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어르신 세상 나들이 그 여덟 번째 이야기 - 세 분의 어르신과 떠난 남이섬
2012.08.02 조회수 1,012

 

 

하루 동안 어르신 세 분과 함께한 ‘어르신 세상나들이’ 시간을 돌아보면 “참 아쉽다…” 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든다. 나들이가 모두 끝나고 어르신들과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난 어르신들 각자의 존함을 알지 못했고, 묻지도 못했다. 다만, “할머니 좋아하시는 멋쟁이 할아버지”, “야구광이신 투덜이 할아버지”, “최고 동안(童顔) 순수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봉사활동 당일 아침, 일찍부터 목동까지 가서 렌터카를 찾아야 했다. 참고로, 우리 집은 경기도 광명시이다. 어르신 세 분과 나, 아내 그리고 일부러 휴가까지 낸 후배 한 명까지 총 6명이 나들이를 가야 했기 때문에 좀 큰 차가 필요했다. 어르신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는 성남시 수정구. 무슨 길이 이렇게 막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난 초조해졌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인데 길에서 시간을 다 버릴까 아까웠기 때문이다.

오늘 어르신들과 나들이 갈 장소는 “남이섬”. ‘폭염 속에 괜찮으실까’ 걱정돼 장소를 바꿔보려 했지만, 어르신들은 바깥공기 마시고 싶으시다며 남이섬으로 강행하셨다. 출발 10분만에 무뚝뚝한 할아버지 세 분과 어색할 것 같다는 걱정은 나의 섣부른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세 분 모두 바깥에 나가시는 게 들뜨셨는지 이것 저것 재미난 옛날 얘기도 해주시고, 남이섬에 대해서도 설명까지 해주시는 게 아닌가? 사실 나와 아내, 후배 모두 남이섬 여행이 처음이었다. 어르신들은 처음에 단체 관광을 가는 것으로 알고 계셨는데, 봉고차에 세 분만 모시고 가니 더욱 들뜨신 것 같았다. 복지단체에서 정해준 매뉴얼이 있었으나, 남이섬에 도착하자마자 그것이 필요없음을 깨달았다.

매뉴얼에 있는 손수건, 가방, 양말 만들기는 다른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여러 번 해 본  것이라, 바람쐬는 것이 더 기쁜 일이라고 하셨다. 적어도 내 생각에 어르신들에게는 세상 구경하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이 딱딱한 봉사 프로그램보다 더 신나는 일이었던 것이다. 단체에서 지원해 준 비용이 있었고, 부족하면 내 사비를 쓸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 어르신들께 필요한 기념품이나 음식이라도 더 사드리려 했지만 한사코 괜찮다 하셨다. 투덜이 할아버지가 허브 비누 하나 사가신 것이 전부였다. 좋은 물건, 음식 보다는 그냥 오늘 하루 자체가 즐거우신 것 같았다. 물론, 내 착각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남이섬 여행지에서 돌아와 성남에 다시 도착하니 시간은 6시 정도. 하루 동안 해드린 것도 없고 ‘혼자 돌아가셔서 식사하시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 마지막으로 저녁을 대접해 드리고 헤어졌다. 마지막 어르신을 모셔다 드리고 나니 문득 참 아쉽고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식사 때마다 소주를 꼭 한 병씩 드셨는데, 난 운전을 해야 했고, 후배는 술을 잘 못해 같이 술 한잔을 못한데다 어르신들께서도 아쉬워하는 눈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분들에게 필요한 건 좋은 봉사 프로그램도 아니고, 좋은 선물도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야외 나가서 맛있는 음식에 같이 소주 한 잔 마셔드리고, 말씀 들어드리고, 돗자리 펴고 낮잠도 자면서 하루를 함께 보내드리는 것이 이분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모든 일정을 무시하고 어르신들 집 근처 계곡 같은 데로 일정을 잡고 좋은 술과 좋은 안주를 대접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봐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글 안용현 과장(고객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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