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어르신 세상 나들이 그 열 번째 이야기 - 가족과 함께해서 더욱 뜻깊은, 여주로 떠난 어르신 세상나들이
2012.10.24 조회수 901

 

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일일봉사체험을 하는 날이다. 할머니께서 사시는 경기도 광주로 가는 동안 평일에 학교를 가지 않아 신났고, 어떤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하게 될지 궁금했다. 낡고 작은 집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는 흰색 바지를 멋지게 입고 낭랑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서울에서 계속 사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0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셨다. 자식과 가까운 친척이 없어 혼자 사시지만 뉴스를 많이 보셔서 아시는 것도 많고 말씀도 잘하시는 멋진 할머니였다.
 
할머니께서 절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여주 신륵사로 향했다. 가는 내내 할머니와 엄마, 아빠가 이것저것 얘기하셔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는데, 주로 할머니께서 살아오신 옛날 이야기를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79세이신데도 잘 걸으시고 이것저것 궁금해 하시고 아시는 것도 많으셔서 젊으셨을 때 공부를 많이 하신 신(新)여성이였을 거라고 아빠가 나중에 말씀하셨다.
 
신라시대 창건했다는 신륵사는 산속에 있는 절과는 달리 강변에 있어서 특이한 풍경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마침 주변학교 학생들의 미술대회를 해서 아주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할머니도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이 나신 듯 절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셨다. 황포돛을 단 배가 강에 떠 있고,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만든 탑, 600년이나 된 큰 은행나무, 부도 등 아주 많은 구경을 했다.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명성황후 생가를 방문했다. 안채, 사랑채, 별당도 둘러보고 기념관에서 명성황후와 아들 순종의 장례행렬 미니어처도 봤다. 할머니께서는 일본사람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됐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고 하셨다.
 
점심은 원래 고기를 먹으려고 했는데 할머니 이가 좋지 않아 씹기 편하고 소화가 잘 되는 두부요리를 잘 하는 식당을 찾아 갔다. 오전 내내 많이 걸어서 배가 많이 고파서인지 먹는 음식마다 아주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콩비지, 들기름에 부친 두부, 야들야들한 보쌈, 각가지 나물 등 정말 많은 요리가 나왔다. 할머니께서도 맛있게 드시고 배가 불러 숨도 못 쉬겠다고 하셨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근처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 엄마는 할머니를 깨끗이 씻겨 드리고 옷 입는 것도 도와드렸다. 이천에 있는 도자박물관도 구경을 했다. 할머니께서는 피곤하다 말씀도 없이 이것저것 꼼꼼히 관람을 하셨다.
 
할머니께서 엄마는 너무 젊어 보여 ‘아가씨 같다’, 아빠는 목소리가 좋고 다정해서 성우 같다고 하셨고, 저한테는 키가 커서 중학생 같다는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오늘처럼 오랫동안 건강하시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중학생인 오빠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할머니를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해서 보람있고 즐거운 하루였다.
 
 
글 서울 원광초등학교 6학년 이한별(아빠이름 이환술)

 

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