머머를 외치며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이 오가는 사이, 어르신들께서 살아온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기 시작하셨다.

 

임순자 어르신은 19년 동안 미8군에서 근무하셨었는데 미8군에서 나온 제품을 팔다 1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셨다고 하셨다. 아직도 영어에는 자신 있다며 “I can speak English!”라고 유창한 영어 한마디를 던지시는 어르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남편을 만났으나 아이 없이 10년 전 남편을 여의고 지금은 홀홀 단신으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그 외로움을 달랜다고 하셨다.

 

가라앉은 분위기도 잠시, 개와 고양이를 키워 동네에선개엄마로 통한다는 말씀으로 분위기를 띄우시는 어르신의 재치에 또 웃음바다가 되었다. 반면 옆에서 듣기만 하시던 박노인 어르신은 혼자되신 지 훨씬 오래되셨다는 말씀으로 대신하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별일 없는지 확인하고 돌봐주는 복지사들이 제일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에, 멀리 계셔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부모님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바다열차를 타러 가야 했지만, 강원도에 왔으니 오징어를 사야 한다고 시장으로 갈 것을 강력히 주장(?)하시는 임순자 어르신의 말씀에 따라 강릉 중앙시장으로 행선지를 옮겼다. 어르신들께서 한 건어물 가게 앞에서 이리저리 물건을 살펴보시면서도 선뜻 사지 못하고 계시는 것 같아 멸치 한 상자씩을 선물해 드렸는데, 너무 기뻐하시며 계속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셨다. 15,000원의 행복! 그렇게 두 어르신은 기분 좋게 멸치 한 상자씩을 들고 다시 광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광주에 도착하니 오후 5, 이른 저녁이었지만 고기를 드시고 싶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한우로 식사를 하였다. 두 어르신은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하루를 같이 했는지 모르겠다 하시며 우리 손을 꼭 잡고는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 특히 한 상무님께는 계급 높으신 상무님께서 하루 종일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두 분을 보내드리며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라도 두 분의 힘든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외로움과 적적함이 다소나마 위로되셨기를 바라며 다음을 기약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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