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요리의 대모' 조희숙 셰프
청년 7명 '드림 키친' 요리 교실
“신선로는 한식의 정점에 있는 음식입니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가죠. 그래서 골랐습니다.”
지난 13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한옥 호텔 ‘바랑재’. 조리실 한쪽에서 특별한 요리 교실이 열렸다.
한식 요리사들의 대모로 불리는 조희숙 셰프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신선로에 담을 미나리전을 만들자 20대 ‘예비 셰프’ 7명이 눈을 반짝였다. 노트에 빼곡하게 기록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전을 부칠 때 불의 세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나요?” “모든 재료를 다져서 전을 부치는 이유가 있나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전은 약한 불에서 속까지 익혀야 해요. 재료를 다지는 건 모양과 크기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보는 즐거움도 중요하죠.”
답하는 조 셰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질문이 많을수록 좋다”며 “끊임없이 생각하며 요리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셰프가 되더라”고 했다.
이날 수업은 라이나전성기재단이 열었다. 라이나생명이 2013년 설립한 공익 재단이다. 수업 이름은 ‘바랑재 드림 키친’. 청년들의 꿈을 돕는 주방이란 뜻이다. 전국에서 60명이 지원했고 선발된 7명이 지난 3월부터 경동대 호텔조리학과와 바랑재에서 요리 교육을 받고 있다. 강사는 조 셰프 같은 현직 셰프와 교수 등이다. 재단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은 청년을 선발했다”고 했다.
이날 조리대 앞에 선 청년들은 저마다 다양한 꿈을 꾸고 있었다.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박슬기(23)씨는 온라인에서 드림 키친 모집 공고를 보고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지만 생활이 팍팍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공무원 시험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손종원 셰프의 인터뷰를 보고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평생 요리만 하며 살고 싶다’는 손 셰프의 말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요리가 도대체 뭐길래 싶었어요. 그때 모집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됐지요. 저도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칼질조차 쉽지 않았다. 집에서 해 본 음식이라고는 스파게티와 국수가 전부였다. “수업 진도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수업 마치고 혼자 칼질부터 연습했어요.”
이젠 칼질에 눈을 떴다고 한다. 박씨는 “‘나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자신감이 생겼다”며 “요리뿐 아니라 한식에 담긴 역사와 문화까지 공부해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조수민(29)씨는 “드림 키친에서 잃었던 꿈을 되찾았다”고 했다.
요리가 좋아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 후 먹고살기 위해 택배 물류센터에 취직했다고 한다. 카센터에서 서무 일도 했다. 그러나 일마다 손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구직 사이트를 찾던 중 드림 키친 공고를 발견하고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보자”며 지원했다.
조씨는 수업을 들으며 실력이 급성장했다. 지난 5월 ‘2026 서울국제푸드&테이블웨어 박람회(서울월드푸드올림픽)’에 나가 개인 양식 부문 대상을 받았다. 닭가슴살 스테이크와 유자 케이크 등을 만들어냈다.
조씨는 “드림 키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상을 탈 수 있었다”면서 “제 이름을 걸고 요리하는 셰프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조희숙 셰프는 ‘재능 기부’ 형식으로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조 셰프는 “청년들과 대화하면 처음 요리 배울 때 생각이 난다”며 “청년들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게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홍봉성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은 “드림 키친은 청년들이 요리를 통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 프로젝트”라며 “교육 이후에도 외식업계 취업과 현장 적응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원문 링크)