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사랑잇는전화 2014년 수기 공모전 수상작] 최우수상 조양선님
2015.02.03 조회수 1,018
[사랑잇는전화 2014년 수기 공모전 수상작] 최우수상

 

사랑잇는전화 봉사를 하고 계신 나눔천사들의 따뜻한 전화 한 통화가 독거노인분들의 소소한 행복을 만듭니다.
수기 공모전 수상작품들은 매주 라잇나우를 통하여 보실 수 있으며, 홀로 사시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는 나눔천사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느껴보세요.

나눔천사 : SCA-N 조양선 님
제목 : 김치랑 고주장, 된장좀 갖다 먹어


“어머니!“, “저예요”
“오! 그래, 바쁜 데 전화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이제는 스스럼없이 다정스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었다. 안동이 고향이고 현재는 구의동에 살고 있는 이규선 어머니와 독거노인 사랑 잇기 나눔 천사로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조금은 어색한 대화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런 어색함도 잠시 이제는 친정 부모님께 전화 드리는 것처럼이나 진심이 담기게 되었다. 매일 안부도 여쭙고 사소한 일상을 편하게 주고받게 되었으니 작은 봉사가 얼마나 내 삶의 근간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지....
지난 2013년 독거노인 종합 센터에서 주최하는 사진 공모전 공고를 보고 이 기회에 어르신의 얼굴도 뵙고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르신께서 혹 부담을 갖게 되면 어떻게 할까하는 작은 걱정으로 마음이 부산하기도 했지만 한갓 기우였다.
“저, 어머니! 제가 어머니랑 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어머니 댁으로 찾아 가도 괜찮을까요?
“회사 다니느라 바쁠 텐데 올 시간 있겠어? 나야 언제든지 환영이지!”
꼭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약속을 잡고는 며칠 동안 마음이 들떴다. 드디어 어머니와의 첫 만남을 위해 고구마랑 과일이랑 음료수를 친정어머니를 찾는 마음으로 구의동 댁을 찾게 됐다.
“와우 ! 우리 어머니 완전 미인이시다!”
옷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반갑게 맞아 주시는데 친정엄마를 뵙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지나온 삶의 여정을 조곤조곤 말씀하시면서 나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신다는 말씀을 이어갈 땐 내 가슴도 뭉클했다. 겉으로는 씩씩하신 것처럼 당당하시기도 했지만 왠지 그 안에 맴도는 외로움과 적적함에 내 맘은 여간 쓸쓸하지 않았다. 그런 만남이 내 마음을 더 열어 주었다. 내가 누군가의 삶의 여정에 작은 벗이라도 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내 스스로에게도 인연의 진정성을 가르쳐주니 퍽 다행스러웠다. 바로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각박한 사회, 무정해서 불효도 많고 친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싸움이 많은 세태에 정겨운 인연의 실타래를 곱게 엮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돌아오는 발걸음은 뿌듯해서 절로 신이 났다.
상에 대한 큰 기대감도 없이 어머니와의 즐거운 한 때를 찍어 공모전에 제출했는데 결과는 정말 뜻밖이었다. 사진 부문 대상이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큰 상까지 받는 감격까지 누리니 다시금 작은 마음을 이웃에게 돌린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봉사를 통해 얻은 즐거움은 그 어떤 쾌락보다도 행복을 선사한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준 것이다. 한번은 여느 날처럼 전화를 드렸는데
“오늘 우리 집에 좀 올 수 있나?"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내게 김치가 좀 있으니 갖다 먹으라고!”
“네? 김치요? 어머니 드시지요.”
“혼자 얼마나 먹겠어? 난 충분하니까 좀 나눠 먹고 싶어... 살림하랴 회사 다니랴 김치 담가먹는 것도 일일 텐데...“
완전 감동자체였다.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단숨에 달려갔다. 집에 들어서니 김치에 고추장, 된장까지 그득했다. 차안에 냄새나면 안 된다고 김치는 김치대로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된장은 된장대로 바리바리 봉투에 몇 번씩 둘러싸고 계셨다.
“어머니 조그만 주세요!“
“아니야 여러 식구가 먹을 텐데 얼마 안 돼!“
“입맛에 맞기만 하면 더 갖다 먹어도 되니까 걱정 하지 말고 언제든지 와서 가져 가!“
정말 이규선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듬뿍 받고 보니 미안한 마음, 감사의 마음이 아련히 교차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싸주고 싶어 하는 친정어머니의 마음 그 자체였다
김치와 고추장, 된장 한 보따리를 등에 메고 큰 부자가 된 기분으로 집으로 가는 발걸음, 뒤에서 어떤 천사가 내 등을 밀어주는 듯했다. 내 등에서는 사랑의 된장찌개가 벌써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어머니! 올 겨울도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