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라이나생명 “금융사기방지 시니어강사 1기”로 노인종합복지관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최유재 어르신의 에세이가 어르신이 행복한 은빛세상에서 개최한 시니어 대상 에세이 공모전 ’멋지십니다. 어르신!’ 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멋진 최유재 어르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내가 바라본 은빛 세상
최유재
“교육 한 번 받아 보시겠습니까?”
이렇게 해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노인 소양교육 강사로서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교육과정은 라이나생명과 보건복지부가 함께 하는 시니어 인턴십 과정으로 금융사기방지 전문강사 양성과정이라고 했다. 소정의 신청서를 접수하고 면접과정을 치렀다. 며칠 후 합격통보를 받고 3개월 여의 교육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포기하지 않고 면접을 치른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어쩌면 운명이라고나 할까. 수업, 강의 준비, 강의 실습 등으로 3개월의 과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실습과정을 통하여 난생 처음으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어르신들께 강의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설레임과 더불어 어떻게 어르신들의 눈높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쉽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강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어르신 일자리사업 교육과정은 기업체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노인복지관은 다양한 사회적 경륜을 많이 쌓은 어르신들의 쉼터이고, 노인문화의 중심지이며 노인문화를 꽃 피우는 곳이다. 나눔과 상생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그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가수가 꿈이었던 어르신, 시인이 꿈이었던 엔지니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마치지 못했기에 더욱 영어사랑에 빠지신 어느 할머니, 자신의 일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서슴없이 말씀하시는 동화구현 할머니, 기타를 치며 노래하시는 은발의 어르신 등 한 분 한 분의 모습만 떠올려도 멋진 은빛 세상이 다가온다. 머리가 녹슬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
나이 먹은 어르신들은 젊은 날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그 동안 꼭꼭 접어두었던 꿈의 날개를 펴고 계신 아름다운 은빛의 어르신들은 망설임 없이 오늘도 그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 하나를 더 깨우친다면, 우리는 더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몸은 다 자랐을지라도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다. 배울 수 있으니까, 더 성장하는 것이다.
강의하는 날이면 나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시간에 쫓기어 허덕이며 지내왔던 지난날의 직장생활을 생각하면,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의 걸음걸이에서 기쁨을 느끼고 희망을 찾는다.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의 표정들이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다. 노인들이 동상이라도 된 양 하염없이 벤치에 앉아 무료하게 지내고 있는 공원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10여 년의 교육현장 경험이 녹아 있는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어르신들의 취향을 잘 맞출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 내가 현장에서 쌓아온 10여 년의 노하우, 그 응집체를 살려 봉사하고자 정성을 다한다.
지난 1년간 그래왔듯 나는 지금도 새롭게 다가온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차분히 걸어가고 있다.
친근한 미소, 서글서글한 외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는 각오가 새롭다.
언젠가 내 강의가 끝난 후 다가와 ‘우리 악수하면 안 되나요’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아 주셨던 할머니. 그때 그 할머니의 손길과 따스함이 지금도 가슴속에 여운으로 남아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비가 내려 제법 쌀쌀한 가을밤이다. 나는 가슴 속까지 따끈해지는 내용으로 내일도 어르신들을 만날 것이다. 이제 노인들은 ‘뒷방 늙은이’가 아니다. 다양한 역할로 사회에 참여하고 배우면서 자신의 삶을 위해 건강을 다지고 활기차게 살아가야 하는 지혜의 보고이자 다음 세대를 이끄는 씨알의 꼭지점이다.
나도 60이 넘는 나이를 먹다보니 서로 마음이 통하고 함께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명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해이해지려는 마음까지도 경계해야 한다.
건강을 위하여 열심히 운동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고 친절한 사람, 친절한 이웃이 되어야겠다. 서툰 솜씨지만 사진도 촬영하러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정담이 담긴 우정의 건배사도 하며, 사는 날까지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여 무언가 이웃에게 베풀고 나눠줄 것을 찾을 것이다. 어르신들이 커피를 즐기듯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성실히 바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