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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세상 나들이 그 열세 번째 이야기 - 부모님 산소를 방문한 어르신 세상나들이
2012.12.06 조회수 903

 

이번에 내가 모신 어르신은 형편이 어렵고 지병 등으로 거동이 불편셔서 수년간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부모님 산소를 가지 못했다하셨다. ‘죽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가보고 싶다는 어르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나와 집사람은 집을 나섰다.

 

아침 일찍, 광주에 방문하니 어르신께서 미리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날씨는 해가 나서 따뜻한 듯 하면서도 우박과 비가 반복되는 등 변덕이 심했다. 산소에 들고 갈 조화 등을 사기 위해 논산 화지시장으로 가면서, 어르신께서 해주신 이야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이 여러 채로 잘살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으나, 자식들의 사업이 어려워지고 잘못된 빚 보증으로 가세가 기울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사람들 만나기가 어렵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으니 사진도 찍지 말아 달라는 말씀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워낙 오랜만에 찾아가는 산소인지라 목적지인 논산시 성동면 근처에서 여러 차례 좁은 길목을 헤매야 했다. 어르신의 고향이지만 10년 이상 시간이 지나 주변이 많이 바뀐 탓이었다. 결국 어르신은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셨고, 덕분에 간신히 위치를 찾았다. 산소는 약간 구릉지에 위치해 있었고, 앞으로는 넓은 논과 밭, 뒤에는 소나무들이 있어 참으로 좋은 명당자리로 느껴졌다. 어르신은 8개의 봉분(조부모님, 부모님, 형제들)에 헌화를 다 하신 후에도 아쉬우신지 한참을 산소 앞에서 계셨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시니 더욱 안쓰러웠다.

 

성묘가 끝난 후, “잘 찾아오지 않은 자식들(5형제)이지만, 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김치를 만들어주고 싶다하셨다. 김장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가까운 강경시장에 들렀다. 전국 젓갈유통의 60-70%을 차지하는 곳이고, 김장철이다 보니 고속버스 여러 대에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모습도 흔하게 보였다. 어르신은 고향에 오셔서 그런지, 친척이 운영하고 있는 젓갈집을 바로 찾으시고는 이것 저것 드시고 싶으신 것을 고르셨다. 강경 젓갈을 자랑하시는 모습에서 즐거움이 역력했다. 강경역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데 더욱 집중했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모여 김치도 같이 만들고,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이 더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김장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구매한 후, 천천히 광주로 출발했다. 틀니로 인해 부드러운 음식을 주로 드시는 어르신을 고려해 광주 시내 주변 횟집을 찾았다. 고기 같은 것은 잘 못 드시는 데도 어르신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걱정하시며, 계속 순대국밥 등을 먹자고 하셨다. “예산을 초과해도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것을 꼭 찾아 대접하자는 아내의 말에 횟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어르신의 입맛에 맞으셨는지 회에 매운탕까지 드셨다.

 

어르신 댁에 모셔다 드리고 짐을 옮겨다 드리면서 보니, 단칸방에 물건이 많아 불편해 보였다. “가져온 과일과 음료도 모두 챙겨드리고,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고 말씀드리고 우리는 자리를 떠났다. 아무쪼록 어르신께서 복지관 지원도 많이 받으시고, 자녀분들의 생활도 안정돼 오래도록 건강히 사셨으면 좋겠다.

 

돌아오는 길, 그 동안 부모님께 너무 못 해드린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어르신 세상나들이 여행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여행한 적이 근래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려우신 환경 속에도 항상 자식들 걱정에 이것 저것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사랑을 더욱 느낄 수 있었고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의미도 새삼 되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미리 느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글 이무혁 과장 ( 감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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